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사 추모집회..."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이 추모"

전교조 · 교사노조 · 한국교총 14일 오후 공동 집회, 1만여명 참가

by 이영일
1.jpg 전교조와 한국교총, 교사노조가 공동 개최한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 참가한 교사 1만여명이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진상 규명이 추모다. 진상 규명 촉구한다”

“악성 민원이 범인이다. 순직을 인정하라”

“교사도 시민이다. 정치 기본권 보장하라”

“훈육도 교육이다. 아동복지법 개정하라”


14일 오후 2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옆 서쪽 도로에 전국에서 모인 교사 1만여명의 구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이날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를 함께 열었다.


큰 규모 교사들이 한데 모인 것은 지난해 2월, 서이초 교사 12차 추모 집회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20년 지기 동료 교사의 추모식에 눈물바다...“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2.jpg 故 현성준 교사와 20여년간 교직 생활을 함께 해 온 안 모 교사의 추모사가 낭독되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영일
6.jpg 강경숙 의원과 백승아 의원, 김문수 의원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 이영일


집회는 추모사로 시작됐다. 고 현성준 교사와 20여년간 교직 생활을 함께 해 온 안 모 교사는 고인을 추모하는 편지를 직접 써서 집회에 참석했다.


안 교사는 “내가 존경하던 후배 현승준 선생님에게 이 글을 쓰기까지가 얼마나 힘들었음을 선생님은 알까. 추모사를 쓰기로 하고 글을 써야 하는데 마음이 아파서 나중에 쓰자 나중에 쓰자 하면서 오늘에야 쓰게 됐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학생과 학부모님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옆에서 대신 위로해 주고 학교 업무로 힘들어하면 도와줄 일이 없냐고 챙겨주었던 선생님...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난다. 힘듦과 아픔과 상처에 고인 눈물을 미리 나누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랄께. 나의 든든한 후배이자 내가 존경하는 현성준 선생님 사랑합니다.”


안 교사의 추모사가 낭독되는 동안 집회에 참가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백승아, 김문수 의원은 물론 참가 교사들 대부분이 모두 눈시울이 붉어지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모습이 보였다. 집회 장소는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고인의 아내가 보낸 추모 편지..."남편의 억울함을 밝혀내 그의 이름을 온전히 명예롭게 되찾아주고 싶다"


3.jpg 주최측 관계자가 대독한 추모편지에서 고인의 아내는 "남편의 억울함을 반드시 밝혀내 그의 이름을 온전히 명예롭게 되찾아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 이영일


안 교사의 추모사에 이어 고인의 아내 추모 편지 낭독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참석하지 못해 관계자가 대독한 편지에서 고인의 아내는 “전국 각지에서 서울까지 발걸음 해주신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했다.


고인의 아내는 “(남편은) 교사의 역할이 학생을 바르게 이끄는 것이라 믿으며 늘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이유 없이 무단 결석을 했을 때 그냥 지켜만 볼 수 없어 학생을 바로 잡으려 한 그 일이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나. 누군가의 인생을 바로잡으려 했던 남편에게 돌아온 것은 수차례의 사과에도 멈추지 않은 조롱과 비난, 그리고 끝내 삶 전체를 짓누를 정도의 악성 민원이었다”며 억울한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아내는 “이제 교사는 어떤 학부모와 어떤 학생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현실에 놓이게 됐다”며 “왜 남편은 그렇게 힘겹게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토록 힘들어하던 사람을 도울 방법은 정말 없었는지, 저는 남편의 억울함을 반드시 밝혀내 그의 이름을 온전히 명예롭게 되찾아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4.jpg 집회에서는 고인의 사진과 활동 모습이 추모영상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 이영일


유가족과 지인들의 허락으로 추모영상에서 고인의 모습 공개


집회에서는 고인의 사진과 활동 모습이 추모영상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유가족과 지인들이 고인의 사진과 생전 영상을 공유해 공개한 것.


현장 교사들의 분노에 찬 발언도 이어졌다.


지난해 MBC PD수첩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 방송에서 악성 민원으로 1년간 6번 담임 교사가 교체된 전주의 한 초등학교 해당 학급에 담임을 자처한 송 모 교사는 “제가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 신고한 내용이 개소리라며 해당 학부모가 자기 집 개를 데리고 참석하겠다는 막말을 SNS에 버젓이 올렸다”고 말해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송 교사는 “해당 학부모는 지난해 교보위 특별교육 시간 50시간을 처분받았지만 지금까지도 단 한 시간도 이수하지 않고 있지만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 300만원 미만의 과태료가 법에 명시되어 있으면 뭐 하나. 악성 민원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이자 범죄다. 그런데도 교육청, 교육부, 국회가 뾰족한 대책도 없이 선생님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KakaoTalk_20250614_185959223_01.jpg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제가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한 내용이 개소리라며 해당 학부모가 자기 집 개를 데리고 참석하겠다는 막말을 SNS에 버젓이 올렸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현장 교사들의 발언 이후 교원 3단체장이 정책 제안을 발표됐다.


교원 3단체장, 정부와 교육당국에 민원 창구 일원화 및 교사 안전 보호 방안 촉구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서이초 선생님의 49제 때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올해 6월 21일부터 적용되는 학교 민원처리법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대부분의 민원을 교사가 홀로 감당하고 있다”며 "교사가 민원을 직접 응대하지 않는 민원 창구 일원화와 온라인 시스템을 즉각 전면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도 “수업 중 긴급한 학생의 문제 행동을 다루기 위한 분리 조치의 실효성을 위해 공간 확보와 학교 안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또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정책은 말잔치다. 또 교사에 대한 학생의 물리적 폭력은 교권 침해가 아닌 생명권 침해”라며 교사의 안전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촉구했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도 “지금의 교실은 아주 조용히 무너져 가고 있다. 교육 목적의 정당한 훈육은 아동학대에서 제외해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시도가 문제될 경우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akaoTalk_20250614_185959223_06.jpg (왼쪽부터)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과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 , 이상 교원 3단체장이 정부와 교육당국에 보내는 정책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 이영일


전교조 · 교사노조 · 한국교총 공동성명 발표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이 진정한 추모”


이들 3개 교원단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고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이 진정한 추모”라며 철저한 조사와 조속한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교사 개인이 직접 민원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부와 교육청, 학교장을 중심으로 민원대응팀이 운영되도록 충분한 지원과 방어장치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또 “아동복지법이 너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 되려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방해하고 있다”며 “정서학대의 구성 요건을 명확히 하고 무고성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한 예방책으로 학교 구성원에 대한 보호제도와 안전인력 배치방안 요구도 담겼다. 이들은 강원 현장체험학습 학생 사망 사건 이후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교육부의 소극행정으로 인해 안전조치의무가 무엇인지 시행령도, 지침도, 단 한줄의 공문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학교 구성원 모두의 안전 보장도 촉구했다.

KakaoTalk_20250614_185959223_02.jpg 오늘 집회에는 1만여명의 전국 교사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검은 옷을 입고 참가했다.ⓒ 이영일
KakaoTalk_20250614_185959223_08.jpg 오늘 집회에는 1만여명의 전국 교사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검은 옷을 입고 참가했다.ⓒ 이영일


이들은 마지막으로 "교원의 정치기본권 제한으로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근무시간 외 직무와 무관한 범위 내에서 교원의 정치활동을 허가하라"고 촉구했다.


집회 마지막에 강경숙, 백승아, 김문수 국회 교육위원들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단상에 올라 "교원 3단체가 요구한 정책들을 법안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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