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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 2024
7인 7음의 비장한 매그넘 오퍼스
[리뷰] 블랙 컨트리, 뉴 로드의 [Ants From Up There]
불협화음과 강렬한 리프가 특징인 데뷔 앨범 <For the First Time>은 2021 머큐리 어워즈 '올해의 앨범' 후보로 지명되고, 영국 앨범 차트 4위까지 올라가며 신예 밴드로서 엄청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팬데믹 당시 아이작 우드(Isaac Wood)는 타일러, 루크와 곡을 쓰기 시작하며 리허설을 통해 멤버들과 합을 맞추었다. 여름에는 와이트 섬에서 사운드 엔지니어 세르히오 마스체츠코(Sergio Maschetzko)가 프로듀싱을 할 수 있도록 초대해 밴드의 새 돛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발매 나흘 전 정신적인 문제로 공식 탈퇴를 선언하였기에 멤버로서 마지막 프로젝트가 된 셈이다. "더 이상 아이작은 밴드의 멤버가 아니지만 남은 우리들은 블랙 컨트리, 뉴 로드로서 음악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것입니다. 사실 작업도 이미 들어갔습니다." (<피치포크>)
한 단계 발전한 <Ants up From There>에서 우리는 루크 마크(기타), 타일러 하이드(베이스), 찰리 웨인(드럼), 루이스 에반스(색소폰), 조지아 엘레리(바이올린), 메이 커쇼(피아노)를 따라가며 각양각색의 장르를 만나게 된다. 재즈 클래식, 클레츠머와 챔버 팝, 프로그레시 록 등이 혼합되어 2000년대 초반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명맥을 잇는 느낌이다. 복잡한 맥시멀리즘의 중심에는 기진맥진한 바리톤의 아이작 우드가 있다. 즉흥 연주로 시작된 트랙 'Haldern'에서 그의 피로가 체감된다. "얼굴을 돌리고 수치심 속에 숨어 / 넌 내 피곤한 몸을 기억하고 / 내복으로 감싸겠지 / 그를 떠난 아픔에 기도하며."
이들은 도입부 서곡 'Intro'에서 군악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Chaos Space Marine'의 경쾌한 바이올린과 세련된 피아노, 코끼리의 변조된 울음소리 같은 알토 색소폰은 기교가 넘친다. "난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이야 / 그래서 뭐? 널 사랑한다고 / 자기야, 강철로 된 내 손을 잡아줄래? 차갑기만 해." 기발하고 엉뚱한 노랫말을 주지시키는 가운데 앨범에 깊게 배인 화자의 심정은 각각 플루트와 오르간이 들어간 'The Place Where He Inserted the Blade', 'Snow Globes'에서 동요가 빗발친다. "날씨의 신이시여, 헨리는 압니다 / 스노글로브는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요."
물론 격양의 핏대를 내세우더라도 느슨해지며 일렁이기를 반복한다. 아방가르드 작곡가 스티브 레이치(Steve Reich)에게 영감을 받은 오케스트라 발라드 'Bread Song'에서는 현대인이 살아가는 삶을 엮는다. "모든 휴대폰이 방전되었고 / 너의 집에 있는 그 누구도 와이파이가 없었어 / 그래서 제단에 무릎을 꿇었지." 콩코드 오류를 통해 일방적인 관계와 충족되지 못한 사랑을 고백하는 'Concorde'는 단조로운 벌스를 보완하는 만돌린과 포스트 코러스를 향해 크레셴도로 사뿐히 나아가고, 'Mark Theme'은 팬데믹 기간에 세상을 떠난 루이스의 삼촌에게 무언의 위무를 건네는 촘촘한 방식이다.
장장 12분 길이의 'Basketball Shoes'에서는 3막으로 구성되며 매 파트와 인터루드에서 변주되는 악상의 기호와 음악적 어법은 미묘하게 속살을 파고든다. ("Oh, your generous loan to me/Your crippling interest") 곡은 2019년부터 수정을 거듭하여 트랙을 퓨전으로 조합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아이작이 없는 이들의 앞길은 우려스럽지만 <Ants From Up There>의 음반과 퍼포먼스 모두 앞으로의 행보에도 부력을 싣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BC, NR의 라이브를 영국 역사상 최고의 무대 중 하나라고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다. 블랙 컨트리, 뉴 로드는 올해 2월 20일 서울의 무신사 개러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