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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했을까?(2)

아빠의 딸이 된 엄마...

by 메멘토 모리

짜파게티 해줘요, 한라봉 까줘요, 단팥빵 사 와요...


엄마가 아빠에게 하시는 말이다. 아프신 엄마는 아기가 되었다. 엄마는 혼자 힘으로 하실 수 있는 것이 없다. 엄마는 아빠의 어린 딸이 되었다.

85살 엄마는 88살 아빠가 없으면 안 된다. 엄마가 노환으로 아프신 후 아빠가 엄마를 돌보신다. 평일 낮에 간병인이 잠시 왔다 가지만 결국 엄마의 병시중은 아빠 몫이다. 자식들은 그저 잠시 들러 얼굴 뵙는 것이 전부일뿐...

엄마 자서전을 쓰며 엄마에게 “엄마, 아빠 좋아해?”라고 물었더니, 엄마는 “아비야, 네 아버지 없었으면 난 벌써 죽었다. 네 아버지는 내 생명의 은인이란다.”라는 말에 엄마의 아빠 사랑을 본다.



엄마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고, 목욕시키고, 아침·점심·저녁을 챙기고, 이발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 주시는 아빠... 두 분이서 정겹게 대화 나누는 것을 볼 때마다 세상의 모든 평화는 우리 집에 있는 것 같다.

엄마를 돌보면서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는 아빠, 그런 아빠를 보며 진정한 부부가 무엇인지 본다. “부부는 서로를 닮아 간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의 엄마, 아빠가 그런 것 같다.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 삶. 오로지 본인의 역할에 집중한 삶.

Happy Mother's Day Facebook Post.png

85년을 살아오면서 우리 가족을 위해 죽을힘을 다하신 엄마, 내 기억에 엄마 삶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간절함’이다. 이제 몸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셨기에 살아계신 것이 신기한 엄마, 다시 아가로 돌아가신 엄마, 그 엄마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다시 아가로 돌아가 아빠의 딸이 된 엄마. 내 기억 속에 엄마의 간절함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본다. 그러면서 난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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