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연습 강압 문제 공론화한 고교생 "학교에서 따돌림 당했다"
제주 서귀포 소재 모 고등학교의 한 2학년 학생이 '제주일보백호기전도청소년축구대회'(아래 제주백호기축구대회) 응원전 연습 과정에 인권침해가 있다고 제보한 이후 "학교 내 심한 따돌림과 학교폭력 피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22일 자퇴 사실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백호기축구대회는 제주일보가 1971년 10월 30일, 제주 청소년 축구 활성화를 위해 창설한 50년 전통의 제주 최대 스포츠 행사다. 경기 자체가 '명물'로 알려져 왔지만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만들어 내는 메스게임식 응원전도 '인간 전광판' 같다며 눈길을 모아왔다.
"응원 연습 과정에 반인권적 요소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순 문제가 불거졌다. 청소년인권모임 내다(아래 내다) 등 18개 시민단체들이 "백호기축구대회 수준 높은 응원전 뒤에 마치 군대식 같은 강압적 연습과 폭언 등 반인권적 요소가 있다"며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부터다. 인권위 진정도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당시 "응원 연습 과정에 학생들이 반강제적으로 동원되고 학생회장 지시와 간부들은 뒷짐을 지고 학생들 사이를 지나 다니며 목소리 봐라, 배운 게 맞냐, 웃음이 나오지, 손동작 똑바로 안 하냐 등 동료 학생들을 인간이 아닌 응원 도구로 보는 듯 소리"쳤다고 주장하며, "이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인권침해 공론화한 고등학생 "제보 후 따돌림과 학교폭력 피해"
이 문제를 처음 내다 측에 제보한 건 A 학생(아래 A 학생)으로 알려졌다. A 학생은 22일, "침묵을 강요하는 이 공교육에서 나는 침묵하지 않으며 저항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교에 부착했다며 대자보 내용과 입장문을 23일 기자에게 보내왔다.
A 학생은 이후 2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문제가 일부 언론에 알려지자 학교는 사안 자체를 부정했고 사건을 인지한 제주도교육청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 저는 선생님들과 주류 학생들로부터 따돌림과 학교폭력 피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 학생은 "고민 끝에 학교를 자퇴하기로 결심하고 친구들과 교사들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대자보를 부착했다"고 말했다.
A 학생이 쓴 대자보에는 "나는 오늘 폭력에 침묵하는 학교를 자퇴합니다. 인권침해 논란 이후 저를 폄훼하고 따돌림과 폭력이 지속해서 반복됐지만 선생님, 학생 등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A 학생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공부, 학생이 고통받고 친구들이 경쟁자가 되어도 침묵을 강요하는 이 공교육에서 침묵하지 않으며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MBC 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A 학생이 평소 입시 위주의 교육과 경쟁에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응원이 자퇴의 원인은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편, 이 사안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27일, 정군과 이 내용을 진정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여부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