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재구조화한다며 매뉴얼 바꾸고 아하센터 위탁 추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아래 아하센터).
최근 이곳을 비롯한 서울의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들의 운영 매뉴얼을 서울시가 손 보고 있는 것을 두고 '서울시가 극우 종교단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방향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거기에 몇 개월전부터 반동성애 단체들이 '아하센터 재계약을 하면 안 된다'는 민원을 조직적으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올리고, 서울시도 아하센터 신규 위탁 공고를 내면서 다른 청소년센터와 달리 위탁기간을 1년으로 제시해 논란은 의혹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7개 시립청소년 성문화센터 통합한다며 서울시가 만든 표준 운영 매뉴얼 보니
서울에는 아하센터를 비롯해 광진, 동작, 성북, 송파, 은평, 창동, 드림(양천) 등 8개의 성문화센터가 존재한다. 이중 송파만 구립이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시 소관 센터다.
서울시는 모두 각각 민간위탁으로 맡겼던 이 센터들을 통합해 하나의 단체에 몰아서 위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립 청소년 성문화센터 7개소를 대표 센터와 분소 형태로 재구조화를 추진한다는 것.
그러면서 '청소년 성교육과 관련된 법률과 고시등을 검토해 균형 잡힌 표준 운영 매뉴얼을 만든다'며 서울시 2명, 시설 관계자 3명, 전문가 6인으로 티에프(TF)를 조직해 지난 2월 11일부터 5월 15일까지 3차례에 걸쳐 운영해 왔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고 신규로 들어오는 법인이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있어야 해, 제안서를 작성할 때 참고하라는 용도로 제작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논의된 내용이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지난 6월 12일 유스내비 (www.youthnavi.net)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공개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티에프(TF) 회의 결과'를 보면 앞으로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라는 용어를 사실상 사용하지 말라고 명시했다.
또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는 중·고등학생 교육시 용어 의미를 한정해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유아·초등학생 교육시에는 '동의', '경계', '존중' 등 발달단계에 맞는 용어를 쓰도록 했다. '연애'는 '이성교제'로 바꾸고 '포궁'은 '자궁'으로 바꾸며 '체험관'은 '센터교육장'으로,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정리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용어 변경은 2022년도 교육부 고시나 관련 규정에 따라서 일부 용어만 좀 정비를 해서 주의해서 쓰자는 정도지 아하센터가 엄청 문제가 있어서 타깃으로 뭘 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다"라는 해명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국제적 요구... 노골적인 성소수자 차별" 비판 이어져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지난 6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표준 운영 매뉴얼 대로라면 앞으로 청소년성문화센터의 교육에는 성소수자란 단어가 사라지고 이성애만 가르쳐야 하고 섹슈얼리티란 단어도 못 쓰게 된다. 그럼 대체 뭘 가르치란 걸까. 금욕과 절제?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담과 이브처럼 살아라?"라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도 20일 "성적 다양성과 포괄적 성교육에서 멀어지려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제정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서울시가 사용하지 말라는 '포괄적 성교육'은 유네스코에서 제작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며 "단순히 성별에 따른 신체적 차이를 학습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령대에 맞는 학습을 거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으로서 아동청소년의 권리보장을 위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민변은 또 "유네스코는 2009년과 2018년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울시를 향해 "성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괄적 성교육을 추구하는 국내외 추세에 분명히 역행하는 흐름으로 서울시의 노골적인 성소수자 차별을 지금이라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아래 아수나로)도 지난 6월 24일 이같은 비판에 합류했다. 아수나로는 "유네스코가 권고한 포괄적 성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해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퇴행적 용어 사용 강요로 성평등 가치를 지우는 것에 골몰하고 있다. 이는 모두 청소년의 성적 권리와 정보접근권,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수나로는 또 "국제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이러한 매뉴얼이 수립된 배경에 성평등에 반대하는 이들의 TF 참여가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며 "청소년의 성적권리 침해하는 서울시의 차별행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성평등을 지우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전교조서울지부, 한국성폭력상담소등도 서울시의 퇴행적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매뉴얼 제작 방침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낸 상태.
서울시가 사용을 제한한 용어들은 일부 극우 개신교 단체들의 논리와 동일하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시는 확정이 아니라지만, 사실상 새로운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공개한 서울시는 공교롭게도 지난 6월 12일 아하센터에 대한 신규 위탁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수단체로 아하센터를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12일 공고한 아하센터 신규 위탁단체의 위탁기간은 1년이다. 그런데 '서울특별시 청소년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상에는 위탁기간을 3년 안으로 명시하고 있다.
같은 날 공고된 시립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와 시립청소년상담복지센터, 4개 시립 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은 모두 위탁기간을 2년 9개월(2025.9.29.~2028.6.30.)로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3년이다. 그런데 새로운 위탁단체를 뽑겠다면서 아하센터만 위탁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것.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1년 동안 운영을 해 보고 개선 사항이 있으면 개선하고, 그 이후에 해당 법인하고 계속 일을 할지 말지 정하기 위해 기간을 좀 짧게 둔 거다. 청소년 시설마다 다 조금씩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지금 서울시는 서울시내 다수의 청소년성문화센터를 하나의 기관에 몰아서 수탁을 주려고 한다. 그 단체는 이런 운영 매뉴얼을 쓸 곳으로 정한다는 의미다. 리박스쿨 사태가 터졌는데도 청소년 성교육에 보수 개신교가 들어오게 할 참인가"라고 비판했다.
민변도 "해당 메뉴얼이 기존 시립청소년문화센터 6곳을 1개 기관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센터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다른 성교육 현장에서도 이를 참조하여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적격 자격을 가진 청소년단체가 제안을 하면 적격자 심의위원회에서 심의에 따라 선정을 하는 것이지 서울시가 그 단체의 성격이 보수인지 진보인지에 따라서 어떤 단체를 특별히 선정하고 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하센터 재계약 안 된다는 민원 올려라' 약속이라도 한 듯 민원 쇄도?
일부 개신교 세력이 올 1월부터 "올해 중순에 서울시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수탁 기관 바뀝니다. 기도해 주십시오"라며 유튜브를 통해 민원을 부추긴 정황도 존재한다. ○○○ 아카데미 유튜브도 지난해 11월 13일 서울시의회 행정감사 영상회의록을 숏츠로 업로드 하며 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과 서울시 성평등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 유튜브 채널에는 "국민 혈세로 청소년을 동성애로 물들이는 아하센터와 관련해 서울시 응답소와 서울시의회 신문고에 아하와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재계약을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남겨달라"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후 올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동안 서울시청 시민의견 게시판과 서울시의회 신문고에 '포괄적 성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조기성애화와 성문란을 유도한다'(2025.2.17, 서울시청 시민의견 게시판), '아하는 동성애 교육을 하는 센터이다. 세금 낭비다'(2025.3.4, 서울시청 자유게시판), '국민 세금으로 이런 교육을 하는 데를 위탁하지 말아주세요'(2025.3.3, 서울시의회 신문고), '아하성문화센터는 폐지돼야 한다. 공무원의 직무유기다'(2025.3.5., 서울시의회 신문고)라는 민원이 쇄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체도 성격이 다양하고 특별히 극우다 극좌다 이런 것은 저희는 관심이 없다. 성문화센터를 규정에 따라서 운영을 해 줄 수 있는 법인을 모집하는 것이지 특정한 단체는 배제하고 어떤 단체는 하고 이거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원 중에 아하센터가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또 잘하고 있다는 민원도 존재한다. 서울시는 규정과 그 업무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 업무를 하지 특정 시의원에 따라서 업무가 휘둘리거나 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