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애플은 왜 잘나가는 사업을 따로 상장 안 시킬까?

내가 키운 스타 셰프, 왜 갑자기 딴 가게로 가나요?


당신은 한 레스토랑에 투자했습니다.
한식, 양식, 중식까지 다 잘하는 멀티 셰프 체제였지만, 요즘 손님을 줄 서게 만든 건 단연 디저트 셰프였어요.

매일 SNS에 올라오는 사진,

예약 대기 한 달,
리뷰에는 '디저트 먹으러 또 가고 싶어요'
이 모든 덕분에 레스토랑 전체 가치가 높아졌죠.


그런데 어느 날, 대표가 말합니다.

“디저트 셰프만 따로 가게 차릴 거예요. 이름은 B 레스토랑입니다.”
“상장도 준비 중이에요. 그 전에 투자 좀 받을 거고요.”

그러면서 ‘pre-IPO’라는 멋진 말을 합니다..


제가 투자를 하고서 잘 나가게 됐는데, 갑자기 잘 나가는 사업이 다른 사람 몫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pre-IPO란 ‘이별 준비’일지도 모릅니다.


pre-IPO는 상장 전 투자유치라고 합니다.
비상장한 기업에서 pre-IPO를 한다면, 함께 잘 되기를 기대하면 투자를 고려해 볼 시점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상장 기업에서 pre-IPO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잘되던 부문만 따로 떼어 새 회사 만들고, 투자받고, 나중에 상장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pre-IPO가 비상장 기업에서 사용하던 단어의 이미지 때문에 좋은일을 기대하는 어감이지만,
상장기업이 이 단어를 쓴다는 것은 실제로는 주주에게 돌아올 성장의 몫이 다른 테이블 위에 놓이는 구조예요.


이건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기존 주주와의 조용한 이별 선언


카카오 사례 1 - 카카오페이

카카오에서 금융을 담당하던 자회사,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경영진이 대거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주가는 급락했고, 투자자 신뢰는 무너졌습니다.

"회사는 잘됐는데 왜 내 계좌는 초라하지?" 주주들 입에선 이런 말이 나왔죠.


카카오 사례 2 - 카카오엔터테인먼트(비상주식)

2023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약 1조 1,500억 원을 pre-IPO 형태로 투자했습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무려 11조 원.
그런데 상장이 미뤄지면서 그 투자금이 ‘부채’로 남아 카카오가 갚아야 할 돈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카카오엔터를 아예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죠. 카카오엔터를 기대하고 카카오에 투자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되면 사업을 따로 떼어 분리 상장해서 일부 투자자만 이익을 누고, 잘 안되면 책임은 카카오 전체가 함께 지는 꼴입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한국에서 벌어질까요?

애플은 자회사를 따로 떼어 상장하지 않습니다.
애플스토어, 애플칩, 애플카가 있어도 그건 ‘애플’ 안에서 함께 자라죠.

그래서 애플에 투자하면, 전체 성장의 과실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조금만 잘 나가면
'떼서 따로 키우자'가 기본 전략처럼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부분 pre-IPO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시작되죠.

이런 분할 상장 구조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국 ‘Korean Discount’를 만들어냅니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1일 오후 03_31_1722.png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한 줄

상장기업에서 pre-IPO 뉴스는 축하가 아니라 경계의 신호입니다.
회사가 커지는 일이지만, 당신의 주식이 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0화마늘과 론스타, 그리고 한-미 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