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을 성희롱이라 못 한다”…직장 내 충격적 현실

직장갑질119·엔딩크레딧 사례 분석, 사각지대 4선 확인

by 이영일
photo_2026-03-06_12-10-51.jpg ▲직장갑질119가 6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성희롱을 성희롱이라 하지 못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직장갑질119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성희롱 사각지대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특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하청 노동자, 사용자 친인척 등에 의한 성희롱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2022년 6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접수된 상담·제보와 방송 제작 현장의 성폭력 실태조사 사례를 분석한 결과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 드러나는 네가지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인 대표 성희롱은 과태료 대상 아냐”…첫 번째 사각지대


첫 번째 사각지대는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에 의한 성희롱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 고용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 조항이 ‘사업주’에 한정되어 있어 개인사업주의 성희롱은 처벌 대상이지만 법인 대표의 성희롱은 과태료 대상이 되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법인 대표가 성희롱을 직접 지시하거나 가해자인 경우 회사 내부 조사 자체가 사실상 ‘셀프 조사’와 ‘셀프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제보자는 “사장이 여성 직원들에게만 커피 심부름과 설거지, 과일 손질을 반복적으로 시켰고 문제를 제기해도 ‘사장이 원하니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 “신고할 곳도 없다”


두 번째 사각지대는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가 겪는 성희롱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계약 형태가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것.

225756_227875_5658.jpg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 활동가들이 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중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직장갑질119


위원회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방송 제작 현장에서 감독이 반복적으로 개인 술자리에 부르고 성희롱 발언과 신체 접촉을 했지만 문제를 제기할 경우 팀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 제기가 막히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제작 책임자가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며 음담패설을 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계약을 끊은 경우도 있었다.


원청 직원이 하청 노동자 성희롱해도 법 적용 어려워


세 번째 사각지대는 원·하청 노동자 간 성희롱이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은 동일 사업장 내 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원청 직원이 하청 노동자를 성희롱해도 법 적용이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 하청업체 노동자는 원청 대기업 담당자의 지속적인 성희롱과 갑질을 문제 제기한 뒤 “재발 방지를 약속받았지만 이후 원청이 업체 계약을 끊고 사실상 자신을 내쫓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친인척 가해도 실질적 조사 어려워


네 번째 사각지대는 사용자의 친인척에 의한 성희롱이다. 가해자가 사업장 직원이라 하더라도 사용자 가족일 경우 피해자가 공정한 조사와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규모 회사에서 근무한 한 제보자는 대표의 아들이자 회사 실장이 지속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고 신체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항의하자 “권고사직 처리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대표에게 문제를 알렸지만 “대화로 풀라”는 말과 함께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 제기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성희롱 피해자, 신고도 못 하고 회사를 떠난다”


위원회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사용자 친인척에 의한 성희롱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 ▲원청의 성희롱 예방·조치 의무 부여와 신고 보복 금지 ▲ILO 제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 비준 ▲직장 내 성희롱 보호 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위원장인 여수진 노무사는 “작은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일수록 성희롱에 더 취약하지만 원청 직원, 사용자 가족, 프리랜서 사용자 등에 의한 성희롱은 법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법이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성희롱을 성희롱이라 하지 못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사례 발표와 함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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