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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Nov 01. 2023

서평 쓰는 마음

평가는 상대적인 것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은 쌓여갔고 또 열심히 읽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일 년에 못해도 200권은 읽게 되었다. 원래에도 책을 많이 사는 편이라 살짝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그래서 서평이라는 것을 하기로 했다.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각양각색이며 대부분은 에세이다. 나는 사실 시시콜콜한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잘 모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깊은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책은 자기 계발서다. 나는 자기 계발서도 잘 안 읽는다. 워낙 많이 읽어서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중에는 마음에 드는 책들도 있었고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얘기도 있었다. 그리고 때때론 정말 좋은 책의 서평에 당첨되기도 했다. 출판사도 이미 잘 팔릴 것 같은 책은 서평으로 잘 풀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서평이라는 게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뭄에 단비처럼 대가들의 책이 서평으로 나오기도 해서 언제나 출판사 이벤트에 기웃거린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머리에 자연스럽게 쌓인다. 그리고 평소에 받은 교육들과 경험들이 더해져 나만의 개똥철학이 탄생한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많은 책이 안 좋아 보인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어느 날 서평 책을 받았다. 그리고 작가는 제법 긴 서평 가이드라인을 보내왔다. 서평이란 게 자유롭게 쓰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책을 읽어 봤다. 그다지 특별한 내용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도저히 리뷰를 못하겠으니까 책을 드리겠다고 했다. 서평을 쓰면 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내용의 질보다 작가의 고압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가들에게 몇 권 더 받아 봤지만 작가는 리뷰에 민감하다. 몇 달을 고민하며 썼을 책이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책은 작가의 것이 아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작가가 자신의 글을 설명하려 드는 것은 이미 졌다는 거라 했다. 그래도 작가의 마음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십분 이해가 간다. 그래서 나는 작가들에게 직접 책을 받지 않기로 했다. 


  사실 SNS에 존재하는 많은 리뷰를 일일이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오히려 얼마나 많이 노출시키냐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좋은 평이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호평일색의 리뷰는 뭔가 꺼림칙하다. 그래서 예전에 지원해주던 사장님은 단점도 아낌없이 적어라고 했다.


  리뷰를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형평성을 유지하는 거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고 좋은 책 뒤에 등장하는 책은 혹평을 하게 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늘 처음 본다는 기분으로 평을 해야 하는데 사람인지라 그게 쉽지 않다. 언젠가 <레미제라블>을 읽고 감동에 젖어 다음 소설을 바로 읽으니 그 소설이 너무 허술해 보였다. 그래서 감동을 받았다면 같은 같은 장르는 한동안 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총균쇠> 마저도 <문명과 전쟁> 이 뒤에 읽으니 감동보다는 의문이 더 많이 생길 정도니 말이다.


  좋지 않은 책을 얘기하는 것에 이제는 조금 조심스럽다. 누군가에게는 꽤 괜찮은 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영양가가 전혀 없는 책이지만 해당 분야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잘못되라고 힘겨운 글쓰기를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간이 지나 보니 책마다 그마다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 시시콜콜한 에세이가 나에게 무슨 소용 있을까 싶었지만 글을 쓰려고 하니 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꽤나 도움이 된다. 책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서 다른 역할을 하게 되니까. 지금 당장 별로이더라도 나중엔 꽤 괜찮은 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좋았던 부분을 적으려 한다. 아쉬운 점은 아쉬운 대로 남겨 두지만 되도록이면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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