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이 밥상’ 국수 나눔 인기, 주민공동체와 마을공간 역할 톡톡
서울 강북구 번2동의 어느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다 보니 이 지역 주민들의 작은 공간인 ‘하늘숲속 마을활력소(이하 마을활력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기존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을 위한 쉼과 배움의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지난 2018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7월부터 한달여간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할 당시 오현숲마을을 찾았고 이후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주민들의 건의로 서울시가 건립 계획을 세웠다.
마을활력소는 지하1층, 지상 3층 연면적 448.28㎡ 규모로 조성됐다. 지하 1층은 숲카페, 1층은 하늘부엌, 2층은 프로그램실, 3층은 체력단련실로 이용된다. 총 사업비는 26억여원이 들었다.
강북구도 적극 호응했다. 주민들이 직접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주민운영단 조직을 도왔고, 주민들도 하나씩 하나씩 주민 주도의 운영체계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았다.
마을활력소는 개관일인 2020년 11월 6일 이후 현재까지 순수하게 주민이 직접 운영한다. ‘하늘숲속’은 “잣나무 숲과 꽃샘길이 잘 조성된 오패산에서 하늘을 본다”는 의미라고 곽순애(49) 마을활력소 공간지기는 설명한다.
곽씨는 “코로나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개관이후에도 문이 닫혀져 있는 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공감대를 가진 주민운영단이 각자 재주들을 모았고 또 봉사자들도 참여해 현재 12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민들의 호응도 높아가는 추세다. 2022년 들어 이곳을 찾은 주민 수는 10월까지 6,748명으로 연말까지 1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말 그대로 마을의 활력소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주민들의 봉사와 기부라고 곽씨는 설명한다.
곽씨는 “ '딱따구리 마요네즈'라는 학부모 동아리가 있는데 이분들이 커피나 각종 차등을 떨어지지 않게 기부해 주고 계신다. 커피뿐만 아니라 국수도 기부해 준다. 본인들 돈을 내서 봉사하시는 너무 감사한 분들이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신한대 토지행정학과 2학년 이승민 학생은 “저는 일주일에 월요일과 금요일 2회를 오는데 프로그램도 많고 어르신들이 같이 모이시고 쉬시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하다”라고 봉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도 큭별한 일이 없으면 계속해서 봉사하겠다는 이 봉사자는 마침 이날 친구 한명을 더 봉사자로 데려왔다.
이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격주 금요일날 진행되는 ‘장금이 밥상’이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11일도 마침 국수를 나누는 날이었다. 관계자의 안내로 들어선 1층 하늘부엌은 아직 11시도 안 되었지만 육수를 끓이는 열기로 뜨거웠다.
국수 나눔은 주민운영단의 100% 봉사를 통해 운영된다. 마을활력소 안기철(61) 단장을 비롯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운영단 모두가 이곳 주민들이다.
주민운영단은 총 15명. 이중 11일에는 8명의 운영단원들이 국수 나눔에 분주했다. 안기철 단장은 “저도 어머님이 계신데 여기 오시는 분들이 다 아버지, 어머니 같다. 이 분들이 고생한다며 손도 잡아주고 국수도 너무 맛있다고 말씀해 주실때마다 뭉클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운영단중에서 왕언니라고 불린다는 83세 백금안님은 오늘 11회차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국수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백 할머니는 “여럿이서 함께 하니 힘들지도 않고 오히려 즐겁고 보람있다. 내 담당은 앙념간장, 고명 준비”라고 소개했다. 주위 분들은 “솜씨가 끝내준다”고 말했다.
육수 담당이라는 오길순(65)님도 “맛있게 먹어주는 주민분들을 보면 행복하고 즐겁다. 주민들이 찾아오실때까지 나도 계속해서 봉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반찬 담당이라는 김영숙(69)님도 “11시 반부터가 제일 바쁜데 누구하나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 반찬으로 나온 무김치도 옥상 텃밭에서 직접 키운 것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한다.
몇시간씩 국수를 헹구고 빠는 노을미(66)님은 "국수 나눔을 다 마치고 나면 손이 뿔어서 울퉁불퉁해진다"고 말한다. 이곳 공간지기인 곽씨도 "노을미님도 고생하시고 다른 분들도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다 고생하시는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써빙 담당이라는 막내 안영아(46)씨는 “당초 체력단련실(헬스장)을 이용하다가 운영단 모집을 보고 참여하게 됐고 국수 나눔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인터뷰를 하다가 “어서 오세요”라며 주민분들을 맞이했다. 안씨는 세대가 함께 하는 활력소를 위해서 학부모 동아리를 이끌며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활력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일꾼의 하나다.
국수나눔을 할때마다 오신다는 이 지역 주민 박 모(72) 할머니는 “이렇게 무료로 국수를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것도 다 자기 시간 쪼개서 나와 준비해주고 국수도 누가 기부한 것으로 해 준다고 하니 이렇게 고마운 곳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국수나눔을 할 때 참여인원은 60~70명선이었지만 지금은 170여명 정도가 꾸준히 오고 있다고 안 단장은 설명한다. 격주 금요일이면 운영단은 보통 9시에 나와서 2시경쯤 7~8시간을 봉사한다.
하지만 이분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전혀 없다. 서울시에서 지원되는 예산은 프로그램비 명목으로 1년에 350만원. 한달 지원비가 아니라 연 금액이다.
강북구에서는 공과금과 인건비 1명, 자원봉사자 차비 하루 1만원 정도를 지원한다. 이런 작은 지원으로도 마을활력소가 굴러가는 것이 기자의 눈으로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곳 관계자들과 봉사자, 운영단 주민들은 불평 한마디 없다. 주민들의 자발적 공간인 만큼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주민들의 참여와 봉사, 나눔과 기부로 운영되는 하늘숲속 마을활력소는 주민공동체와 마을공간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를 잘 설명하는 공간이다. 작은 국수 한그릇에 주민들은 서로 이어지고 관계의 끈을 만들어 나간다. 마을의 활력을 넘어 사람들, 주민들의 마음의 활력을 성장시키는 커뮤니티의 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살을 막 넘긴 마을활력소가 걸음마를 떼고 지역 주민들의 사랑과 나눔의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들과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더 확장된다면 보다 큰 시너지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