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800, 투자 안했어도 괜찮아.

코스피가 5800을 넘었어요.

뉴스 알림이 뜨고, 주변에서 수익 인증이 올라오고, 누군가는 "그때 살걸"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요. 통장을 열어보다가 괜히 한숨이 나오는 밤이 있었을 거예요. 집값이 두 배가 될 때도, 비트코인이 1억을 넘을 때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지 않은 나 자신이 문제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 기분.

그런데 잠깐, 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요?


우리는 기회를 놓친 게 아니에요

투자를 하지 않은 건, 기회를 외면한 게 아니에요. 위험을 피한 거예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모든 투자의 기회는 손실의 위험과 항상 붙어 다녀요. 코스피가 오를 수도 있었지만, 내려갈 수도 있었어요. 비트코인이 1억이 될 수도 있었지만, 300만 원이 될 수도 있었어요.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고요.

위험을 피한 것에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문제는 위험을 피한 댓가가 마치 '벼락거지'처럼 불리는 이 분위기예요. 신중한 선택이 어리석음으로 읽히는 이 풍경이 이상한 거지,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올랐다고 해서 모두가 번 건 아니에요

여기서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할게요.

지난 1년, 코스피가 두 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코스피 전체 종목 941개 중 코스피 상승과 보조를 맞춰 움직인 종목은 고작 137개, 약 14.5%였어요. 은행 이자보다 수익이 못한 종목은 296개, 그 중 손실을 기록한 종목은 242개나 됐어요.

시장이 올랐다는 뉴스와, 내 계좌가 올랐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마트에 손님이 많이 왔다고 해서, 모든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제값에 산 건 아닌 것처럼요. 비트코인이 1억을 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코인 가격은 올랐지만, 그 시장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익을 본 건 아니었어요.

투자에서 수익은 새로운 참여자들이 계속 들어와야만 유지돼요. 누군가의 수익은, 누군가의 손실 위에 서 있어요. 그것이 투자의 본질이에요.


'맞추려는' 투자는 도박이에요

우리 주변에서 "투자해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이 말하는 투자의 방식이 어떤 모습인가요?

"이번엔 오를 것 같아서 샀어."

"다음엔 또 오를 것 같던데, 너는 왜 안 사?"

홀이 나왔으니 다음엔 짝이 나올 것 같다는 그 감각. 타이밍을 맞추고, 흐름을 읽고, 먼저 들어가서 먼저 나오는 것. 이걸 투자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건 투자가 아니에요.

맞추는 것을 목표로 삼는 순간, 수익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건 도박이에요.

진짜 투자는 다른 모습이에요.

시장의 흐름에 올라타서, 목표한 수익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

'좀 더 크게'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만큼'을 기준으로 삼는 것.

그렇게 접근할 때 비로소 투자에는 벼락부자도, 벼락거지도 없어요.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으니까요. 조바심이 끼어들 자리도 없고요.

주변의 핀잔과 "너는 왜 안 해?"라는 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어쩌면 그들이 말하는 투자가 처음부터 도박에 가까운 방식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 조바심에 끌려가지 않은 것, 신중했던 것. 그게 오히려 맞는 방향이었을지 몰라요.



투자는 전 국민의 의무가 아니에요

가끔 이런 말이 들려요. "요즘은 투자 안 하면 바보야." "가만히 있으면 가난해지는 시대야."

그 말을 뒤집어보면 이런 뜻이에요. 모든 국민이 손실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 정상이라는 것. 그게 정말 괜찮은 세상인가요?

로또를 사지 않는다고 기회를 놓친 바보가 아니에요. 매일 잭팟이 터지는 카지노에 가지 않는다고 겁쟁이가 아니에요. 투자도 마찬가지예요. 집을 사지 않았어도, 코인을 사지 않았어도, 주식을 사지 않았어도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마음이 불안하다면

조바심이 든다면, 그 마음 자체는 자연스러운 거예요. 주변이 다 움직이는 것 같을 때 나만 서 있으면 불안하니까요.

그래도 꼭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면, 복잡한 개별 종목보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코스피 ETF를 고려해볼 수 있어요. 특정 기업 하나에 거는 게 아니라, 시장이라는 흐름 자체에 올라타는 방식이에요. 배 한 척이 아니라 바다에 투자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것도 불안하다면,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시장은 내일도 있고, 모래도 있어요. 투자를 해야만 좋은 삶이 오는 게 아니니까요.


신중한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요

내가 버는 소득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누리며 사는 삶.

그 삶이 투자 수익 없이도 가능해야 정상이에요. 위험을 굳이 껴안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이 정상이에요.


코스피 5800을 보며 괜히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면, 이것만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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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했던 당신은 위험을 피한 거예요.
그것도 용기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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