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reo Mind Game] 도터의 'Party'
Elena Tonra와 Igor Haefeli, Remi Aguilella로 이루어진 인디 포크 밴드 Daughter가 7년 만에 2023 인디 신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더 이상 런던에서만 활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ㅡAguilella는 오레건주 포틀랜드로 이동했고, Haefeli는 브리스톨로 옮겼다ㅡ신보 <Stereo Mind Game>를 데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밴쿠버, 워싱턴 등 세계 곳곳에서 작업하며 팬데믹의 특수성을 극복하려 했다. 프로듀싱도 전작과 사뭇 달리 Haefeli와 Tonra가 자체적으로 맡아서 해결했다.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헤아렸어요. 방에 함께 있으면서 즉각적으로 작업을 하는 것과 반대로 마치 편지를 쓸 때 훑어보면서 실수한 부분을 고치고 숙고하는 것처럼 말이죠." (<애플뮤직>)
Daughter는 포크 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앨범 곳곳에 앰비언트 요소를 질료로 삼아 입체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직조해 냈다. 데뷔 때부터 베이스 리프로 레이어를 쌓아 올려서 몽환감을 연출해 냈지만, 이번에는 보이스메모와 관현악 편성을 더해 이질감 있는 리듬감을 파생시켰다는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트랙인 'Intro'에서는 전자음이 섞인 오케스트레이션을 구성하고 있고, 바로 디졸브되는 리드 싱글 'Be On Your Way'에서는 엘레나가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던 인물과 과거를 반복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좀체 정의할 수 없는 시간의 파사주를 거니는 듯하다. "앞날의 계획은 절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야 / 우리가 간직한 평생의 꿈은 얽매인 게 아니지 / 계획이 바뀐다면 다른 행성에서 널 만날게." 시간의 변화가 삼라만상에 적용되듯 'Dandelion'에서도 형언하기 힘든 관계를 다년초의 생성과 소멸을 엮어 차분하게 읊조린다.
감흥하기엔 44분이 짧게만 느껴지고, 템포에 맞춰 천천히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묘한 에너지를 풍긴다. Stephenson의 관현악 구성과 금관악기가 특징인 'Neptune', 리샘플링한 엘레나의 보컬과 아이거의 합창으로 초현실적인 정경을 펼쳐 보이는 'Swim Back'도 좋다. 이후에 남는 청각적 착시의 여운은 'Future Lover'로도 이어져 청자를 환각 상태에 노출시킨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달콤한 사랑의 말이 들렸지." 공간을 유영하는 무의식은 인터루드인 '(Missed Calls)'에 도달하고, 친구와 조카의 왜곡된 보이스메모가 담긴 과거의 파편을 끌어당긴다. 마지막 트랙 'Wish I Could Cross the Sea'에서는 피아노와 첼로를 덧붙여 웅장하면서 동시에 차분한 인상을 남긴다. 슈게이징과 드림 팝과 같은 타 장르를 동력으로 삼아 클래식한 인디 록이다.
그중 'Party'란 곡은 팬데믹으로 겪었던 알코올 중독과 우울감을 회상시킨다. 단조로운 일렉기타 스트로크와 드럼으로 점진해 나가는 수록곡 'Party'에서 Tonra는 알코올 중독에서 악착같이 벗어난 후 이를 회억하고 긍정한다. Haefeli는 Tonra 모습을 빌려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우물에서 빠져나온 겁니다. 그러고선 깊숙한 구멍을 내려다봤죠." (<모노레일뮤직>) 오래된 습관을 끝내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였을 걸 생각하면 공감이 간다. "완전히 녹초가 된 것 같아 / 이성도 마비됐다고 생각해 / 침착해보려 하지만 / 친구들은 사라지는 중이야." 화자는 과음 후 완전히 블랙아웃되면 사라질 시간과 기억에 대한 두려움을 금치 못한다. 나는 깨고 나서도 여전히 남아 있을 과거의 파편을 마주하는 일이 고통스러워했다. 알코올 중독이 무서운 점은 아무리 벗어나고 싶어도 비참한 과거의 습관에 갇혀 희망을 걸기 어려운 데서 오는 악순환이다.
스테레오 마인드 Stereo Mind는 결국 내면의 갈등이다. 참여자들이 동일한 음악을 듣고 카드의 단어 중 다른 사람들이 짚을 만한 것을 선택하는 협력 게임이기에 고립감, 2 채널 재생 및 녹음을 의미하기에 번잡한 머릿속을 암시한다. 첫 번째 벌스에서 관점에 변칙이라도 주듯 에고(Ego)와 이드(Id)가 갈팡질팡 반목하는 갈등을 밀어 넣는데, 이어지는 방울뱀 또한 시간과 기억을 잡아먹는 방해꾼인 모양새인 것이 부활과 유혹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넌 방울뱀이야 / 나 자신과 스테레오 마인드 게임을 벌여 / 글쎄, 너도 지워지지 않은 기억을 게워내잖아." 특히 두 번째 벌스에서는 소동이 잦아들면서 "스테레오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동안 넌 나를 해방시켰어 / 노래는 반복되는데 벗어났다고 믿기 어렵지"라고 고백하며 노골적으로 방해하던 어두운 이면의 감정과 자아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2025 1월 22일, <Middle Farm Session> EP가 발매되었다.
1. Intro
2. Be On Your Way
3. Party
4. Dandelion
5. Neptune
6. Swim Back
7. Junkmail
8. Future Lover
9. (Missed Calls)
10. Isolation
11. To Rage
12. Wish I Could Cross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