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전시와 재즈
FEZH의 전시 <블루노트가 없다면 재즈는 없다It Don't Mean Jazz>를 감상하고 왔다. 블루노트BLUE NOTE는 1939년 뉴욕 독일의 압제를 피해 건너온 유대인 알프레드 아이언Alfred Lion과 프랜시스 울프Francis Wolff가 엔지니어 루디 반 겔더Rudy Van Gelder를 만나 설립된 재즈 음반사이다. 전시의 특징은 숫자 '445'로 루디 반 겔더의 스튜디오 주소지이자 LP 컬렉션의 총수량이 445장이 전시되어 있다. 루디 반 겔더가 24비트로 디지털 리마스터링하여 남긴 200여 장의 RVG 에디션, 10인치 규격의 5000시리즈부터 황금기인 1500 시리즈 99장 전권(1955~1958), 하드밥이 대중적으로 완성되고 프리 재즈가 태동한 4000 시리즈(1958~1970)까지 블루노트가 여태껏 선보인 재즈음악의 DNA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하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블루노트 카탈로그 코드 및 주소 연대기를 읽는 법(카탈로그 프리픽스 및 일련번호 체계, 라벨 주소의 변천사 등)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하 1층에는 하루키스트 뮤직 라이브러리와 재즈펍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LP레코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제작 과정을 4층 물의집CASA DEL AUGA에서 상영하고 있다.
블루노트 전시의 시작과 끝은 모두 재즈 감상으로 통하지만, 이와 동시에 기능주의, 배경음악의 존재를 뚜렷이 느꼈다. 1) 445종의 재즈 앨범은 링크(https://service.fezh.co.kr/scan/)를 통해 앨범을 스캔하면 스트리밍으로 직접 들을 수 있고 공간에 배치되어 장치로써 공간의 분위기를 정의한다. 블루노트의 앨범 커버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리드 마일스Reid Miles는 바우하우스의 기능주의를 재즈의 리듬으로 치환하여 타이포그래피를 감각적이고 세련되고 배치하였다. 20세기 독일에서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에 의해 설립된 바우하우스는, 조형예술 교육 기관으로 나치의 압력에 의헤 93년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학교로 계승되었다. 바우하우스는 1925년 이후 산업디자인에서 기능주의fucntionalism,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본 철학을 표방하여 모더니즘적 발전을 도모했다. 2) 특히 JBL Summit 스피커에서 나오는 편안한 재즈음악이 공간을 메우고 있으며 곳곳에 배치된 노이즈 캔슬링 오버이어 헤드폰(JBL TOUR ONE M3 SMART Tx), 하바구든 브랜드나 KEBE 브랜드의 라운지 체어((Tari Lounge Chair) 등이 기능적 미학의 요소를 구현한다. 제품명을 확인하고 상세페이지에서 제품의 규격이나 퀄리티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브랜드를 알아가는 재미를 보장했다.
재즈와는 별개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하나는, 기능주의적 건축물이 음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축물인 빌라 사보아villa savoye는 필로티와 옥상 정원, 통유리창, 파노라마 뷰, 흰 외벽, 그리고 기하학적인 비례가 돋보이는 기능주의 건축물이다.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가 말한 '살기 위한 기계'라는 기능적 말이 음악으로 어떻게 치환될 수 있을까? 둘은, 배경음악이 언제부터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되었는지이다. 물론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을 듣고 있노라면, 기교와 속주에 따라 둠칫둠칫 흥을 타게 된다. 블루노트의 재즈는 폴리리듬이므로 반복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 즉흥성과 현장에서의 교감을 중시하지만, 전시에서는 의도적으로 감상하기보다 시각적으로 구경하는 일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여백의 음악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은 다음 글에서, 두 번째 질문을 이번 글에서 해소해보고자 한다.
배경음악은 언제부터 중요해졌을까. 1920년 '배경음악'은 현대음악의 시초가 되면서 도시 내외로 퍼졌다. 조지프 랜자Joseph Lanza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엘리베이터가 특히 중요한 공간적 구조물로 떠올랐으며(Muzak), 기계적 소음이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므로 음악만 있다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치유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후 뉴욕의 오언 스콰이어George Owen Squler는 군인 출신의 라디오 엔지니어로서 식당, 호텔 다이닝룸, 사무실 등에서 녹음된 음악을 연결해 틀어주고 구독제의 프로토타입을 마련했다. 스콰이어의 회사명은 와이어드 라디오에서 MUZAK으로 변경되며 원하는 방송을 4가지로 구분하여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보라 방송은 낮 시간의 식당, 빨강 방송은 소규모 바를 대상으로 스포츠와 날씨 중계, 초록 방송은 개인 아파트용인 식이다. 중요한 것은, MUAZAK의 음악이 누구의 비위도 거스르지 않게 하는 부드럽고 풍성한 음악이었다는 사실이다.
MUZAK의 음악은 1940년대에 '연쇄 자극'이라는 상표로 출시되어 곡의 분위기나 빠르기에 맞추어 진화하였다. 어쩌면, 오늘날 사람들이 집중하기 위해 BGM이나 로파이 음악을 들으면서 업무 노동을 이어갈 수 있는 시초라고 볼 수도 있다. 유사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아침에는 활기차고 정신이 맑아지는 음악을, 저녁에는 클래식의 비중을 높이고 수면을 돋우는 음악을 틀어주었다. 공장에서는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에 입각한 규격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음악이 노동자들의 업무에 맞추어 변속되었다. 배경음악은 공장 노동자들이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몰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2026년인 지금도 카페나 편의점 등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배경음악이 뿜어져 나오고 있으며 무드와 환경에 맞추어 장르를 유연하게 배치해 소비자들의 힐링 수단이자 감각적 도구로써 톡톡이 활용되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사람마다 마트의 신나는 음악이 구매적 강요로 이어지기 위한 청각적 소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며 고요함을 망치는 소음공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특히 배경음악은 건축음향학적으로 구조물 내에서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소리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연구하는 학문인 건축음향학은, 19세기 후반 윌리스 클레멘트 서빈Wallace Clement Sabine의 연구로 시작되었다. 서빈은 1895년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가 되고 강당의 형편없는 음향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반원형의 실내에 돔 천장이 달린 곳이었다. 흡음재와 공간의 면적에 따라서 직접음과 간접반사음의 도달 위치 및 시간도 달라지므로, 잔향시간의 공식은 0.161*공간의체적(㎥)/표면적*흡음률로 계산되었다. 포그 박물관은 1973년에 철거되었지만 2005년 브라이언 캐츠와 에워트 웨더릴은 이전 임펄스 응답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측정해보았다. 결과적으로 포그 박물관에서 서빈이 내린 처방을 조사했을 때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지상 최고의 사운드>). 블루노트의 전시에서는 3층으로 구성된 FEZH는 탄화목과 벽돌를 주재료로 하였고 전시 공간은 VORTEX 갤러리는 보이드 공간이 있는 나선형 미로 구조이다. 건축음향학적으로 청음에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세한 건축 비하인드 스토리와 브랜딩 콘셉트는 임종현 선생님의 브런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음악 중 '가구음악'은 현대사회에서 음악이 활용되는 면을 잘 보여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가구음악Musique d'ameublement은 에리크 사티Erik Sati가 고안한 개념으로 의식을 점거하지 않으면서 환경에 참여하는 배경적 음악을 말한다(특정 침구류 브랜드의 광고가 생각난다면 정답이다). 1920년, 프랑스 작곡가 에리크 사티는 화가 페르낭 레제Fernaud Leger와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러나 식당에 상설 오케스트라가 있어 대화를 할 수가 없어서 중도에 식당을 나와야만 했다.
가구 같은 음악을 만들어야 해. (...) 주변 소음을 고려하고 그 일부가 되어버리는 음악을, 듣기 좋고 식기가 달그락대는 소리를 가려주되 완전히 덮어버리지는 않는 음악,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음악이라고 보면 되네. 때때로 어색한 침묵이 손님을 덮쳐도 음악이 메워줄 테니 시시한 짓거리로 시간을 때울 필요도 없어지겠지. (...) 바깥 거리의 소음이 생뚱맞게 끼어들어도 중화해줄 테고. <소리의 탄생> 中
블루노트의 전시도 마치 그러했다. 재즈가 전시 감상에 도움을 주지만 부수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음악은 이제 기능을 갖춘 하나의 청각적 가구가 된 것일까? 재즈는 카페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공부나 일 등 작업 중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 개인이 조절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음악 이용자 조사 응답자 특성]에서 '음악 감상 형태별' 응답이 71.2%(3000명 대상, 2137명)에 달한다. 물론 음악을 들으면서 멀티태스킹을 한다는 건 곧 주의 집중이 떨어지는 일이 될 수 있으니 학습 효과는 별개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또한 재즈 중에서도 차분하고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 더 도움이 될지, 사람마다 외부 자극의 기준이 미묘해서 얼마나 음악을 개인의 성향과 접목하게 되고 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등과 같은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이 하나의 가구라면, 대표적인 장르인 재즈와 클래식, 팝송, 발라드는 각각 어떤 가구에 해당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