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인정도 받고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을 한다길래 자기도 깔아달라는 아이에게 단호하게 "안돼"라고 얘기했다. 이제 막 카카오톡을 시작한 중학교 1학년. 스스로 조율해 보라며 느슨하게 해 줬더니 신나게 놀았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상황을 그대로 설명하니 스스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SNS가 나쁜 게 아니지만 그것을 컨트롤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점점 더 많은 것을 하게 될 것이니 천천히 하자고 했다.
"오늘, 아빠가 인스타그램 못하게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왜?라고 물으니 반에 학폭 관련 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 일이 인스타그램 단톡방도 연관되어 있어서 그곳에 있던 아이들 전부가 불려 갔던 것 같다. 딸은 인스타그램이 없어 전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그런 사건이 있던 이후도 아이는 가끔씩 인스타그램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요즘 아이들은 카카오톡보다 DM을 많이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때에도 십 대들은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그들 대부분은 DM으로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일단 엄마 아빠가 깔아줄 것 같지 않으니 지나가는 말로 묻곤 했다.
"아빠는 그 팔로워인가 그거 몇 명이야?"
"흠.. 한 5000명 되지? 근데 안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걸?"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인스타그램에 책 리뷰를 올리는 북스타그래머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팔로워도 조금씩 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신청한 사람의 프로필에 '○○중학교'가 있었다. 어쩌다 딸과 연락처가 연동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락처에 있는 친구 추가나 추천 친구에 내가 있었나 보다 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딸, 오늘 너네 중학교 애가 팔로워 했더라?"
"아.. 그거.. 친구가 오늘 자기 인스타그램 보여주면서 자기 팔로워가 300명이라고 해서 그게 많은 거냐고 물어봤거든?"
"중학생이 300명이면 대부분 친구들일 텐데 엄청 많은 거 아냐?"
"그래서 우리 아빠는 5000명이라던데?라고 하니까 아빠 채널이 뭐냐고 물어봐서 가르쳐 줬지"
"응?"
"친구가 게시물 몇 개 보더니 너네 아빠 멋있다. 나도 팔로워 할게라고 하더라고"
"응?"
딸과 웃으며 얘기했지만 뭐랄까.. 팔로워 속에 딸 친구가 섞여 있다는 게 신경 쓰지 않고 싶어도 신경 쓰일 거 같았다. 그래도 뭔가 자랑거리가 된 거 같아 기분은 좋았다.
여전히 돈이 안 되는 인스타그램이지만 팔로워 많은 거 좋은 거였다. 3년 넘게 인스타그램하면서 가장 뿌듯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