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vs 앨범
예전에는 핑크 플로이드를 잘난 척하는 음악광들이나 좋아하는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음악을 만든다는 게 책 한 권을 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음악과 독서는 비슷한 경험이다.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 中, 전은경
FLO에서 운영하는 팀 뮤직데이터 메일링 서비스에 따르면, 90년대에는 앨범의 비중이 77%에 달한다고 밝혔다. 89년 이전에는 약 69%였으나 00~09년이 되면서 싱글과 앨범의 발매 현황은 역전되었고, 15년도 이후에는 정규 앨범이 18%까지 떨어졌다. 이는 FLO에 등록된 국내 앨범을 대상으로 한 수치이지만 26년이 된 지금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싱글이 앨범을 압도하는 현상이 기본 전제가 되었다. 2019년 음악 팟캐스트의 'Switched On Pop'에 따르면, 1995년에는 평균 4분 30초 정도의 길이를 유지했지만 19년 기준으로 약 3분 42초라고 말했는데 대략 길이가 18% 정도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switchedonpop>). (이는 다시 아도르노와 벤야민, 예술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인건비와 제작비 상승, 앨범의 고정된 단가나 사회적인 추세 모두 영향을 주겠지만 그중에서도 '스트리밍'이란 매체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더 이상 10곡을 듣기 위해 시간을 쏟을 필요도 없으며, 마음에 드는 하이라이트 트랙만을 추출하여 원자화시킬 수 있다. 앨범의 전곡을 듣는 사람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전곡 청취 횟수/하이라이트 트랙 청취 횟수 단위 값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청취에서 싱글과 앨범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독서의 발췌독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완독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이는 단편소설집에 있는 짧은 소설 하나를 읽는 것이 곧 싱글 하나를 청취하는 것이고, 반대로 앨범 전체를 듣는 것은 책 하나를 통으로 정독하는 일이라는 비유이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말했듯 싱글을 포함한 모든 곡은 스트리밍 내에서 3초 안에 모든 것이 결정 난다. 이는 앨범을 통으로 듣지 않고 싱글 청취만 반복적으로 할 수 있게만 하여 더욱 싱글 스트리밍 환경에 의존하고 익숙해지게 된다. 독서도 스키밍이 있다. 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Marrian Wolf가 집필한 『다시, 책으로』에서는 뇌의 신경가소성으로 인해 디지털 매체의 독서가 심층적으로 읽고 사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 결여시키며, 디지털 텍스트와 같이 듬성듬성 읽기를 길들인다고 한다. 더 적확한 비유를 찾자면 장편소설 하나를 읽는 데 맥락과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챕터 하나를 누락하고 읽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스트리밍 음악이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서사가 존재하는 음악의 경우 단편으로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소설에 배치된 장치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고품질의 독서를 하고 싶은 것처럼 음악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와 본질을 발라내는 작업 등 합리적인 활동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논리에는 비약이 존재한다. 일대일 대응으로 바라보기에는, 독서는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며 텍스트를 읽기 위해 정신적 활동이 요구되므로 완독이 권장될 수 있다. 독서는 비선형적이며 정보가 훨씬 압축적이고 능동적인 해석 활동이기에 주의력 결핍이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독서는 혼자서 하는 활동인 반면 음악 청취는 선형적인 시간 예술에 돌입하는 것으로 특정 정보를 누락하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단지 스트리밍이 앗아가는 건 몰입도이다. 싱글로 음악을 들었을 때 생기는 문제는 아티스트가 의도한 대로 앨범을 구조적으로 설계하고 트랙 by 트랙으로 배치하는 것에서 오는 총체적인 경험이 분산되는 것뿐이다.
또한 음악 청취는 독서와 다르게 즉흥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활동이며, 이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청각 vs 시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청각은 감정과 같은 가치 판단에 우위를 둘 수 있다고 본다. 시각은 기본적으로 공간과 사물을 의식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하기 위한 계량적 정보 필터에 가까운 반면 청각은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신속한' 정서 반응 통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냥 전시회에서 작품 하나만 보고 나오는 격의 극단적인 비유로 두 행위를 명확히 구분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 배경지식을 알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음악 청취에는 해가 되지 않는다. 신경과학자 고란 시아치Goran Šimić 등 9인이 저술한 <Understanding Emotions: Origins and Roles of the Amygdala>에 따르면, 조셉 르두Joseph Ledoux의 이중 경로 이론 중 저위도 경로에서는 청각 정보가 감각적 피질을 거치지 않고 시상에서 편도체로 도달하게 함으로써 무의식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을 매개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외의 논문에서도 시각적 인상이 청각의 해석에 따라 좌우될 수 있고 청각은 정서적 각성과 감정 상태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기술되었다. 특히 이미지나 영상과 결합될 때 증폭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음악과도 연결 지어볼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음악 청취는 독서와 다르게 본능적이고 개인의 취향에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앨범과 달리 싱글 청취는 대개 스트리밍의 등에 타고 날아오른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회사 입장에서는, 30초 이상의 스트리밍 기록이 잡혀야 청취로 집계가 되는 사실도 이에 포함된다. 청취자들이 훨씬 스트리밍 서비스에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극적인 싱글을 제공하여 청취 횟수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면 말이다. 2019년 Deezer에서 '앨범의 날' 기념 2,000여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청취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25세 미만의 음악 팬 중 15%는 한 번도 정규 앨범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요즘 제작되는 싱글은 건너뛰지 못하도록 최대한 잡아둘 수 있는 훅(hook)이 시작과 동시에 들리도록 개발해야 했고, 장르를 다양하게 혼합하거나 곡을 짧게 만들어 지표를 드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인 아티스트의 경우는 싱글과 EP를 지속적으로 발매함으로써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는 브랜딩을 심어준 다음, 무게감 있는 LP 발매로 묶어둔 타깃팅(고객층)을 공략하기도 한다. 이의 부작용으로 싱글의 바이럴을 위해 과도한 경쟁에 매달려야 하며 라이선스나 스트리밍 수익에 의존하기 힘들다는 점도공존한다. 데이비드 헤즈먼달David Hesmondhalgh은 2021년, 스트리밍 플랫폼이 음악 문화와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비판적 관점을 고찰하였다.
•스트리밍은 의미 있고 미학적인 음악적 경험보다는 기능적인 경험을 조장한다.
• 스트리밍은 단조롭고 도전적이지 않은 음악을 조장한다.
• 스트리밍은 음악적 경험을 수동적이고 산만하게 만들며, 음악을 배경으로 축소시킨다.
• 스트리밍은 음악 트랙과 곡의 길이를 짧게 만들고, 음악적 경험을 더욱 파편화시킨다.
• 스트리밍은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려는 시도와 모험심을 저해하거나 제한한다.
싱글과 관련된 비판적 주장은 리즈Liz Pelly의『Mood Machine』을 비롯하여 스포티파이와 같은 거대 스트리밍 거술 기업이 모든 음악을 배경음으로 처리하고, 감정 조절 캡슐로 이용될 수 있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MUZAK처럼 음악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 없이 감정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써 이용될 수밖에 없으며,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차치하고서 이해 없이 감각적으로만 소비되는 경향을 주로 언급한다고 볼 수 있다(스포티파이-코어, lean-back 청취자 등). 데이비드 헤즈먼달은 이러한 비판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지만, 음악을 고상하게 여기고 감상할 수 있는 태도가 엘리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왜냐하면 싱글 음악은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청취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안치시키는 것이 아닌 능동적인 설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싱글에도 이점이 분명 존재한다. 한 연구에서는 스포티파이 채택 이후 노래나 장르, 아티스트 등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비율이 대폭 상승했음을 발견했다. 또한 플레이리스트는 제작자의 의도대로 완성된 앨범과는 다른 맥락으로 재생되며, 싱글 하나가 거대한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역시 아티스트와 청취자 모두에게 좋은 소식으로 들릴 수 있다. 아까 말했던 음악 청취가 본능적 감정에 기반한 활동이라고 분류하게 된다면 비판이 유효하게 다가오지 않는 듯하다. 싱글과 앨범은 주의력을 갖고 음악을 청취할지, 기능적으로 집어서 특정 무드를 형성하게 위함인지에 따라 용도가 다를 수 있다.
스트리밍 시대에서 아티스트들이 앨범이라는 형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드로 네토Pedro Neto 외 3인이 연구한 <An album is a story: Feature arcs in sequences of tracks>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이들은 51,010장의 발매된 앨범에 수록된 트랙의 특징을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평균 260회 공연을 하고 6장의 앨범을 녹음하였으며, 14년 정도의 음악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 음악가이자 프로듀서 13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연구진들은 곡들을 어떻게 배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재즈와 클래식 장르 내에서 각각 5곡으로 구성된 3세트를 준비하였다. 첫 번째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재즈 곡들이었으며 두 번째와 세 번째 세트는 '감정 주석' 데이터 모음에서 마련한 다양한 장르의 약 400여 개의 곡들 중에서 기악중심의 곡을 선별해 제공하였다. 모두 60초 분량의 음악 세그먼트였는데, 참가자들은 트랙을 음악 앨범에 수록될 순서대로 배열해야만 했다. 설문조사의 질문은 (a) '적절한 곡 순서를 정하는 것은 앨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와 같은 명제로 구성된 9가지로 100점까지 매길 수 있었다.
연구진들은 위치 규칙성(PR)과 특징 분포를 위주로 분석하였다. PR은 트랙 빈도의 정규화된 섀넌의 엔트로피 이론으로 정의되었으며 빈도 벡터로 정의되었다. PR값이 높다는 것은 곧 특정 위치에 하나 이상의 트랙이 다른 트랙들에 비해 더 높은 확률로 선택되었음을 말한다. 여기서 특징은 [Valence, 기분], [Arousal, 각성], [Loudness, 음량], [Tempo, 템포] 네 가지로 구분되었으며 소리의 음량(RMS), 밝기, 엔트로피 등 요인을 다중 선형 회귀 모델을 통해 감정적 수치로 제시하였다. 또한 분산 분석(ANOVA)으로 개체 내 요인(트랙)과 개체 간 요인(세트)을, 트랙 간의 유사성을 피어슨 상관계수(1-r)로 변환하였다. 연구진들은 기존 가설로 트랙 간의 변화가 일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므로, 템포 비유사도에서는 템포 BPM 차이만을 구하였다. 마지막으로 설문 응답에서는 구간별 점수를 조건부 함수로 이산화하여 카이제곱 검정을 총해 얼마나 답변이 치우쳐져 있는지를 판별하기로 하였다.
결과는 놀랍게도, 앨범 수록 순서에 대해 상당한 수준으로 일치를 보였다. 트랙 시퀀싱이 균등하게 20%로 나타나지 않았으며 PR값은 첫 번째 트랙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모든 PR값의 평균과 표준편차는 0.0096과 0.006으로, 사실상 트랙 간의 감정이나 각성도, 템포가 유사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음악 장르와 다소 무관하게 다양한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이 일정한 논리에 따라 트랙을 배열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기분]과 [음량] 값이 높을수록 앨범의 앞부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으며 마지막 곡도 [각성]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대로 말하면 중간에 위치한 트랙은 각성도가 낮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에 문학 작품과 OTT 매체에서 자주 나타나는 U자형 대기만성형 구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템포는 역U자형으로, 중간 트랙에서 가장 빠르다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트랙이 앨범에서 배열되는 순서가 청취자에게 구체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또한 트랙은 5개만 제시되었으며, 프로듀서의 개인적인 취향과 호오, 여타 장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구조적 설계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앨범의 유기적인 배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파이에서 23년에「Sequential Music Preferences via Optimisation-Based Sequencing 」의 논문으로 트랙별 순서가 앨범 완청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였다. 연구진들은 사용자들이 ⓐ위치 인지 선호-첫 곡을 가장 많이 듣는다는 것과 ⓑ 곡과 곡 사이의 연결성이 좋으면 많이 들을 것이라고 가정한 뒤, 순서 최적화 모델을 만들었다. 최적 시퀸싱을 위해 수식을 마련하였는데, γ∈(0,1)은 할인 계수이며, r(u,t,π)는 사용자인 u가 트랙 t를 완청하면 1, 스킵하면 0을 의미한다. 모델은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Myopic 방식으로 곡을 개별성의 점수로만 매기고, 두 번째인 Position-Aware 방식은 트랙 위치ℓ을 추가로 넣어 몇 번째 트랙을 듣고 있는지에 따라 이탈 확률을 계산한다. 세 번째인 Local-Sequential 방식으로 직전 곡 간의 유사도만 계산하는 방식이나 메모리를 늘릴 경우 값이 올라오게 되었다. 수치적으로만 보면, Position-Aware 방식이 점수가 제일 높았으며(0.5810) 이는 사용자가 초반의 음악 세 곡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강력한 곡이 있을 경우 완청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Local-Sequential 시퀀서가 생성한 음향 특성 모두 트랙의 유사성이 높았고 온라인 A/B 테스트를 했을 때 완청률이 2.5%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트랙 순서가 사용자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이다.
싱글에는 없는 앨범의 이점은 무엇일까. 아까 살펴보았듯이 앨범의 구성은 트랙의 순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는 앨범 청취가 아티스트가 설계한 대로 음악에 나를 맡기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싱글에서는 상업적 효과와 단발성에 그치는 작업에 그칠 수 있으나, 앨범은 입구를 넘어서 건축물 안에 해당한다. 따라서 앨범은 아티스트의 진정성과 예술성을 깊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대중음악학자 로이 셔커Roy Shuker는 콘셉트 앨범의 요건으로 1) 통일된 주제, 2) 음악적 시퀀싱(연결), 3) 내러티브(완결성), 4) 예술적 의도를 제시하였다. 꼭 콘셉트 앨범이 아니더라도 앨범은 Σ싱글이 아니라 부분의 합보다 큰 게슈탈트Gestalt적 속성을 지닐 수 있다. 아마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콘셉트 앨범은, 1940년대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Dust Bowl Ballads』에서 유래하였다. 이후에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60년대에 비틀스의 역작이라고 불리는『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나 핑크 플로이드 등의 음반이 록의 콘셉트 앨범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콘셉트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사나 악기 등 하나의 통일된 양식을 가지고 있을 때 지시되는 용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GQ의 도리안 린스키Dorian Lynskey는 콘셉트 앨범에 대해 "스트리밍과 플리의 급부상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급부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앨범다울 수 있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콘셉트 앨범은 주제나 가사가 일관되는 부분이 있으며 메시지가 담겨 있으므로 기존의 앨범보다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또한 콘셉트 앨범을 벗어나 정규 앨범은 전반적으로 EP나 컴필레이션, 싱글에 비해 볼륨이 크고 음악을 딥하게 즐길 수 있는 청취자들에게 효과적인 포맷으로 적용된다.
앨범은 어떠한 사람들이 들을까? 앨범을 듣는 이들을 형식상 앨범파일albumpile(오디오파일의 변형어임을 알림), 열혈팬, 롱텀 리스너로 구분해 보자. 1번 그룹은 하이파이 음질을 까다롭게 요구하는 만큼 특정음악을 선호하지는 않더라도 앨범의 구조적 완결성에 매우 큰 관심을 갖는 부류일 것이며, 형식과 규범을 고집하는 동시에 사운드의 특징과 질감, 박학다식하게 수집을 애호하는 이들일 것이다. 앨범을 듣는 것이 예술로써 아티스트를 대하는 예우이자 올바른 접근법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2번 그룹은 앨범을 통해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내고 세계관을 정립하는 일을 포함하여 작품 내지는 아티스트를 지지하기 위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앨범을 완청하는 모든 이들이 열혈팬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그 역은 성립한다고 본다. Spotify for Artists에서는 Fan Study 기능을 제공하는데 2023년 관련 연구에서 월간 스트리밍 횟수의 약 18%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앨범 단위로 듣는 청취자는 피지컬 앨범 구매 비율도 상당히 높다. 3번 그룹은 주의 깊게 앨범을 듣지는 않더라도, 스트리밍 선택의 폭을 줄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앨범 단위의 청취 방식을 고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상황이나 무드에 맞추어 앨범을 유동적으로 재생하는 식으로, 여행 패키지 상품을 원하는 부류일 수 있다. 앨범파일과 열혈팬에 비해서는 얕지만 개방적이며 음악 트렌드와 장르적 다양성을 옹호하는 방향일 것이다.
분류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청취하면서 변경될 수 있는 가변적인 정의이지만, 싱글과 앨범으로 구분되는 원인이 결국 청취 스타일과 소비자들의 감상 방식과 직결된다면, 구체적으로는 앨범이 싱글과 다르게 어떤 식의 의미를 창출해 내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또한 인생 앨범이란 무엇이며 청취자들은 인생 앨범이나 음악으로 생각하는 메커니즘을 후술하며 개인적으로도 내러티브를 엮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음악은 독서와 다르게 감정과 정서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정체성 감각과 미적 사유와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