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수험생 엄마, 포옹하는 모녀, 50만 수험생 엄마 마음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4개 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아침부터 시험장은 긴장된 분위기였다. 서울시교육청 제11시험지구 8시험장인 서울 동대문구 청량고등학교 앞에는 경찰과 구청 공무원, 학교 교사, 모범 운전자들이 나와 교통 정리에 임했다.
시험을 치르는 친구들을 응원하겠다고 나온 청소년들도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이 입장할 때 손을 맞잡고 격려했다.
친구 응원을 나왔다는 서울정화고 김한나(19) 학생은 “집에서 6시 반에 나왔어요. 신헌고에 다니는 친구는 입장했는데 아직 경희여고 친구가 보이지 않아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본인은 왜 수능을 치르지 않고 여기에 있냐고 묻자 “저는 이미 수시로 합격했는데요. 여기에 오니 저도 너무 떨리네요.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꼭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내 친구들아 파이팅”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경희여고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준비는 잘 했냐는 질문에 “어제 6시간 잤어요. 오늘 시험 잘 볼 것 같아요”라며 ‘까르르’ 웃음을 보였다.
휘경여고를 졸업한 재수생 딸이 이번에 다시 도전한다는 한 어머니는 “어제 딸이 잠들기전에 좋아하는 음식을 엄청 많이 먹었어요.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구요. 1년동안 고생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시험이 끝나고 계획을 묻자 “좋아하는 음식을 다 사줄꺼예요“라며 어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휘경여고 재학생 딸을 둔 한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 좀 떨린다고 얘기를 해서 저도 긴장된 마음입니다. 모쪼록 끝날때까지 실수하지 말고 실력 발휘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떨리는 마음을 설명했다.
역시 이 어머니도 “제 딸은 제2외국어 시험을 보지 않아서 4시 35분쯤 끝나는데요, 원하는 것 뭐든지 다 사줄꺼예요”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북이나 꽹과리를 들고 나온 응원 등이 펼쳐졌으나 단체 응원 금지 조치로 이번 고사장에서는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수험표를 확인하는 한 수능 관계자는 학생들의 등을 일일이 다독이며 “시험 잘 봐요”라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한 수험생 어머니는 시험장 입구 앞에서 두손을 모으고 한참을 기도하는 모습도 보여 주위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자녀들을 교문 안으로 들여보내는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화이팅’을 외쳤다. 포옹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녀가 입장했지만 어머니들이 시험장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교문 밖에서 서성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수능이 치러지는 청량고 입구에는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입실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코로나 이후 세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수능 여파로 마스크를 쓴 채 입장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돌았지만 이 시험장에서는 지각을 하거나 경찰차를 타고 서둘러 도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약간 추운 날씨였지만 때마침 찾아오던 수능 한파는 없었다. 이번 수능에 응시하는 수험생을 약 50만 8천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