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회 호화 혈세여행 논란

경실련, 전국 17개 광역의회 해외출장 실태 전수조사 결과 발표

by 이영일
KakaoTalk_20260331_114931457.jpg ▲경실련은 3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국 17개 광역의회의 해외출장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영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전국 광역의회 의원들의 해외출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출장 보고서에 비용까지 포함, 공개된 비율이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한 ‘깜깜이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경실련은 지방의회 해외출장 관리기준·공개항목 표준화와 전체 의회에 동일 적용, 출장계획서·결과보고서에 필수 정보 의무 공개 등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3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국 17개 광역의회의 해외출장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외출장은 반복적으로 외유성 논란이 제기돼온 대표적인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출장 558건에 128억 사용···의원 96% 참여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광역의회 해외출장은 총 558건, 참여 의원은 중복 포함 3282명에 달했다. 전체 의원 904명 중 871명(96%)이 최소 한 차례 이상 해외출장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27356_229636_392.png ▲지방의회별 해외출장 자료 공개 현황. 경실련


총 출장일수는 3,705일, 총 예산은 128억 4,616만 원이었다. 평균적으로 한 번 출장에 약 6명이 참여해 6.6일간 머물며 약 2,3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된 셈이다.


의회별로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67건), 대전광역시의회(30건), 광주광역시의회(24건)가 상대적으로 출장 횟수가 많았다. 참여 인원 역시 제주(322명), 경남(299명), 대전(111명) 순으로 나타났다.


“공개는 하지만 핵심 사항은 누락”···보고서 비용 공개 16%


문제는 투명성이었다. 경실련 조사 결과 출장계획서는 비교적 공개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사후 검증의 핵심인 결과보고서는 사실상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계획서의 경우 558건 중 85%가 공개됐고 비용까지 포함한 완전 공개율도 84% 수준이었다. 반면 결과보고서는 공개율 자체는 97%로 높았지만 비용까지 포함된 완전 공개는 95건(16%)에 그쳤다.


배정현 경실련 정치입법팀 간사는 “보고서는 공개돼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예산 정보가 빠져 있다. 이는 단순한 공개 부족이 아니라 사후 검증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일부 의회는 결과보고서에 예산 항목 공개율이 0%에 가까운 사례도 확인됐다.


227356_229637_3944.jpg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 이영일 기자


특정 의원 ‘반복 출장’···최다 16회


출장이 일부 의원에게 집중되는 현상도 드러났다. 전체 의원 중 7회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6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회 이상 출장자는 8명, 최다 출장자는 16회에 달했다.


경실련은 9회 이상 출장을 다녀 온 의원으로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원(9회), 강원도의회 심영군 의원(9회), 제주도의회 강경문 의원(10회)·강철남 의원(9회)·강충룡 의원(10회)·김경학 의원(16회)·김대진 의원(10회)·오승식 의원(9회)·원화자 의원(9회)·이정엽 의원(9회)·임정은 의원(10회)·하성용 의원 (9회), 부산시의회 강철호 의원(9회)·안성민 의원(14)의 명단도 공개했다.


경실련은 “해외출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특정 의원의 반복적 출장은 목적과 필요성, 의정활동과의 연관성을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유성 논란보다 더 큰 문제는 셀프 심사 구조”


기자회견에서는 해외출장의 본질적 문제로 ‘투명성 부족’과 ‘심사 구조’를 지목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지방의회 해외출장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계획은 있는데 결과가 없거나 결과는 있어도 비용이 빠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27356_229639_4031.png ▲지방의회별 해외출장 현황. 경실련


또 “일부 의회에서는 보고서 양식조차 통일되지 않아 한 장짜리 보고서도 존재한다”며 관리 기준 부재를 지적했다.


경실련은 특히 현재의 해외출장 심사 구조가 ‘셀프 심사’라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의장이 심사기구에 포함되는 구조로 인해 객관적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128억 쓰고도 검증 불가”···제도 개선 요구


경실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장 계획서·보고서 공개 기준 표준화 ▲예산 포함 필수 정보 의무 공개 ▲반복 출장 심사 강화 ▲외부 인사 참여를 통한 심사 구조 개선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서 팀장은 “128억 원이 넘는 혈세가 사용됐지만 비용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이 어떻게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겠느냐”면서 “지금의 구조는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의회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의정기관인 만큼 상식에 부합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경실련의 발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반복돼 온 해외출장 논란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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