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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유품만 덩그러니..” 이태원 유실물센터

1,00여점 유품중 반환율 20%, 찾아오는 유가족도 급감

by 이영일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는 적막감으로 가득찼다. 기자가 센터를 찾았을때는 유실물을 찾으러 온 유가족이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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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유실물센터 바닥에는 사망자 또는 부상자가 잃어버린 물품들이 여전히 가득 차 있었다. 외투, 신발, 모자, 핼로윈 소품, 가방, 신용카드, 심지어 신분증까지 주인 잃은 물품들이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 있었다. 상표도 채 떼지 않은 외투도 눈에 보였다.


가발, 인형, 망토, 마스크 등 핼러윈용 물품들에는 핏자국인지 아니면 분장용 액체인지 모를 핏빛 얼룩이 진 모습도 가슴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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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나열된 물품들은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등이다.


옷들은 사람들의 밟힌 자국, 먼지와 흙자국등으로 더렵혀져 있었다. 사고 당시 넘어지고 쓰러지며 뒹굴며 생긴 흔적들로 참사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신발들은 짝이 없는 것도 많았다.


옷과 가방, 신발들은 누가 봐도 젊은이들의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한 구역 한 구역 물품들을 살펴보던 기자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유가족의 품으로 언제 돌아갈지 미지수인 주인 잃은 물품들이 억울한 희생자들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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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한 유가족으로 보이는 부구 내외가 센터를 찾았다. 센터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외투를 찾아 나섰는데 검은색 외투였다. 부부 내외는 유실물센터를 방문한지 5분도 되지 않아 딸의 것으로 보이는 검정색 외투를 찾아냈다.


밟히고 더러워진 외투를 부여안고 어머니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이내 오열했다. 통곡 소리는 체육관 전체를 뒤덮었다. 너무나 슬픈 울음 소리에 구청 관계자와 경비를 서는 경찰 모두가 비통함에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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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질문도 하기 어려웠다. 먼 발치에서 망부석처럼 굳어 서서 부부를 바라봤다.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슬픔을 토해내는 어머니 앞에서 마치 기자가 죄인이라도 된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유실물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어제 오늘 유가족들이 물품을 찾으러 오긴 했지만 저번주보다는 거의 찾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많은 사람들이 물품을 찾아갔지만 발걸음이 급감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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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유실물센터에는 아직 6일 찾아가지 않은 유실물들이 많이 놓여있다. 센터 관계자는 당초 1,000여점의 물품중에 현재 700여점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유실물 반환율은 20% 정도다.


한편 희생자들의 유품중 유독 고가의 귀금속이나 현금이 든 지갑은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가족들이 하나라도 더 유품을 찾고 싶어하지만 센터에는 그런 물품들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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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참사 현장에서 물건들을 가지고 갔다”는 목격자 증언도 나오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지난 삼풍백화점 참사당시 사고 현장을 뒤지며 물건들을 챙기던 악마가 떠 오른다는 말도 나오는 지경이다.


유실물센터는 당초 6일에서 13일까지 연장 운영된다. '로스트 112'에서 물품의 검색도 가능하다, 13일 이후에는 별도로 유류품을 보관하게 된다.


하루빨리 이 쓸쓸한 센터에서 물품들이 주인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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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gonews.kr/136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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