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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흙과 잡초의 심포니

잡초처럼 생존에 진심인 생물이 있을까

일본 아오모리현 기무라 아키노리 씨의 '기적의 사과'로 알려진 자연농법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 많은 농업인이 오마주(hommage)하며 실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처음에는 벌레가 먹고, 꽃도 제대로 피지 못했지만 8년 만에 사과꽃이 반발하면서 희망을 발견했다. 농장에서 잡초를 키우며 건강한 농장으로 바꾸어 나갔다.


일반적으로 3미터 내외의 뿌리를 내리는 사과나무와 달리 기무라 씨의 사과나무는 20미터까지 뿌리 내리며 건강한 사과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사과나무가 주인공이이고, 자신은 보조 역할이라며 자연처럼 겸손해했다. 그가 생산한 것은 사과였지만 사과를 만든 것은 바로 땅속의 미생물과 잡초가 만들어낸 건강한 흙이었다.


자연농법은 화학비료, 퇴비를 사용하고 트랙터로 땅을 가는 등 현재 재배 방식인 관행농법과 다르게 4무(無 농약, 無 비료, 無 경운, 無 제초)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게 특징이다. 자연농법은 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택하는 방식이다. 태평농법, 게으른 농법이라 매도할 수 있지만 느림의 미학, 흙과 풀이 함께 연주하는 자연농법, 탄소 농법 그리고 잡초와 흙이 빚어내는 심포니 농법이다.


최근 들어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법이 탄소 중립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탄소동화 작용으로 식물체 내에 흡수된 탄소는 뿌리를 통해 토양미생물로 전해져 탄소를 저장한다. 이를 활용하는 것이 소위 탄소 농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실질적으로 탄소의 순 배출량을 제로에 가깝게 한다는 ‘2050 탄소중립 추진’과 맞물려 있다.


프랑스의 경우, 토양의 탄소를 매년 0.4%씩 늘려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인 온도 상승을 현재에서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한다는 ‘4퍼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등 지구온난화를 막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흙에 있는 탄소 총량의 0.4%를 매년 돌려주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흙 속의 탄소 함량이 증가하면 기후변화 완화는 물론 흙이 건강해지고 결국은 작물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다. 흙 1 평방미터에는 세균과 방선균 10조 마리, 선형동물 500만 마리, 원생동물 100억 마리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한 숟가락의 흙에 전 세계 인구보다 많은 미생물이 있다고 하니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전히 다수의 농업인은 매년 땅 표면에 퇴비와 비료를 넣고 땅을 간다. 이러한 관행의 농법은 농기계의 눌림 등으로 경반층(硬盤層)을 만들어 배수를 불량하게 만들고, 이에 따라 연작 피해와 염류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잡초를 이용하여 자연적으로 공극을 만드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업인도 많다.


대부분의 농사는 표토층(表土層)인 상위 20-30센티미터의 토양에서 재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잡초는 뿌리를 깊이 내리며 흙 속의 무기물을 흡수하고, 뿌리가 썩으면 자연스럽게 퇴비의 역할을 한다.


풀은 뿌리를 깊이 내려 햇빛을 위한 생존 경쟁에서 밀리기 마련, 작물이 잡초와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는 뿌리가 긴 만큼 위로 잘 자라기 때문이다. 깊은 곳으로 향하는 뿌리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토양을 풍부하게 만들어 미생물이 모여들고 뿌리에 양분을 공급한다.

2년생 방울 토마토. 발코니에서 키우다가 텃밭으로 이식

잡초가 가진 다양한 힘


잡초의 뿌리는 흙의 공기를 공급하고, 표토층 아래에 있는 경반층을 파괴하여 다공성 흙으로 변화시킨다. 지렁이 등의 땅속의 생물들은 흙의 구조를 바꾸고, 산소를 공급하여 작물이 잘 자라도록 한다.


농업은 풀과의 전쟁이다. 우리가 원하는 식물 이외에 식물은 다 풀, 즉 잡초라 통칭한다. 인간의 편의성이 함축된 말이다. 없어도 되는 식물, 농사에 방해가 되는 식물, 원하는 만큼의 생산량에 미달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잡초다. 이런 식물들은 여러 전략을 쓰고 있다. 씨앗을 만들 때 크기를 다르게 하여 발아 속도를 달리하는가 하면, 발아하는데 불리한 조건에서는 바로 휴면에 들어가 때를 기다리는 전략도 쓴다.


땅은 보이지 않는 씨들의 종자 저장소다. 그래서 풀을 뽑아도 계속 나온다. 씨앗은 빛이 반응해 발아하는 광발아성 종자도 있고, 발아하는데 빛이 필요치 않거나 빛에 의해서 발아가 억제되는 암발아성 종자도 있다. 그들의 전략을 인간의 얄팍한 전술로 이기기 힘들다.


잡초는 인해전술로 우리가 재배하는 곡식 낱알보다 더 많은 씨앗을 퍼트린다. 농약을 치면 이를 이길 수 있는 종자를 만들어 낸다. 땅이 종자은행이라는 말처럼 흙 속에 수많은 종자가 있어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평창군 청옥산 소재 농장에는 잡초 공적비가 있다. 새겨진 글을 보면 태초에 이 땅에 주인으로 태어나 잡초라는 이름으로 짓밟히고 뽑혀도 그 질긴 생명력으로 생채기 난 흙을 품고 보듬어 생명에 터전을 치유하는 위대함을 기리고자 이 비를 세운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잡초처럼 생존에 진심인 생물이 있을까. 우리는 곡식을 위해 많은 풀을 잡초로 간주하고 베어냈다. 프랑스 철학자인 메를로 퐁티는 우리는 순진무구함과 폭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종류를 선택할 뿐이다. 우리가 신체를 갖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라고 했다. 잡초에 대해 우리는 늘 폭력적이다. 베어버리는 폭력보다는 잡초와 공존하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흙과 잡초가 만들어 내는 건강한 흙은 곧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지금은 관행농업 농업처럼 수십억 명의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고 사회를 유지하는 데는 대량의 생산과 생산의 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과 맞물려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잡초를 통해 흙을 살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느린 농업에 주목해야 한다.


잡초 제거를 위해 제초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벌레의 접근을 막는 혼식(companion planting)으로 두 가지 이상의 식물을 한곳에 심어 작물의 피해를 방지하는 방법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은 스스로 생태계 복원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다시 균형을 이룬다. 벌레가 많아지면 천적이 늘고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1평의 작은 텃밭이 도시녹지의 최소 6%, 최대 11%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도시농업과 키친가든(Kitchen Garden)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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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문의 : 010-894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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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소개


상담학박사, 숲생태심리학자, 키친가든 작가, 스토리 마이너, 국가기술자격(수목치료기술자, 조경기능사, 이용사), 숲해설가, 숲사랑지도원, 직업상담사(실기 진행중), 도시농업관리사,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1급), 요양보호사(1급), 바리스타, 부동산공경매사, 청소년지도사, 심리상담사, 노인심리상담사, 긍정심리학전문강사, 재무설계사(AFPK),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여신심사역, 신용관리사(국가공인), 경영지도사(마케팅), TOEIC 885점, 평생교육사, 창업지도사(삼일회계법인),매일경제, 동아일보 등 200여 편 기고, 저서(SNS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성공을 부르는 SNS 마케팅, 단 하나의 질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팬데믹 시대, 멈춰진 시간들의 의미)등


강의분야


경영학개론/조직심리학/심리학개론/마케팅원론/ 소비자행동론/귀농귀촌의 이해/농업법률/실전 농지 & 농가 구입 실패 사례/ 로컬푸드와 생명으로 돌아가기/숲치유/산림치유/ 농촌관광/MZ세대 슬기로운 직장생활/은퇴 후 자아 통합감 찾기/퍼스널 브랜딩/브랜드 정체성과 조직시민행동/협동조합 이해와 정체성/사회적 경제의 이해/청소년 진로탐색/앱을 활용한 스마트 워킹/SNS 홍보 마케팅/바로 써먹는 심리학/ 노인심리상담의 이해/부동산 재테크(실천)/부동산 공경매/ 농업세무/재무설계/공무원 및 일반인 은퇴설계/써드 에이지 노후 준비/재미있는 나무 이야기/숲해설 기법/화가 고흐 인문학/식탁위의 인문학/음식과건강/숲해설 방법 등


강사약력


농식품부 귀농귀촌전문강사, 농식품교육문화정보원 영농네비게이터, 의왕시 바르게살기협의회 부회장, 現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現 강원종합뉴스 논설위원,現 한국키르기스스탄 협력위원회 농림분과 위원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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