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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일 Oct 15. 2023

보궐선거 하루전 "사이버보안 문제있다" 발표한 국정원

합동조사한 2개 기관과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보도 추진

지난 10일, 국가정보원이 “선관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으로 7월 17일부터 9월 22일 합동 보안점검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관리 시스템이 해킹에 뚫려 공직선거 결과까지 바뀔 수 있다”며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관리가 부실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표 시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바로 전날이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이 합동점검후 점검 프로그램 2개를 남겨두고 철수해 선관위가 이를 삭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관련 입장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국가사이버 보안 주무기관을 맡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어 사이버 공격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할 수는 없다. 보궐선거 전날 이루어진 국정원의 일방적 발표는 국내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로 발표 시점과 내용 모두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도 국정원 발표 이후 곧바로 "선거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 해킹으로 인한 선거 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정원이 10일 <투·개표 시스템 해킹 취약점 등 선관위 사이버 보안관리 부실 확인> 제목의 보도자료 발표시 보도자료 상단에 한국인터넷진흥원 로고를 함께 게시해 공동 발표라고 보였지만 국정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사전에 보도자료 배포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서면 질의 답변을 통해 선관위 보안컨설팅 결과 보도에 관해 국정원의 보도자료 발표를 통해 사후적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강서구 보궐선거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국정원 발표로 인해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측이 누구일지를 본다면 “국정원이 선거 패배를 예상한 집권세력의 책임론을 덮기 위해 선거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려던 것은 아니였나”는 참여연대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을 가진다.


참여연대는 13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국가 차원의 사이버보안을 위한 조정과 대응은 필요하지만 국내 정치와 선거에 관여하고 민간인 사찰까지 일삼아 국정원장들까지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는데 그런 국정원에 선관위의 사이버보안 관련 업무까지 맡길 수는 없다.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해외정보 전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할 이유”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이번 발표로 강서구 보궐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주거나 사전투표에 대한 폐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크게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 워낙 표차가 큰데다가 민심의 향방이 ‘북한의 선거 해킹으로 선거조작이 될 우려가 있다’는 국정원의 발표는 좀 엉뚱하고 구태의연한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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