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임창덕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인사는 건강과 돈, 즉 부(富) 관련된 덕담이 대부분일 것이다.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에서는 “사람은 심장에 의존하고, 심장은 지갑에 의존한다”라는 구절에서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부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돈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를 다룬 ‘돈의 심리학’에서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해 준다”라고 했다. 이처럼 돈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수단만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줄 생명으로, 또는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으로 인식되고 노후에는 위기에서 구해줄 어쩌면 자식보다 더 가치 있는 안전장치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치지만, 정작 그것을 사용할 기회는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2023년 기준 124만여명에서 2050년에는 396.7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 치매 환자가 보유하고 있고 정작 쓰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금융 자산을 의미하는 ‘치매머니’는 2023년 기준 154조원 규모에서 2050년에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나 4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치매 환자를 속여 돈을 갈취하는 등 치매머니 사기도 늘고 있다. 애지중지 아끼고 모은 자산이 사기에 노출되고 금융 착취의 표적이 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는 이러한 돈은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목적보다는 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과도 같다.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많은 사람은 통장에 쌓이는 잔고를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잔고가 줄어드는 자체를 큰 상실로 여기다 보니 모으는 데만 열심이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다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같은 1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얻을 때 기쁨보다 잃어버릴 때, 즉 사용할 때 상실감을 2.5배 더 크게 느끼는 이른바 손실 회피 편향을 갖고 있다. 그러한 심리에 따라 쉽게 돈을 소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노후에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입원 등 걱정거리로 더더욱 돈을 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부자가 되기 위해 악착같이 모으지만 정작 가난하게 살다가 자식이나 국가에 넘겨주는 부자로 죽는다.
한편 KB 경영연구소의 ‘2025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는 2011년 13만명에서 2025년은 47만 6천명으로 매년 1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매년 부자는 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저축만 하다가 써 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가장 슬픈 일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가방 안에 쓰지 못한 티켓이 가득 남아 있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삶이 위축되며 선택의 자유도 제약을 받는 게 현실이지만 정작 쓰지 못한 돈은 다른 것을 할 기회를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차라리 평소 하고 싶은 것을 이행하고, 사고 싶은 것을 구입하는 등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며 삶의 밀도를 높이고, 필요한 곳에 기부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자식이나 국가에 마지못해 넘겨주는 유산이 아니라 내 의지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를 위해 쓰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가 가방 안의 티켓을 가장 아름답게 소진하는 방법이며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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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