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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현장실습에 사회복지사 꿈을 포기해야 할까요"

현장 실습비 과다 요구, 발급비 안 냈다고 확인서 발급 안해준 실습기관

by 이영일

인천에 사는 40대 보육교사 최 모씨.


보육교사로 미혼모 가정 아이와 자폐 아이등 장애아와 정상아를 함께 돌보며 아동복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최씨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어렵게 공부했고 올해 사회복지 현장 실습만 끝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최씨가 평일에 현장 실습을 받기는 어려워 주말에 가능한 곳을 백방으로 찾아 보았으나 하늘에 별따기. 인천에 있는 모든 기관에 다 전화를 했지만 대부분 다 거절해서 낙담하고 있는 최씨에게 한가닥 희망이 생겼다. 인천 서구 관내에 위치한 S노인복지센터가 주말 현장실습을 받아주기로 한 것.


너무 기뻤던 최씨는 3월 7일 토요일 저녁 5시 20분에 “당장 와 보라”는 연락을 받고 S센터를 찾았다. 찾아가면서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저는 주말중에서도 토요일만 실습을 할 수 있습니다. 일요일은 못해요” 라고 문자를 남겼다. S센터측도 “네, 조심히 오세요”라고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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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찾아간 S센터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자격관리센터에도 등재된 사회복지 현장실습 선정기관이라 최씨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습비는 15만원에 실습 지도자는 3명.


사회복지 현장실습비가 51만원, 결재처도 다른 기관명


최씨가 S센터를 방문했을때는 센터장 한명만 있었다. ‘첫날이고 토요일 저녁이니 다 퇴근했나보다’ 생각했는데 센터장은 ‘실습비가 50만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센터장이 50만원을 내야 한다는 이유는 ‘최씨가 주말에 토요일에만 실습을 하기 때문에 1명의 인력을 최씨가 3개월동안 끌고 있어야 하니 3배는 내야한다’는 것.


이상함을 느낀 최씨가 그냥 나오려고 하자 센터장이 계속 설득도 하고 못 가게 잡으며 신용카드라도 계산을 하라고 해 독촉했다. ‘어차피 현장 실습은 해야 하니 이왕 하기로 한 것 해보자’며 카드로 계산을 했는데 수수료가 1만원이라며 51만원을 결재했다고 최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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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과정에서 센터장이 결재한 신용카드 결재처는 S센터가 아니라 ○○평생교육원이었다. ○○평생교육원의 책임자는 바로 이 센터장.


센터장은 최씨가 재학중인 평생교육원에서 '왜 실습비가 50만원이나 되냐고 혹시 물으면 OT 참관비라고 말하라‘고 했다고 최씨는 증언한다. 조금은 찜찜했지만 그렇게 3월 13일부터 5월 15일까지 3개월간 매주 토요일 현장실습을 진행하게 된 최씨. 하지만 그것이 황당함과 억울함의 시작이었는지 최씨는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실한 실습 내용에 지도교수 미팅도 대리 내세워, 확인서 발급비 10만원도 요구


센터장은 이후 다른 사람의 일지 10일치와 종결평가서 등 실습과정에 필요한 몇가지 서류 사본을 주고 ‘보고 베껴 쓰던지 조금 다르게 쓰던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최씨는 증언한다. 센터에 가서 하는 일이라곤 실습일지에 걸맞는 사진을 찍는 일이 전부였다는 최씨.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평생교육원 실습 지도교수가 실습기관을 방문하기 곤란해 온라인으로 실습기관장을 만나는 날이 있었는데, 센터장이 바쁘다고 다른 실습생을 센터장이라며 지도교수와 인사시키도록 했다. 최씨는 물론, 다른 실습생들도 서로 못하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시간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최씨는 “실습 지도교수님을 실망시켜드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었다”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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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토요일 현장 실습이 지나면서 ‘이래도 되나’ 회의를 느낀 최씨. 하지만 어떻게든 실습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씨는 주어진 시간을 채워갔다. 그리고 S센터에서 제시하는 과제나 일지등을 다 마친 6월 3일. 다음날인 4일까지 최씨의 평생교육원에 마지막 실습확인서만 제출하면 되는데 센터장은 10만원을 더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확인서에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고 했다.


1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센터장은 ‘최씨에게서 받은 50만원이 생각해보니 너무 적어서’라는 것. 최씨는 황당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지금은 현금이 없으니 다음주에 계좌로 넣어 드리겠다’고 했으나 ‘돈이 없으면 카드 결재라도 하라’는 센터장에 어이가 없었다는 최씨.


결국 최씨는 모든 현장실습 과정을 마치고서도 10만원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 실습 확인서를 받지 못해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하지 못했다. 최씨가 이러한 사실과 억울함을 평생교육원측에 토로하자 평생교육원측도 ‘너무 황당해 하셨다’고 최씨는 말한다.


최씨가 다니는 모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측에서는 최씨의 억울한 상황임을 이해하고 한번 더 현장실습을 받게 배려해 주었다. 최씨는 지금 또 토요일에 실습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사실상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포기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해당 센터장, “자격증 못딴 것은 해당자가 잘못한 것, 나는 억울하다”


한편 S노인복지센터 A 센터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실습비는 분명 15만원이었다. 나머지는 최씨와의 계약서 날인에 따른 상담료 명목이었고 계약서도 존재한다”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최씨는 "처음에 실습비 계약서를 썼다면 나에게도 한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나는 그런 걸 협의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A센터장은 확인서 발급조로 요구했다는 10만원에 대해서는 “그런적이 절대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 센터장은 “최씨가 인지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지도가 힘들었고 실습 태도도 좋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최씨가 실습을 다 받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것은 최씨에게 문제가 있어서이지 우리 센터 실습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라며 부실 실습이라는 최씨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최씨가 다른 실습생등을 선동해 민원이 야기되기도 했었지만 최씨를 위해 참고 성실히 지도해줬고 확인서도 몇 번이나 발급해 주었다”는 A 센터장은 “현장 실습은 S센터에서 받는데 결재는 왜 ○○평생교육원으로 하냐”는 필자의 질문에 “어떻게 모든 작업장에 카드기를 놓느냐, 내 얘기를 하나도 빼지 말고 전부 써주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격한 반응도 보였다.


한편 지난 21일, 51만원에 대한 계약서를 필자에게 보내 확인시켜주겠다던 A 센터장은 사흘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계약서를 보내주지 않다가 24일 오후 3시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와 "내가 언제 계약서를 보내준다고 했냐. 그런적없다. 확인서를 보내준다고 했지.."라며 끝내 계약서 공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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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센터장은 다음날인 6월 22일, 최씨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학교에서 실습 처리가 되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현장 실습 미인정 책임을 학교측에 전가하는듯한 말과 함께 55만원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현재 증거자료 분석중, 사안에 따라 경찰 고발할수도”


현재 최씨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민신문고에 이같은 내용을 올린 상태. 최씨의 국민신문고 민원은 보건복지부와 인천 서구청으로 각각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청 노인복지과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구는 1년에 한번 장기요양기관으로서 운영을 잘 하는지 지도점검을 하지만 사회복지사 현장 실습 관계는 우리 소관이 아니여서 한국사회복지사협회로 이송했다”고 밝히고 “혹시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연락이 오면 지도감독을 할지 여부를 판단해 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구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센터에 대한 부실 현장실습에 대해 인지한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조만간 자격관리위원회를 열고 S센터에 대한 논의 부실 실습에 대한 검토 및 자격관리 강화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협회는 지난 2020년 1월 1일부로 논란이 된 S노인복지센터에 사회복지현장실습기관 선정 확인서를 발급했었다.


협회 이 모 본부장은 “사안에 따라서는 경찰 고발도 할 수 있지만 아직은 증거자료가 부족하고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 경찰 고발은 하지 않은 상태이고 보건복지부랑 협의중이다”라며 “S센터가 과도한 실습비를 받고 실습 지도도 부실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최모씨, “이런 곳에서 실습 받은 사람들이 사기꾼밖에 더 되겠느냐”


“제가 실습 할때 서울에서 오신 아주머니,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하는 학생, 조선족 아주머니도 보았습니다. 그중에는 컴퓨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센터장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너무 답답해 하던 그분에게 내가 도와준 건 제가 제 옷을 빌려주고 실습일지에 맞는 사진을 함께 찍어 주었던 것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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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발, 없는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아껴서 사는 서민들 눈에서 눈물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S센터 같은 곳에서 현장 실습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서 사기꾼밖에 더 되겠느냐”고 억울함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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