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대하는 기준점
풍요 속의 결핍이라는 말이 있다. 언제서부터인지, 재생 스크롤바를 조작하여 좋은 부분으로 넘어가기 위해 서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한정으로 음악 속을 탐색하고 디깅하는 일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음악에서 너비의 양적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일이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음악에 액세스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였다. 또한 음악 정보가 평준화되면서 비대칭성을 해소하였으며 물리적으로 음반을 찾고 뒤지며 관리하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편의성이 엄청난 시스템이다. 저작권을 마땅히 존중하고 라이센스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자본사회에서 당연한 개념이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왜일까?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을 3초만 듣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넘겨버리는 식의 광속화된 쇼핑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보상 시스템을 붕괴시킨다. 정확히는 음악에 몰입하는 경험을 앗아가고 자극적인 음악을 권유하는 것 같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뜯어보자.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에는 스마트 셔플 기능이 있다. 흔히 아는 스트리밍 사이트의 '임의 재생' 기능이다. 스마트 셔플은 곡 선택의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유사한 곡을 추천해주는 AI 기반 시스템이다. 비슷한 곡을 더 감상하고 싶다거나, 과도한 모험은 꺼려질 때 음악을 탐험할 수 있게 하는 청취자 묶어놓기 전략이다. 임의 재생은 청취자로 하여금 다음 곡이 무엇일지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음원서비스 제공 차트 및 알고리즘 추천 감상이 각각 1순위+2순위로 합쳤을 때 36.7, 21.9%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임의 재생은 개인으로 하여금 하이라이트 위주를 찾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중독성이 있고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음악을 찾도록 갈망하게끔 유도하는 셈이다. 여기서 음악은 숏폼 콘텐츠처럼 작동할 수 있는 점이 음악 이용 서비스가 스트리밍 다음으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57.1%)이며 그 이유가 영상과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50.5%).
음악 정보 과잉은 필연이다. <인포메이션>의 저자 제임스 글릭은 "과거는 아코디언처럼 현재로 접힌다"라고 말한다. 의도적으로 삭제되지 않는 이상, 음악 정보는 불멸이며 끊임없이 편집되고 가공되어 겹겹이 쌓여 퇴적된다. 한마디로 현대음악은 과거의 영광을 누린 음악과 경쟁해야 하며 디지털 상에서 함께 머무른다. 이렇게 고갈되지도 않는 음악 정보가 산더미처럼 불어나게 되면, 더 이상 우리는 해당 재화를 소유하지 않는다(Δ음악 공급량 대비 Δ효용이 0에 수렴). 또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집중 시간 대비 음악 총량으로 인해 선택의 역설이 주는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주의 집중은 한정되어 있으나 정보량이 많을 경우 우리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며 밀도 있게 감상하기 어려워진다. <레트로마니아>에서 사이먼 레이놀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 음악은 살 수 있고 보관할 수 있으며 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물건으로 물화했다. 다음에는 스트림할 수 있고 어디든 가져갈 수 있으며 다른 기기로 전송할 수도 있는 데이터로 액화했다. MP3를 통해 음악은 두 가지 의미에서 평가절화된 통화가 됐다. 일단 통화량이 너무 많아졌고 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면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나아가 음악이 사람들 생활에 들어가는 방식도 기체나 유체를 닮게 됐다. 덕분에 음악은 시간성에 복종하는 예술적 경험이 아니라 수도나 전기 같은 일용 재화에 가까워졌다. 음악은 단절에 지극히 예민한 물자가 됐다. - 사이먼 레이놀즈
something only has value when the supply of it is limited: the modern ubiquity of music as a consequence of the digital revolution means that often it is regarded as unimportant or cheap. 「The Social and Applied Psychology of Music」 서문 中, 애이드리언 노스 외.
특히 아도르노는 진지한 음악과 가벼운 음악의 변증법적 발전이 와해됨에 따라 사용가치에서 교환가치로, 청각적 퇴행과 음악의 물신화를 주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음악이 교환가치를 가지는 일은 당연한 일인 것은 물론 사용(기능)을 잃었다는 점은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 점이지만, 대량으로 쏟아지는 음악 기성품 사이에서 개별성을 가지기가 어렵다는 주장은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었다(최유준, 2009).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대적 환경도 있지만 그 구조와 형태에도 기인한다.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매체는 메세지'를 빌리자면, 임의 재생과 광속화된 음악 소비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사이트가 우리의 청취 방식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음악은 물리적인 재화가 아닌 온라인에서 교환 가능한 코인에 가까워지면서 쉽게 휘발되는 특성을 지니게 되며 앨범이 해체되어 싱글로 파편화되어, 서사가 분산되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음악이 고체->기체로 승화되고, 저번 글에서 설명한 배경 장식품으로 흘러나오거나 오브제, 방향제, 가구음악으로써 작동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하는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 사회에서 취향을 소비하고 전시하는 것을 넘어서 기체 근대, 공간을 점유하고 무드에 따라 사운드스케이프를 공간적으로 배치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무드를 위해서라도 뇌는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데 소모하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자연스럽게 정보 과잉의 음악을 배경으로 처리하길 원할 것이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킵을 마련하여 특정 에서 거리가 먼 음악은 취급하지 않도록 디자인되었을 수 있다.
음악의 기화 현상은 밀도 상승 대비 무질도서의 증가로도 설명이 된다. 엔트로피는 본래 열역학에서 유래한 개념이지만, 정보 이론에서는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척도를 의미한다. 식은 일어날 사건의 확률과 그 값을 모두 합친 기대값이다. 내가 음악 알고리즘을 통해 '내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올 사건을 x라고 가정할 때, 이때의 확률을 50%라고 한다면 -(0.5log2(0.5)+0.5log2(0.5))=1이 된다. 보통 큐레이션 음악은 조건부로 청취자의 마음에 들 경우가 높으니 1보다 작을 수는 있다. 그러나 예/아니오의 가짓수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경우가 아닌, 인지도나 매력도, 장르의 선호도와 같은 확률적 변수로 확장하게 된다면 엔트로피의 최댓값은 무한히 커지게 된다. Abraham Moles는『Information Theory and Esthetic Perception』에서 섀넌의 엔트로피 개념을 예술 분석에 도입했는데 음악적 정보를 1) 예외성, 2) 미적 가항성으로 구분했다. 예외성은 한마디로 복잡하거나 익숙지 않은 음악 장르가 엔트로피가 높음을 말하지만 미적 가항성은 감상자의 인지 체계와 적합하여 쉽게 접할 수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음악 스트리밍과 광속화된 정보 노출은 예외성에 더 높은 값을 부여하게 된다(아는 곡보다 모르는 곡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기준으로만 선별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연구 하나를 적어보자면, 2006년 그레고리 번스 주축의 연구진은 마이스페이스닷컴 출시 이후로 록, 컨트리, 얼터너티브/에모/인디, 힙합/재즈,블루스, 메탈 등 6가지 장르로 노래를 수집했고 통제 변은 아티스트가 주류 음반사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6곡씩 120곡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모든 노래를 15초로 토막내어 편집했으며, fMRI 세션 전 좋아하는 장르를 1~6까지 매기기로 하였다. 피험자들은 상위 3개의 장르만 들었고 15초 음악 클립을 첫 번째 들을 때는 선호의 척도로, 두 번째 들을 때는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보여준 후 평가를 수정하였다(3분의 1은 인지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결론은 인기도를 설명하지 않았을 때 피험자의 40%만이 평가를 바꾸었고 인기도를 설명하자 80%로 증가하였다. 또한 인기도에 따라 노래를 더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되는지, 아니면 취향이 군중에 따라 자의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 fMRI 검사를 한번 더 시행하였다. 음악은 당연히 청각 처리와 관련된 뇌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활성화하였는데, 보상 시스템 중 꼬리핵caudate nucleus의 활동이 노래를 높게 평가할 때 증가하고 그렇지 않을 때 감소하였다. 물론 인기도가 개인의 선호도 차이가 얼마나 보상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으나 평가를 바꾼 노래만 스캐너를 통해 살펴보니 꼬리핵의 활동이 감소되었으며, 초기 평가와 인지도 사이가 클수록 보상 회로의 감소폭 역시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노래를 인기 있는 곡으로 평가했을 때 꼬리핵 활동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이는 음악을 듣는 것이 개인의 취향으로만 확인하고 선호도로 갈무리짓는 게 아닌 그룹(무리)에 어울리고 순응하는 것으로써 얻는 사회적 보상이 있음을 말한다.
정보 과잉은 부하를 일으킨다. 1960년대 지그프리트 스트로이퍼트Siegfried Streufert는 정보 부하가 커질수록 정보처리의 관계가 역U자형을 대개 그린다고 설명했다. 당시 185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술 게임에서 결정을 내리는 지휘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정보장교들에게 정보를 늘이거나 줄이라고 지시할 수 있음을 사전에 알렸다. 물론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선호는 무시되었으며 정보량은 정해진 채였지만 데이터는 대개 최적 수준의 정보를 넘어선 정보 부하는 좋지 않음으로 결론지었다. 이러한 정보 부하 패러다임은 사람들이 제한된 정보량만을 흡수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이치에 바탕을 둔 것인데, 다양한 연구자들이 정보 과잉은 혼란과 좌절을 야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성법Introspection은 객관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통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2010년 국내의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진은 정보과잉 현상이 개인의 심리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채택하였다. 약 7일 동안 수도권 거주자 500명을 표본으로 정보 과잉의 척도를 9개의 문항으로 구성하고 이로 인해 유발되는 감정을 불안과 우울이라는 형용사로 구별하였다. 연구진은 SPSS를 활용하여 회귀 분석을 진행하였는데, 정서적 결과로는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지는 않았으나 정보부담감이라는 매개 요인은 불안과 초조감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또한 정보과잉에 노출될수록 불면증과 두통과 같은 부정적인 신체 증상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지나친 정보가 분석력을 저하시키고 의사결정을 유보하게 만드는 등 업무 방해나 주의력 집중에 까다롭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압축적이고 효과적으로 청취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 1) 먼저 물리적 음반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확실하게 좋아하는 음반을 고르게 된다는 신중한 고민을 끼얹게 된다. 인간의 소유본능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데, 무언가를 솓에 얻는다는 건 곧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가 코넬대 학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가격의 돈과 머그컵 교환 실험이나 크네시와 신덴이 진행한 머그컵과 초콜릿바 교환 실험도 교환이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본다면, 더욱 확신이 서는 부분이다. 구매한 음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편향은 유용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을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임차하여 구독을 갱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유할 수 있는 음악이라면, 물리적으로 접촉이 가능하고 다중감각적인 경험을 선호하는 뇌에서 봤을 때는 입체적인 신호가 된다(영단어 공부를 할 때 카드놀이를 하는 이유이다). LP는 기본적으로 턴테이블을 요구하고 보관할 수 있는 공간과 관리가 필요하지만 음악이 시각적이고 아날로그 상태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가치있는 소비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유익하거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 등 품평이 동반될 수 있다. <소비예찬>의 김규림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장비나 물건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사실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다고 믿는다. 진심으로 대하기만 한다면, 물건은 언제나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준다."
2) 또 하나의 전략은 음악 스키밍을 최대한 줄이거나 음악을 덜 듣는 것이다. 이는 불편함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도파민 댐이 터지지 않게 조절하여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디톡스를 실시하는 것이다. GQ 코리아에 실린 조엘 파벨스키Joel Pavelski는 아예 '소리 다이어트'를 단행하여 한 달 간 음악을 끊은 경험을 공유했다. 휴식 시에만 발동되는 DMN 네트워크가 곧 더 나은 의사결정 판단과 의지력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는 음악을 효과적으로 청취하는 데에도 혜택이 있다. 평소에 음악 없이 지내던 사람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행위는 음악을 접하는 관점과 태도에 변화를 준다. 반면 <레트로마니아>에 실린 마이클앤절로 메이토스는 2009년 1~11월까지 한 번에 하나씩만 다운로드하고 다음에는 받은 것을 들은 다음에 다운로드하는 식으로 음악 섭취에 제한을 걸었다. 달리 말하면 음악을 꼭꼭 씹어먹는 '딥 리스닝'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폴리 올리베로스Pauline Oliveros가 내세운 음악 청취 방식이다. 한마디로 음악을 명상과 통제에 활용하여 청취의 효율을 끌어올리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데 목적이 있다. 한계라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제로 활용하는 청취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용의 대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양적 투자가 불가피한 취향 찾기 게임에서 음악 청취를 정독처럼 고집할 이유도 없기에, 어느 정도 베이스가 완성된 이후에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3) 마지막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선 긋기식 대응 전략으로, 취향을 방패막으로 내세워 온갖 정보를 밀어내는 청취 방식이다. 선택은 신뢰와 취향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음잘알'과 평론가 등의 큐레이팅에 의존할 수 있지만 이게 왜 나의 취향인지 생각하기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스트리밍 환경과 1인 미디어가 다수인 흐름에서 음악을 청취하기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꼭 이유가 있어서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좋은 음악을 쉽게 찾아내고 감상할 수 있는 이점이 분명 있고, 선택과 집중은 늘 요구되기에 직관을 믿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음악을 부품으로 취급하여 어떤 가구를 선택해서 인테리어를 구성할지와 같은 발전적인 논의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인물로 재즈와 클래식을 60년 넘게 섭렵해 온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는데, 타인의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 성향과 감각을 바탕으로 호오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음악 체험의 묘미라고 덧붙인 적 있다. 개인이 음악을 큐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되찾는 해방감과 통제감, 자아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심리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자아 정체성은 망상이다. 뇌는 몸을 통제하기 위해 저해상도 시뮬레이션을 구성한다. 저해상도라는 것은 자아 표현을 저해상도 버전으로 기록하여 상세한 디테일 없이 일관성 있게 구성된 환상이라는 의미이며, 뇌는 기억을 적당히 망각하기 때문에 자아를 과거-현재-미래라는 일련의 서사로 제시한다. 특히 조제프 푸리에가 발견한 기저함수basis function은 어떤 수학점 함수도 심전도ECG를 서로 다른 진폭과 빈도를 가진 사인sin과 코사인cosine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걸 알아냈는데, 뇌도 마찬가지로 원본 형태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기저함수를 사용해 메모리를 압축시켜 스키마schema로 보존시킨다. 주로 복부 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vmPFC이 스키마를 활용해 감각 정보를 처리한다. 이렇게 완성된 서사적 자아이자 정체성의 압축본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며 앞으로 발생할 일에 대하여 믿음을 설정하고 예측하여 새로운 서사를 구성할 수 있는 사전 준비를 마련한다. 한마디로, 큐레이션된 음악이 나의 취향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취향으로써 음악을 구성한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지와 같은 결의 문제가 된다. 폴 리쾨르Paul icoeur는 저서를 통해 서사 정체성 (Narrative Identity)을 강조하는데, 이 정체성은 망각의 위협으로부처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근거로 이야기를 찾는다고 말한다. 이때 모든 이야기는 세 가지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친다고 설명하며 미메시스 I (선이해), 미메시스 II (구조화), 미메시스 III (재구조화)로 구분한다. 서사 정체성은 반드시 타자성을 요구하며 상호 관계 속에서 이야기가 생성된다. 예를 들면, 오늘 하루 기분이 상쾌하고 날아갈 것만 같은 좋은 일이 생겼다고 치자. 화자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신나는 음악을 수집하게 된다. 이를 오늘이라는 시간 순서에 맞게 플레이리스트나 특정 재생 목록으로 구성한 다음, 재생하여 음악을 듣고 타인에게 공유하는 과정에 해당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레고리 번스는 말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아 정체성이 자신에게 말하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면,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라는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