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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정 Nov 23. 2020

천장

2020. 11. 23.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유독 방안의 천장이 낮아 보이는 그런 날이. 한숨을 툭- 하고 하늘로 내뱉으면 곧 벽에 닿아 하얗게 김이 서릴 것만 같은. 하루를 시작할 때고 하루를 끝마칠 때고 상관없이 그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날에는 유머러스하게 던져대던 마침표도, 왠지 쉽사리 찍지 못하고 세네 번 적고는 끝을 흐린다. 


 천장에 눈을 빙빙 돌려가며 이 감각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본다.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모퉁이의 누런 얼룩도, 어긋난 박자로 희미하게 깜빡이는 전등도 답이 되지 못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실 뭉텅이가 그냥 그대로 던져져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문장 하나를 썼다. 딱 한 문장. 그것만으로 나는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쓰고 있다. 그제야 얽혀있던 실타래가 꼬리를 드러낸 듯싶었다. 


 단지 글을 쓰고 싶었다. 어릴 적-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투정도 바람도 섞지 않고, 그냥 무엇이든 써 내려가던 그러한 문장들이 그리웠다. 어느샌가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에 무게가 실리고, 마침표를 찍기 전에 두세 번씩 멈칫하며 게워내듯 써 내린 글이 버거웠나 보다. 이제는 머릿속에 부유하는 여러 문장을 떨어지는 그대로 놓아볼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쓰러진다. 담고 있던 병을 깨지 않고 그대로 쏟아내기 위해서 나는 쓰러진다. 때문에 어떠한 심미학적인 탐구도 없을 것이고, 감정을 도려낼만한 날카로운 문장도 없을 것이다. 


 다만, 머리 위로 내뱉은 한숨은 마음껏 흩어지고, 생각나는 문장들에 망설임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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