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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Dec 15. 2023

글쓰기 회피 중

괜히 바쁜 척하는 거야

  브런치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왜 갑자기 글을 손에서 놓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살짝 지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면 새로운 조직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마음이 초조해졌을까? 괜히 직무 관련 책을 뒤적거렸다. 그것도 아니면 인생이 그냥 불안 해져서였을까? 잘하는 게 있는데 좋아하는 거 찾아가는 어려운 길에 괜한 회의감이 들었을까? 그냥 무서웠을까?


  자기 합리화를 위해 꽤 많은 책의 서평을 받아들였다. 더군다나 읽고 싶어서 지원한 서평들도 덜컥 당첨되었다. 일은 늘 몰려다니니까. 읽어야 하는 책이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나에게는 글을 쉬어도 되는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글을 읽는다는 건 꽤나 쉬운 일이고 읽을 글에 대한 감상평을 적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모두 창작이라고 하기엔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읽는 게 즐거운 건 어쩌면 자신감 부족에서 나오는 것 같다. 출력을 내야 하는데도 계속 입력을 하고 있다. 여전히 자신이 없는 것이겠지. 읽을수록 새로운 얘기들이 가득하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내어놓어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읽는 건 즐겁기도 하고 마음이 안정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유가 꽤 괜찮은 것 같다.


  최근에는 밥그릇에 관련된 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업무시간에 읽는 편이라 나의 독서 시간을 그렇게 침범하지는 않지만 머릿속에 갑자기 여러 지식이 섞여 들어오면 조금 힘들긴 하다. 나는 병렬 독서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서평에 적을 멋들어진 말이 다른 책을 읽으며 사라져 버린다. 그러면 또 덕지덕지 붙은 인덱스를 들추어가며 기억을 상기시켜야 한다. 그래서 서평을 쓰는 일은 적어도 힘들진 않다.


  생각났다. 마지막 글쓰기는 유튜브 데뷔를 위한 대본이었다. 뭔가 계속 적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게 글인지 콘셉트인지 목소리인지 알 순 없지만 그냥 계속 미루는 중이다. 그 이유 또한 읽을 책이 많아서다. 참 속 편한 이유다.


  삼 일을 내리 쉬었다. 남은 휴가를 모두 소진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버리고 일을 했을 테지만 그냥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여유를 부리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집안일은 회사일보다 훨씬 바쁘다. 집에 있으면 내조의 남편이 되어야 하니까. 부지런한 아내도 남편이 집에 있으면 게으름을 부린다. 엄마는 강하지만 아내는 연약하니까. 그래도 집에서 있는 시간이 좋다. 아내도 좋아한다.


  삼일 동안 두 권의 책을 처리(?)하고 회사로 출근하니 여섯 권의 책이 도착해 있다. 그리고 아직 세 권정도 덜 도착한 상태다. 올해 안에 글도 쓰고 유튜브 데뷔도 해야 하는데... 책 읽는다는 핑계는 더 안 통할 것 같지만 책이 많다. 

  

  글을 너무 오래 쉬면 놓아 버릴까 봐. 잠깐 들러 주저리주저리 해본다. 돈 버는 건 원래부터 쉬운 일이 아니고 잘하지 못하는 걸로 버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상기시키며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다시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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