유럽 대학교 졸업장에 숨겨진 응원
각자 자기를 위한
‘숨마 쿰 라우데’
Summa cum laude pro se quisque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이 말은 유럽의 대학에서 졸업장의 ‘최우등’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유럽 대학의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라는 것만으로도 한국과 충분히 차이를 보이지만, 특히 라틴어로 성적을 매기는 표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 : 최우등
마그나 쿰 라우데(Magna cum laude) : 우수
쿰 라우데(Cum laude) : 우등
베네(Bene) : 좋음/잘했음
평가 언어가 모두 긍정적이죠? ‘잘한다’라는 연속적인 스펙트럼 속에 학생을 놓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겁니다.
한국 교육의 평가 시스템은 상대평가로 철저한 비교를 통해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고 점수를 매깁니다. 이 점은 대학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고 사회에 나와도 마찬가지죠. 이러한 경쟁 구도는 스스로 동기를 찾고 발전시켜 공부하기보다는 타인과의 경쟁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장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학생들을 쉽게 좌절하게 만들고 의욕을 잃게 하고요.
유럽 대학의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라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보이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긍정적인 스펙트럼 위에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그 위에서 학생들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죠.
저는 이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가 나를 ‘숨마 쿰 라우데’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공부해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 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것없게 만드니까요. 그런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습니까?
남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으며 세상의 기준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다 보면 초라해지기 쉬워요. 그러니 어떤 상황에 처하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훗날에는 그런 사람이 한 번도 초라해져본 적 없는 사람보다 타인에게 더 공감하고 진심으로 그를 위로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스스로에, 또 무언가에 ‘숨마 쿰 라우데’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세상에서 최고로 훌륭한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겸연쩍어해요. 하지만 진정성을 담아 자꾸 이야기하면 어느 순간 “내가 진짜 최고일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없던 자신감이 살짝 생기기도 하죠.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만일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형편없다면 그들을 가르치는 저 역시 형편없고 보잘것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들이 최고로 우수하다면 저도 그만큼 뛰어난 선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혹시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보다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더 비난하고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을 칭찬하는 말은 쉽게 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채찍만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꼭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모두 ‘숨마 쿰 라우데’입니다.
참고 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