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올라도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다.

주가는 기업의 성적표가 아니라, 사람들의 욕망이다.


아무리 삼성전자가 역대급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기업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어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산다면 주가는 폭등한다. 즉, 주가는 실질적인 기업의 성과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으며, 철저히 주식 시장 참여자들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내가 주식을 사면 그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유상증자 등)할 때를 제외하면, 우리가 매일 사고파는 주식은 이미 발행된 주식의 소유권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이는 마치 '한정판 운동화를 중고 마켓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것'과 같다. 중고 거래 가격이 아무리 치솟아도 운동화를 만든 브랜드에는 단 1원의 추가 수익도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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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가가 오르면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기 쉬워져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코스피(KOSPI)가 6천을 돌파한다고 해서 당장 상장 기업들의 수익창출 능력이 극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배당 문화가 척박한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사실상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 때 생기는 시세 차익'뿐이다.


"주가가 오르면 모두가 좋은 것 아닌가요? 손해 보는 사람이 없잖아요?"

주식 투자를 권유하는 어느 전문가의 말이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하건대, 주가가 오르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은 결코 아니다. 주가가 올라서 진정으로 좋은 사람은 그 종목에 투자한 사람 중에서도 '수익을 내고 주식을 판 사람'뿐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 계좌에 찍힌 빨간불(수익)만 보고 있다면, 그것은 환전하지 않은 '게임 머니'와 다를 바 없다. 팔아서 내 손에 쥐어야만 진짜 수익이다. 그리고 내가 그 주식을 팔아 실제 수익을 챙겼다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그 비싸진 주식을 사야만 한다. 즉, 주가가 올라서 좋은 것은 누군가의 손실(혹은 잠재적 손실)을 담보로 그 종목을 팔아 이익을 확정 지은 사람뿐이다. 당연히 매일매일 코스피가 오르는 중에도 손해와 수익은 반복되고 있다.


내가 100만 원에 산 주식을 101만 원에 누군가 사준다면 나는 1만 원의 이익을 얻지만, 101만 원에 산 사람은 아직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했다. 그가 이익을 보려면 102만 원에 사줄 '다음 사람'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반복되는 동안에는 마치 모두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마지막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순간, 가격 상승은 멈추고 거품은 터진다. 즉, 주가 상승의 끝에서 가장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인 '마지막 매수자'가 그동안 앞선 사람들이 누렸던 모든 이익을 손실로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서로에게 폭탄을 넘기며 이득을 취하는 '폭탄 돌리기' 게임과 다르지 않다.


집값 폭등의 교훈, 그리고 주식 시장의 FOMO

우리는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이와 똑같은 현상을 목격했다. 집값이 마구 오르던 시기,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면 경제가 살고 모두가 자산가가 되는 것"이라며 투기를 합리화했다. 거주라는 주택의 본질은 사라지고, 집은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결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상투를 잡은 사람들이 속출했고, 소득의 대부분을 이자로 내며 고통받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집값은 무조건 우상향해야 한다"는 맹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거주 목적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마저 강제로 투자판에 뛰어들어서 이자로 뼈아픈 경험을 겪고도, '모두가 집을 사면 모두가 부자 되는 것 아니냐'며 일상과 투자가 혼재 된 불안이 유지 되었다.

이제야 겨우 투자와 일상이 분리 되려고 하는데 이제는 그 광기가 주식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다. "아직도 주식을 안 해? 코스피가 이렇게 오르는데 나만 소외될래?"라며 대중에게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조장한다. 집도 주식도 투자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


투자는 안정적인 삶을 위한 '필수 교양'이 아니다.

이제 겨우 주거의 안정을 위해 '집'을 투자의 영역에서 분리해 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 빈자리를 슬그머니 주식 투자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심지어 "나라의 발전을 원한다면 코스피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묘한 압박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유통 시장에서의 주가 상승이 곧장 기업의 이익이나 국가 경제 발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에 투자하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 아니었듯, 주식에 투자하는 것 역시 국가 경제를 구하는 애국심의 발로가 될 수 없다.


투자는 그저 자신의 자본을 걸고 다른 참여자들과 이익과 손실을 겨루는 냉혹한 경기일 뿐이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돈을 벌고 싶은 사람, 그 경기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사람만 투자를 하면 된다. 나라의 발전을 원한다고 해서, 혹은 내 삶의 안정을 바란다고 해서 누구나 억지로 이 제로섬 게임에 뛰어들 이유는 없다.


투자는 철저한 개인의 선택이지,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 교양'이 아니다. 그러니 "주가가 오르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달콤한 거짓말은 이제 멈춰야 한다. 누군가의 수익은 결국 누군가가 그 주식을 더 비싸게 사준 대가이며, 이 세상에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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