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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시설 종사자 해고 쉽게 고친 여가부"

여가부, 청소년시설 수탁자 변경시 고용승계 조항을 ‘권고’로 바꿔

by 이영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2021년도부터 전국의 청소년수련시설 설치·운영의 효율적인 지도·감독을 하겠다며 ‘청소년수련시설 관리·운영지침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그 개정안 일부 내용에 청소년수련시설 종사자의 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개악적 조항이 있어 황망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여가부는 지난 12월 4일,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12월 11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주말을 빼면 5일안에 의견을 내라는 것이죠.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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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공문을 받은 서울시는 이 내용을 12월 7일, 시립 청소년시설과 자치구 청소년과로 다시 송부하며 12월 10일까지 의견 제출을 요청했습니다. 여가부가 이렇게 ‘번개불에 콩 구워먹는 식’으로 의견을 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서둘러 감추기 위한 '꼼수'는 아닌지 묻고 싶은 대목입니다.


개정안 내용에는 ‘청소년수련시설의 수탁자를 변경하거나 직영으로 전환시 그 종사자를 고용승계’한다는 조항을 권고 조항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이는 수탁자 변경이나 지자체 직영 전환(또는 직영에서 위탁 전환)시 기존에 근무하던 종사자를 반드시 고용승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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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인 여가부가 노동자들의 고용안전을 위한 보호 지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용자의 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침을 만든 셈입니다.


실제로 최근 전남 보성군청소년수련원의 수탁단체 선정과정에 졸속논란이 일면서 최종 수탁단체가 결정되지 않자 보성군청이 수탁자가 없다며 휴관, 청소년수련원 직원들이 사실상 해고되는 상태에 내몰리는 일도 있었기에 여가부의 이번 개정안은 확실히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같은 여가부 조치를 지침을 두고 서울의 경우, 적지 않은 청소년센터들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여가부에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고용승계 권고로의 변환은 누가 봐도 노동자가 아닌 고용자를 위한 지침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수련시설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 근거를 만드는 개악적 지침을 두고 이미 현장에서는 울분을 토하는 젊은 청소년지도사들이 늘고 있어 속이 상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청소년지도사는 “자세히 이 지침을 살펴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며 “누가 이런 지침을 만들어냈는지 어이가 없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필자 또한 여가부의 이번 개정안은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지도사와 종사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야만적 개악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소년 현장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수많은 청소년시설 종사자들의 고용문제를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처리하려 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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