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서강대 곤자가컨벤션에서 창립 기념식 및 후원의 밤 열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창립 33주년를 맞았다.
경실련은 지난 9일, 서울 서강대학교 곤자가컨벤션에서 경실련 회원 및 후원회원, 연대단체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침울한 분위기속에서도 경실련이 우리 사회에 기여해 온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경제민주화운동, 나아가 공정사회를 위한 운동 방향을 다짐하는 분위기였다.
군사독재 정권의 호헌 조치에 맞서 온 국민이 나선 1987년 6월 당시 6월 항쟁은 우리사회 개혁의 기운을 사회 전면에 등장시킨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88년 서울올림픽의 화려함 뒤에도 도시 무주택 서민의 생존을 위한 고통은 계속 되었다.
부동산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이 다수의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박탈감과 생계위협 속에 몰아 넣었던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제정의의 기치를 내걸고 시민운동의 첫발을 내딛었다.
경실련이 지향하는 경제정의는 우리 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경제적 불의(부동산투기, 정경유착, 불공정한 노사관계, 농촌과 중소기업의 피폐, 부와 소득의 불공정한 분배,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혁을 통해서 경제적 공의(Economic Public Justice)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가져야 하는 기본 가치는 바로 “자유, 평등, 민주”이라고 경실련은 설명한다.
김태룡 경실련 공동대표는 “경실련이 33주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는 “경실련이 30여년동안 경제정의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아직 경제정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경실련이 추구하는 한축인 사회정의와 함께 경제정의와 사회정의가 아우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매진하겠다”며 향후 경실련 운동의 전망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시민단체가 30여년전에 본격적 시민사회운동을 시작할 때 새로운 모형으로 출발했지만 줄곧 시민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측면에서 경실련이 보다 시민들에게 다가가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겠다. 시민 여러분들도 시민단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구체적 전략도 밝혔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33년동안 초심을 지키면서 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경실련도 밖으로 사회활동적 측변에서 역할을 해 왔지만 지금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나 체계를 변화시켜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신뢰받는 조직을 위해, 시민의 권리 확장을 넓혀갈 수 있는 그런 힘을 기르겠다”고 33주년을 맞는 소감을 밝혔다.
윤 총장은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를 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참사도 참사지만 참사 이후 더 크게 보는 것은 정부의 대처나 책임지는 자세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경실련도 재난안전분야에 대해 더 관심을 쏟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대단체에서 참석한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상임이사는 “국내에서 최초라고 볼 수 있는 경실련이 30년을 넘어서 의미가 크다. 지금 사회가 경제문제가 심각하다. 경실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연대의 고리를 부활시켜 강화해야 한다. 경제문제뿐 아니라 환경문제, 인권문제, 경제문제, 양극화, 비정규직, 부동산 문제 등 향후 경실련의 역할이 주목되는 시기라 응원의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정권 초기인데도 우려스러운 점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상식과 공정을 이야기했던 정부가 역진하는 것들, 환경문제만 봐도 모든 정책이 뒤로 가고 있다. 매우 우려스럽다. 소외계층이나 약자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현 정국을 진단했다.
한편 경실련은 창립 기념식에서 올해의 ‘경제정의실천시민상’ 수상자로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을 선정해 시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은 1989년 창립 이후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오고 있다.
녹색병원은 건강한 몸, 건강한 노동, 건강한 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의료 소외계층과 노동자가 위로받고 치유 받을 수 있는 안전망 병원, 인권병원, 환경병원으로서 공익적 의료 활동을 전개해 왔다.
경실련은 지역사회와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공익병원을 지향하며 노동자가 편안하게 돌봄을 받는 병원, 어느 누구든 건강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는 녹색병원의 노력과 헌신을 수상 이유로 밝혔다. 이 외에도 권오인, 체준하 경실련 국장이 20년 활동가 공로패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