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브런치에 글을 처음 쓴 지도 3년이 지나가고 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나도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일주일에 한 편, 못해도 한 달에 한 편의 글을 쓰자는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3년째 신년계획이 늘 같은 나를 발견하곤 무척이나 실망스럽지만 그 또한 작심삼일로 끝나버린다. 운동도 했다가, 요리도 했다가, 집안 인테리어도 했다가, 부동산 공부도, 영어 공부도 늘 시작만 하고 끝을 못 맺는 상황 속에서 난 늘 계획만 세운다. 지키지도 못할...
6년 전쯤 디지털노매드에 관심 있어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이나 유튜브만 조금 보고 시작도 못하고 늘 생각만 하고 있다. 20살 시절엔 구하지도 않는 아르바이트생 필요하지 않냐며 당차게 식당에 들어가 물어볼 정도로 당찬 나였는데 애 셋을 낳고 10년 넘게 경력단절이 되며 나의 자신감 또한 우주 저 멀리로 도망쳐버린 것 같다. 7전 8기로 보건교사에 도전해서 합격한 제일 친했던 병원 동기의 전화를 받고 당장 한국사 책을 주문했다. 책을 사서 딱 1강만 듣고 덮어둔 지 8개월! 이대로 올해를 넘기면 안 되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2024년은 이거라도 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결국 시작했다.
'내가 벼락치기를 예전부터 좋아했던가?'
준비성 철저한 나였는데 한국사는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4일 정도 스터디카페로 출근했다. 독기를 품은 나! 먼저 보건교사가 된 동기와 연락하던 중 임용고시도 접수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얼떨결에 61점으로 한국사 3급의 필요조건을 획득한 나. 결국 기출문제집을 사지만 책장만 넘길 뿐 감이 안 왔다.
사람들에게 공표한 건 있으니 임용고시 보는 당일 시험장까지 가긴 갔다. 백지상태에서. 그런데 고사장 안의 사람들을 보니 도저히 시험을 못 볼 것 같았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왔을 시험장일 텐데 나는 경험 삼아 재미 삼아 보는 것 같아 미안함도, 창피함도 있었다. 결국 그런 분위기만 느낀 채 시험을 치르지 않고 나왔다. 시험장 앞에 있는 아담한 카페에 앉아 40대의 보건교사 합격수기들을 찾아 읽었다. 과연 내가 초등학생 아이 셋 엄마로서 이 공부를 위해 1년이나 2년을 투자할 용기가 있는 사람인가? 과연 이게 옳은 길일까? 다른 공부를 하는 게 나을까? 고민이 참 많은 날이다. 누군가 "이게 해답이야." 하며 알려준다면 어떨까? 그런 해답이 없으니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