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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했을까?(1)

엄마, 85번째 생일을 축하해...

by 메멘토 모리

엄마, 엄마는 늘 나보고 내 아들로 태어나 주어서 고맙다고 했지?

나도 고마워, 엄마가 내 엄마라서...

엄마, 오늘은 멀리 있는 이곳 태안 안면도에서 아파 누워있는 엄마 생각을 했어. 그리고, 엄마 계신 곳을 바라보고 기도했어. 엄마 아프지 않게 오래오래 제 곁에 있게 해달라고...

다음 주가 엄마 85번째 생일이야. 알고 있어? 엄마 자식들 오 남매가 오늘 톡을 했어. 엄마 생일에 어떻게 할 것인지... 엄마생일, 아빠생일, 명절, 제사 이렇게는 우리 가족 모두 모여야지

언제부터인가 내 생일날 생일축하 전화가 없는 엄마를 떠올려 보았어. 그리고, 지난 명절에 엄마방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보았는데 그 달력에 내 생일을 포함해 그 어떤 기일도 표기되어 있지 않았어.

예전 달력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내 생일날 ‘둘째 아들 생일’이라고 적혀 있었고, 나는 그 달력을 볼 때마다 웃곤 했지. 엄마는 그 달력을 보고 아침 일찍 “아들아 생일 축하해. 고맙다.”라는 전화를 했었지.

이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이 든 엄마에게, 어제 나를 보았는데 오늘은 “둘째 아들 오랜만에 본다.”라고 말씀하시는 엄마에게 내 생일을 기억해 전화 주시는 것을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이겠지.



엄마가 하늘나라 가시면 엄마와의 기억이 사라질까 봐 엄마와의 추억을 끄집어 내 엄마 자서전을 쓰고 있어. 이제 거의 다 썼어. 쓰는 내내 눈물이 났어. 자서전을 쓰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엄마는 행복했을까?”였어... 엄마가 행복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아들, 나를 보며 웃음이 나오곤 했어.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잖아. 엄마에게도 꿈이 있었을 텐데... 이제 생을 정리해야 하는 엄마는 삶에 후회는 없을까? 엄마 자서전을 쓰는 내내 그 생각을 했어.

갈색 심플한 가족 감성 문구 인스타그램 게시물.png

자서전을 쓰는 내내 56년 엄마의 아들로 살아온 나, 56년 나의 엄마로 살아오신 엄마의 삶을 떠올리며 웃고, 울고, 그러면서 행복했어.

5월에 우리 가족 모두 모여 그 엄마 자서전 출간 기념회를 하려고 해. 엄마 생에 단 한 번이라도 엄마가 주인공인 그런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 그래서 우리 오 남매가 준비한 거야

나의 기억 속에 또렷하게 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엄마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해... 더 늦기 전에, 더 잃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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