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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했을까(7)

여보, 나 하늘나라 가면 꼭 안아줘요

by 메멘토 모리

“당신 하늘나라 가고 난 후 너무 힘들었어요. 나 하늘나라 가면 나 꼭 안아줘요”라고 말씀하시며 어르신은 우셨다.

지난해 어르신 자서전 쓰기 사업을 할 때 뵈었던 87살 어르신을 기억한다. 한글을 배우지 못해 인터뷰를 통해 자서전을 작성하였다.

2남 2녀의 자식 중 아들 둘은 일찍이 하늘나라로 가셨고, 남편은 낙상사고로 30년을 앓다가 17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고 한다. 따님 한 분은 신장투석을 받고 계시며, 고등학생인 손녀딸을 홀로 키우시고 계셨다. 삶의 아픔이 폭포처럼 흘러내리시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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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을 방문하면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 주시던 어르신. 살아온 날들을 나에게 들려주시며 “이 촌구석까지 와 내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마워요.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꾸 눈물이 나요. 미안해요.”



살아오신 87년을 차분하게 이야기하시며 때로는 환하게 웃으시고, 때로는 긴 한숨을 내시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셨다. 특히, 아드님 두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 남편분이 소천하셨을 때의 아픔을 이야기하실 때 많이 우셨다.

남편분이 돌아가시고 17년 동안 시골집에서 손녀딸과 살아온 이야기를 하실 때 “진정한 외로움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으로 응어리진 외로움” 그 외로움을 그림으로 그려내셨고, 어르신이 그린 그림을 보며 한 인간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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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하지요. 엄마로, 아내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어요. 아들도 남편도 꿈에 나타나면 저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합니다.”



5번의 인터뷰에 3번은 내가 먼저 울었고, 2번은 어르신이 먼저 우셨다. 마지막 인터뷰는 나도, 어르신도 너무 눈물이 나 인터뷰를 겨우겨우 마무리하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늘 집 앞 멀리까지 마중을 나오신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주셨다. 마지막날 인터뷰를 하고 할머니 배웅을 받을 때부터 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났다. 그날 나의 일기에 “어르신 그간 살아오시면서 너무 애쓰셨어요. 남은 생 손녀와 행복하세요. 그리고 하늘나라 가시면 남편분께서 꼭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쓰여있다.

지난해 어르신들 자서전을 쓰면서 느낀 것은 우리 모두는 지구보다 더 크고 우주만큼 크기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다만 그 아픔과 사연을 마음속에 품고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마워요. 살아오면서 내 한평생을 이야기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도 선생님이 유일합니다. 이제 더는 여한이 없습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지난해 어르신 13명의 자서전을 쓰면서 “한 사람의 삶이란 것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구나”라는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

오늘 아침은 어르신의 눈물과 집 앞에서 손을 흔들며 보내주신 환한 웃음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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