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에 투자한 사람들은 정보를 신뢰하고 패가망신했다.
"이번엔 정말 확실하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확인해주고, 기업이 정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각종 MOU가 체결되고, 언론이 앞다퉈 보도한다. 이보다 더 확실한 호재가 또 있을까?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 '확실함'은 종종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2023년,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여한 두 회사가 있었다. 웰바이오텍과 삼부토건. 이들은 '우크라 재건주'라는 테마로 묶이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부토건: 1,000원대 → 5,500원 (약 5배 상승, 2개월)
웰바이오텍: 1,400원대 → 4,800원 (약 3.4배 상승, 동기간)
윤석렬이 예고없이 우크라이나를 만나고 국토부장관 원희룡이 축사를 하는 사업에서 사진을 찍은 기업 오너, 지자체와의 양해각서, 국제 포럼 참석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실질적인 사업 추진 의사도, 구체적인 이행 능력도 없었다. 오직 주가 상승을 위한 치밀한 시나리오였을 뿐이다.
결과는? 내부자들이 369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현재 관련자들은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대기업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위험하다. 신세계그룹의 사례를 보자.
2018년, 신세계는 SSG닷컴 상장을 위해 사모펀드로부터 1조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이 돈의 성격은 사실상 '채권'에 가까웠다.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1조원을 고스란히 되갚아야 하는 풋옵션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SSG닷컴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IPO도, 목표 실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1조원을 갚아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2024년 11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연합해 만든 SPC(특수목적회사)가 1조1,500억원에 SSG닷컴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갚아야 할 채권이 순식간에 투자금으로 탈바꿈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에 은행들이 세금으로 1조원 넘게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이것이 한국 시장의 현실이다.
태영건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2023년 말, 대규모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정부와 채권단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했다. 건설공제조합은 1조원 이상의 보증한도를 유지했다. 거래정지 된 기업이 공적자금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세금이 도와주는 예측 불가 사례들은 이외에도 자주 있고, 허위공시로 돈을 벌고 나중에 벌금으로 마무리되는 기업의 사례들도 항상 있습니다.
사기꾼들이 자주 쓰는 전환사체(CB)의 공시를 주의깊게 봐야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깨달아야 할 진실이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의 실적, 미래 전망, 산업 분석 같은 것들로 주가를 예측하려 한다면? 당신은 이미 게임에서 졌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가'이다.
당신이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 그 정보는 이미 내부자들에 의해 충분히 활용된 후다. 언론 보도가 나오고, 정부 발표가 있을 때쯤이면 게임은 이미 끝나가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이 차트를 보고 기업 분석에 매달릴 때, 진짜 큰 손들은 정치인, 관료, 기업 경영진과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주식은 투자가 아니라 '협상의 결과물'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개미투자자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당신의 분석력과 예측력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 말이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정보'와 '분석'은 생각보다 무력하다.
이 시장은 기업가치와 주가가 연동되는 곳이 아니다. 특정 세력들이 만든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카지노에 더 가깡다. 그 시나리오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의 문제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할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전략을 바꿔야 한다.
첫째, 확신을 경계하라. 확실해 보일수록 더 의심해야 한다. 웰바이오텍과 삼부토건을 보라.
둘째, 큰 그림을 읽어라. 개별 기업보다는 정치적, 정책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셋째, 빠르게 움직여라. 이 게임에서는 타이밍이 전부다. 너무 늦게 들어가면 호구가 되고, 너무 일찍 나가면 수익을 놓친다.
넷째, 분산하라. 한 방에 승부를 걸면 안 된다. 이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다.
아무리 주식시장이 불확실성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지만,
사기꾼들이 꾸며놓은 판의 예측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뜻은 아니어야지..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조작을 한 번이라도 하면 패가 망신한 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심판들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서로 미루면서 주가조작 문제를 판정하지 않습니다. 권력이 관여될수록 심판들은 '바보'가 됩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각성이어야 한다. 게임의 규칙을 모르고 뛰어드는 것과 알고 뛰어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당신의 돈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이 시장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진짜 투자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