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는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전문대 등에 진학한 비율은 49.2%로 전년 대비 진학률은 1.2%P 증가했다. 특정 분야 전문 인재 양성 취지가 무색하게 졸업자의 4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취업했고 절반가량은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의 주요 원인은 대학 진학을 통해 숙련도를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대학 졸업을 승진의 기회와 고임금 확보, 그리고 개인의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주요한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로 삼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한편 페이팔(PayPal)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대학 교육이 혁신을 저해하는 ‘거품(버블)’이다”라고 비판하며, 대학 졸업장보다 실제 창업 경험과 실전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등교육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복스지니어스(VoxGenius) 창업자, 아브라즈 마흐무드(Abraz Mahmood)는 “인터넷 시대에 대학에 가야 한다면 아마도 당신이 평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히 대학 진학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졌음을 시사한다.
하버드를 중퇴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리드 칼리지를 중퇴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 텍사스 대학을 중퇴한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Michael Dell) 등은 대학 학위가 성공의 절대적 조건이 아님을 증명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대학 등 고등 교육기관은 지식 체계 학습과 비판적 사고 능력,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구축하는 핵심 기관이라는 본질적 가치와 임금이나 승진에서 경제적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진학하는 현실적 동기 사이에 구조적 괴리가 존재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교육 단계별 상대적 임금 격차는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전문대 졸업자는 109.9%, 4년제 대학 졸업자는 132.5%, 대학원 졸업자 176.3%로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임금 격차가 작은 편이지만 교육 수준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채용 관행은 여전히 학벌과 학위를 중시하고 있으며, 이는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미래 산업 수요와 무관하게 고비용을 투입하며 관성적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에 진학하게 만드는 비효율을 낳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상위권 인재들이 첨단 산업의 핵심인 공학 대신 의과대학이나 법학대학으로 몰리는 현상은 미래의 국가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이 주도하는 시대,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엔지니어들이 대우받는 풍조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은 여전히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킹산직(King+생산직)’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이, 고숙련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합당한 경제적 보상 및 사회적 존중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미래 동력을 확보하고 산업 경쟁 우위를 지속할 수 있는 핵심 전제 조건이다. 끝으로 양적 교육 성과인 높은 진학률이 과연 질적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는지, 인적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지는 않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