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한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사업' 부작용 없나

청파동 낙후지역 주민들, “신통사업이 우리 피눈물나게 해” 호소

by 이영일

지난 16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50여명의 청파동 인근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 모인 주민들은 현수막과 손피켓을 펼쳐들고 곧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너 죽고 나 살기식 청파동 재개발 절대 반대”


“청파동 참사를 용산구청은 진정 바라는가? 용산구청은 책임져라, 박희연 구청장 뭐하세요?”


“낙후지역 재개발 짓밟는 별도 개발 예정지구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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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용산구 청파1동 89-11번지 일대 주민들로, ‘청파동 낙후지역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오늘 집회신고를 하고 거리에 나섰다. 전쟁기념관에서 용산구청까지 행진도 하고 용산구청에 항의의 뜻을 표하기 위해 하던 일도 미뤄두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한다.


집회에 참가한 50여명의 주민들은 하나같이 “용산구청이 오락가락 행정과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다”며 분노감을 감추지 않았다.


오세훈 표 신속통합기획사업에 용산구 일부 주민들 불만 폭발


이들이 오늘 모인 이유는 서울시가 주택난 해소를 위한다며 추진중인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사업) 재개발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것. 신통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한 사업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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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통사업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겠다는 공공지원계획이다.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이 원팀(One Team)이 되어 복잡한 정비사업 프로세스를 하나의 통합된 기획으로 엮어내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방침이다. 서울시나 자치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해 나간다는 민관협력의 철학도 포함된다.


보통 재개발과 재건축은 10년 정도 소요되는데, 계획 설립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3년으로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1년 말 21곳의 후보지가 지정되어 현재 추진중이며 용산구는 청파2구역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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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2021년 12월 28일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신청에서 제척된 남측 지역 주민들이다. 이 지역은 극심한 비탈길과 구릉 지역이며 노후 불량주택이 많은 주거 정비가 시급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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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사업이 발표되기 이전에 이미 ‘청파동 통합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가 결성돼 주민들과 도시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통합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다. 2021년 7월 9일, 공공 재개발 공모를 위해 용산구청 정식 동의서를 수합, 기초조사(노후도 등) 용역업체를 통해 청파동의 통합 재개발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었다고 ‘청파동 낙후지역 비상대책위원회’측은 설명한다.


주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건 신통사업이 시행되고 공모가 나오기 시작한후부터다. 신통사업이 발표되자 “‘청파동 통합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에서 별도의 면적을 설정해 서울시에 공모 신청을 하고 이 구역이 최종 선정됐다”고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나머지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선정지에서 제외된 10~12구역을 대표하는 32인의 ‘청파동 낙후지역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용산구청에 해결방안 마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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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구역보다 노후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3~15구역 주민들도 선정지역 개발에 편입을 요구하면서 주민들은 10~12구역 / 13~15구역으로 나누어진 형국이다. 이들 모두 이미 선정된 청파2구역에 편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 입장 제각각, 주민들간 갈등도 증폭, 신통사업 부작용 없나


이와 관련, 용산구청은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이미 선정된 청파2구역의 60% 동의와 요청지역 60%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60%는 서울시가 제시하고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 용산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용산구청 재개발팀 서준 팀장은 한국NGO신문과의 통화에서 “구청도 서울시가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하면 얼마든지 편입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청 입장에서 어느쪽 입장을 지지하거나 한쪽 입장을 들기는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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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를 통해 확인 결과, 용산구청의 말과는 달리 주민 60% 동의는 지금 단계에서 당장 필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확인된다. 이후 타당성 조사에서 구역계가 나온 이후에야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선은 주민들간 원만하게 중재가 되고 그 긍정적인 방향에 대한 제안을 주민들과 용산구청이 올려주면 서울시 도시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서울시와 용산구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공공재개발법에 적용되는 기존구역 60% 동의안을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사업에 적용한다는 것은 전혀 기술적이지 못하다. 처음 시작하는 신통사업의 부작용에 대해 누구하나 나서서 중재하거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 책임과 해결방안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며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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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13~15구역 주민들이 별도로 시위를 벌이고 유튜브에 담당 공무원들과의 대화 장면을 녹화해 게시하면서 정작 노후충족지역인 10~12구역의 편입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라며 주민들간의 불신마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을 위한 신통사업 취지 살리는 지역 재개발 되야


집회에 참가한 10~12구역의 한 주민은 “우리 지역을 서울시장이나 용산구청장이 한번이라도 와 보면 이렇게 우리를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지역은 극심한 비탈길 때문에 겨울이면 어르신들이 아래로 내려오지도 못하는 재개발이 꼭 필요한 동네인데 구청이 이렇게 행정절차만을 내세우는 태도에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청파동 1가 89-115번지 일대는 비탈길에서 정화조를 치우시다가 미끄러워서 유명을 달리한 일이 있을 정도로 안전에 취약한 곳이다. 좁은 소방도로와 좁은 골목 주차난으로 화재발생시 재난 위험도 높다. 너무 낙후된 지역의 도시정비가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용산구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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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용산 전쟁기념관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용산구청까지 약 20분간을 행진하며 쉬지않고 구호를 외쳤다. 용산구청에 도착한 주민들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면담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주민 대표 8명은 구청측 과장을 면담했다. 하지만 구청측은 본 기자가 취재시에는 면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주민들과의 만남 자체를 회피했다.


기자가 자리를 비켜주고 다시 회의는 속개됐으나 주민들은 만족할만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다시 서울시로 항의의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10~12구역이 교회 2개와 암반시설(아파트 짓기 어려운땅)이 위치한 곳이라 SH공사에서도 별도로 개발이 어렵다고 했다며 이미 선정된 청파2구역에 편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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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용산구청은 이 지역에 대한 개발 타당성 용역 발주를 시작한 상태다. 청파2구역 선정 당시 동의율이 43%였고 노후도 충족지역 동의율은 83%로 높은 주민의지를 확보하고 있다.


면적제한 점수 때문에 꼭 필요한 지역이 재개발을 할수 없다면 노후주택이 많은 곳의 재개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호한 상태로 파악된다.


오세훈 시장의 신통사업에 부작용은 없는지,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이 함께 윈윈한다는 신통사업의 취지가 되려 주민들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닌지 서울시와 자치구가 다시한번 주민 입장에서 긍정적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http://www.ngonews.kr/13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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