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개선 권고 이미 2020년 나왔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학교
정규직 교사의 휴직이나 복직 일정에 따라 기간제 교사의 계약이 언제든 흔들리는 학교 현장의 인력 운영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계약 기간을 명시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며 공공부문인 학교가 오히려 불안정 노동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 현장에서 반복되는 기간제 교사 계약 중도해지 문제가 단순한 개별 분쟁을 넘어 법·제도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계약기간 명시했지만 현실은 ‘조건부 고용’...사실상 해고가 관행처렁 '횡횡'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보면 학교 측이 일정 기간 근무를 약속하며 채용했지만 전임 교사가 예상보다 빨리 복직하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한 교사는 장기 근무를 전제로 이사까지 했지만 근무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직을 요구받았고,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계약 만료 수개월 전 방학 직전에 계약이 종료됐다.직장갑질119는 이를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의 근로기간이 계약서가 아니라 ‘전임자 복귀 시점’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는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는 것.
현행 근로기준법상 계약기간이 정해진 근로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기간 만료 전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전임자 복직’을 이유로 한 계약 종료가 관행처럼 인정돼 온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노동위원회 역시 정규교시 복귀에 따른 계약 해지를 불가피한 사정으로 판단하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렸다. 법률적으로는 해고에 해당하지만 사용자 사정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정당성이 인정된 셈이다.
하지만 직장갑질119는 “기간제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사용자의 사정에 따라 계약 기간이 무한정 무력화되거나 임의 조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형태의 중도 계약해지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는 순간 계약제 노동자의 권리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과 충돌하는 ‘전임자 복직’ 논리에 대한 개선 권고에도 현장은 왜 변하지 않나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2020년 ‘기간제교원 중도 해고 관련 불공정 관행 개선방안’을 통해 전임자 조기 복직 시 자동 계약해지를 허용하는 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당시 기간제 교사의 계약기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관행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지만 권고는 강제력이 없었고 교육 현장의 인력 운영 방식은 거의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는 여전히 학사 운영의 예측 불가능성을 이유로 기존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제도 개선 없이 현장 자율에 맡겨진 구조가 문제를 반복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최근 모든 공공기관의 1년 미만 계약 관행에 대해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를 편법으로 본 것. 퇴직금 지급 회피나 인건비 관리 편의를 위해 계약기간을 조정하는 방식이 공공부문 전반에서 문제로 지적된 것도 이런 지시의 배경이 된다.
직장갑질119는 “공공부문의 인력 운영에서의 편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런 원칙은 학교 현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야 한다. 채용 공고나 계약서에 전임자 복직을 이유로 계약을 자유롭게 중도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직장갑질119 김현근 노무사는 “휴직한 전임자의 조기복직은 얼마든지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일상적인 사정임에도 장기간 이를 기간제 교사 해고로 대응해 온 학교 측의 대응에 면죄부를 주는 판단은 문제가 있다”며 전임자 복직을 이유로 하는 중도해지 조항 자체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을 잠탈하려는 시도라 주장했다.
기간제 교사는 학교 운영을 유지하는 필수 인력이지만 현재 제도에서는 가장 쉽게 교체 가능한 존재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계약을 통해 고용됐지만 계약이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교육 현장 전체의 노동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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