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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X팀 문화

우리가 디자인을 계속하는 이유 - 매거진B 김명수 대표

NHN BX팀의 업무교류회 #2

by NHN BX TEAM

우리가 디자인을 계속하는 이유 – 매거진B 김명수 대표와의 대화



“제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요?”
“일을 더 잘하고 싶은데,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저와 잘 맞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일을 하면서 한 번쯤은 마주했을 법한 질문들입니다.


지난 모베러웍스와의 업무 교류회에서는 브랜딩을 다루는 실무자들이 모여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는 비슷한 연차의 실무자가 아닌,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고민의 시기를 이미 지나온 선배이자, 한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님을 만나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브랜드를 다루는 회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딩을 실현해 온 분이라면, 우리의 고민을 어떻게 바라볼까? 어떤 선택이 브랜드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매거진B를 만드는 비미디어컴퍼니의 김명수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대표님, 질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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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표님과의 만남이 결정된 후, 우리는 세 가지 주제로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1️⃣ 브랜드 경험을 다루는 디자이너, 기획자로서의 질문

2️⃣ 현업 후배로서 궁금한 점

3️⃣ 개인적인 커리어와 삶에 대한 이야기


질문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커리어를 돌아보고, 우리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대표님은 같은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릴지 기대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깊이 있는 대화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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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 사이, 비가 내리는 어느 오후. 오랜만에 열리는 업무교류회를 앞두고 우리는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사운즈한남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만난 김명수 대표님은 따뜻한 인사로 우리를 맞아 주셨고, 대표님의 안내에 따라 큰 원형 테이블이 인상적인 미팅룸으로 들어섰습니다.

서로 간단한 소개를 마친 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희는 BX 디자이너와 기획자로 구성된 NHN BX팀입니다. 평소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리어에 대한 비슷한 고민들이 나오곤 합니다. 지금 저희가 마주하고 있는 고민들을 대표님도 한때 고민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그 길을 먼저 걸어오신 선배로서 대표님의 생각을 듣고 또 다른 시각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안고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반가워요. 저는 매거진 B를 만드는 비미디어컴퍼니의 김명수 대표라고 해요. 어떻게 저를 소개해야 할까요? 음...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네이버에서 BX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당시의 본부장님이셨던 조수용 대표님의 제안으로 JOH를 시작할 때 디렉터로 합류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NHN BX팀이 묻고
김명수 대표님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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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랜드 경험을 다루는 디자이너, 기획자로서의 질문



Q. 디자이너로서 대표님은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건 본질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이 일은 무엇을 이루려는 걸까?',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브랜드라는 건 도대체 뭐지?' 보통 디자이너에게는 사업부나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요청하지만 저는 그렇게 디자인 이전에 벌어지는 일들이 궁금했어요. 그러다 보니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기획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사업과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되더라고요.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진 거죠.



Q.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버릇처럼 핀터레스트부터 들어가는 저를 발견해요. 대표님만의 좋은 레퍼런스를 찾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지금은 레퍼런스가 너무 많은 시대죠. 좋은 레퍼런스를 찾는 방법은 "이 일을 왜 하는가?"를 깊이 파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좋은 레퍼런스'는 일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프로젝트가 시작된 목적을 먼저 알아야겠죠. 계속 질문해야 해요. 디자인을 의뢰한 담당자에게 "우리는 이 업무를 왜 하는 거죠?", "이 디자인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면 성공한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고요.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이젠 그에 맞는 레퍼런스가 아닌, 방향이 자연스럽게 보이게 될 거예요.


예를 들어, 노포의 메뉴판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손자가 물려받아 3대째 이어가는 노포의 역사성을 살리는 것이 목표라면, 사람들은 아마도 원조 할머니가 직접 손으로 쓴 듯한 메뉴판을 기대할 거예요. 그런데 만약 헬베티카 서체로 깔끔하게 정리된 영어 메뉴판이 나오면 어색하겠죠. 디자이너의 훈련된 눈은 본능적으로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것에 끌리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중요한 건, 디자인이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니까요.



Q. 브랜딩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너도 나도 쉽게 브랜딩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BX 디자인과 기획을, 무려 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저도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시는 분들의 단골 멘트가 바로 "브랜딩은 필수다", "브랜딩을 잘해야 한다"인데요. 맞는 말이면서도,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해요.

브랜딩을 하기 전에 브랜드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해요. 이 사업을 왜 하는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같은 가장 근본적인 부분부터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죠. 어쩌면 브랜드란 오너가 내린 결정들의 궤적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 사업을 하는 오너의 의지와 방향성이 브랜드가 되며, 브랜딩이란 단순한 외형적인 작업이 아니라 이 사업의 본질에 가까운 결정들의 총합이고, 그것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타임라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브랜드의 본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결정과 브랜딩이 있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저 스타일을 좋게 만드는 일이라면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거예요.


디자이너와 기획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앞서 말한 '본질에 가까운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꼭 모든 사람이 오너가 될 필요는 없어요. 결정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죠. 대표님이나 실장님과 NHN의 이번 분기 매출이 얼마인지, 사업별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이런 과정을 몇 번 겪게 된다면 신뢰받기 시작할 거예요.

그럼 이제 반대로, 디자인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순간이 와요. 아마 대표님이나 실장님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저 친구가 하는 고민이 내 생각과 비슷해. 심지어 나보다 회사를 더 걱정하고 있어. 그럼 디자인은 네가 더 잘 아니까, 알아서 잘해줘."

결론적으로, 브랜딩에 가까워지려는 디자이너나 기획자라면 이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확실하게 알아야 해요.



Q. 브랜드가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BX 디자이너로서 좋은 브랜드를 볼 줄 아는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를 이야기하기 전에 매거진B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네 가지 기준을 말씀드릴게요. 바로 디자인, 기능, 가격, 그리고 철학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철학이에요. 나머지 세 가지 요소는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를 지탱하는 철학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면서 브랜드를 끌고 가는 거죠.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철학이 없다면 결국 더 나은 기능이나 가격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쉽게 갈아탈 수밖에 없어요.

네 가지 속성과 함께 제가 브랜드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는데요. 바로 지속성입니다. 철학을 의미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쉬워요. 하지만, 이를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하면서 증명하는 것이 어렵죠. 아까 브랜드란 오너가 내린 결정의 궤적이라고 말씀드렸죠? 그 궤적을 충분히 그릴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거진B의 10주년 전시를 준비하며 그동안 다루었던 브랜드들의 평균 수명을 계산해 보았는데 약 58년 정도 되더라고요. 결국, 한 50년 정도는 지나야 누가 봐도 '좋은 브랜드'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2️⃣ 현업 후배로서 궁금한 점



Q.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실 때, 주도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이셨나요? 수동적인 스타일이셨나요?


저는 납득이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못하는 성격이에요. 일이 주어지면 그게 무엇이던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 했어요. 일단 내가 납득이 되어서 하기로 결정하면 어떻게든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사업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잡무에 가까운 디자인 작업도 많았는데,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대단히 중요한 일처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고 보니, 저의 장단점이 너무 명확하게 보입니다. 장점을 확실하게 키우는 게 좋을까요? 단점을 보완하는 게 좋을까요?


이건 정답이 없는 질문인데요.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장점을 키우는 쪽이었어요. 저는 디자이너이지만 입시 미술을 경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손으로 그리는 작업에는 자신이 없었죠. 일러스트레이션이 필요하거나 직접 손으로 그려야 하는 작업이 있을 때는 잘하는 사람을 찾아가 부탁을 많이 했어요. 심지어 그 사람의 팀장님까지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어요.

결과물이 더 좋아지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대신, 내가 잘하는 분야는 확실하게 뛰어나야 해요. 그래야 남들도 나를 찾아주니까요. 결국, 어디에서든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해요.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같이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 기획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저는 뭐든 해보려는 사람이 좋아요. 일할 때 가장 피해야 할 말은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라고 생각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꺾는 말 같아요. 반면 어떤 일이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람과는 어떻게든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Q.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표님은 디자인, 브랜딩 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번아웃이 온 적이 있으신가요?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네이버 재직 당시에는 BX라는 개념이 막 생겨나던 때라 정말 많은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린팩토리 착공식의 현수막도 만들고, 임직원들에게 선물할 브랜드 굿즈도 제작하고, 건물 내부의 사이니지(signage), 집기, 비품까지 하나하나 다 만들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제 여기서 더는 할 게 없다'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보통 1월 1일은 신정이라 다들 쉬잖아요. 그날 아침,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는데 오늘부터 12월 31일까지 내가 할 일이 다 그려지는 거예요. 그때 온전히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저는 운이 좋게도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래서 특별히 정체되거나, 매너리즘이나 번아웃에 깊이 빠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분들은 각자의 상황이 다를 테니까요.


저는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이란 결국 맡은 일이 익숙해졌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런 순간이 오면 나의 리더나 사수가 하는 일 중 내가 도와서 덜어줄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그리고 리더와 상의해 보세요. 좋은 리더라면 여러분이 성장할 기회를 열어 줄 거예요. 그 과정에서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길 겁니다.




3️⃣ 개인적인 커리어와 삶에 대한 이야기



Q. 언제부터인가 일에 대한 의욕과 욕심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체력이 먼저 소진되곤 합니다. 대표님만의 체력 관리법이 있나요?


저는 체력이 약한 편이에요. 잠도 하루 8시간 이상은 필수로 자야 하고요. 아침형 인간? 새벽형 인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상의 루틴을 단순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불필요하게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을 피하려고요.

매일 혼자 산에 가거나 길게 걷는 시간을 만들어요. 내 안의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리고 가급적 저녁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해요. 일정한 시간에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요. 주말에도 대부분 집에 있으면서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면서 내 안으로 에너지를 쌓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Q. 대표님은 일의 ON과 OFF가 확실한 편이신가요?


우선, 경영자가 되면 이건 불가능해요. 제 주변에서 크리에이티브 일을 하는 사람들은 ON과 OFF가 따로 없었어요. 브랜드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보는 모든 것이 결국 일과 연결되기 때문에 ON과 OFF를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해요. 물론, "업무 시간 외에도 일해라", "야근해라"이런 의미와는 달라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여행을 갔다고 생각해 보세요. 눈앞에 보이는 호텔 객실의 공간 디자인이나 서비스에 대해 "지금은 OFF니까 안 보여"라고 외면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그걸 외면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일 거예요.

결국 우리 일의 많은 부분이 실제 생활과 경험으로 이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온종일 스위치가 켜져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Q. 업무 외적인 시간에 대표님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아까 잠깐 이야기했는데, 산에 가거나 걷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요즘은 더 의식적으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뇌가 점점 지루한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긴 글을 많이 읽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정보나 지식을 얻는 방법이 반드시 책일 필요는 없겠지만, 스마트폰을 드는 순간 다른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종이책을 읽으려고 해요.



Q. 그럼, 최근에 보셨던 책 중 한 권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지난 몇 년 동안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자기 결정'이라는 책이에요. 독일의 철학자 페터 비에리가 쓴 책인데 굉장히 얇은 책이에요. 총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1챕터만 읽어도 충분해요. 그리고 사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제목에 다 담겨 있어요. "내 인생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스스로 결정한 삶이 의미 있는 인생이라는 뜻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생뿐만 아니라 브랜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 역시 '자기 결정'의 결과물이에요. 가장 '나다운', '우리 브랜드다운' 결정을 한 결과가 곧 우리 브랜드가 되는 거죠.



Q.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지금 우리가 함께 있는 '사운즈한남''스틸북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네이버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그린팩토리'였는데, 그때부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공간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거죠. 운 좋게도 JOH에서 '사운즈한남'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요.


'사운즈한남'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보통 이 정도 규모의 땅이라면 큰 건물 하나를 짓고 층을 나눠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큰길에 가깝지 않은 가게들은 자연스럽게 유입이 줄어들고, 결국 상권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져요.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상업 건물이라면 굳이 그 공간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만약 골목을 따라 자연스럽게 공간이 연결되고, 머물고 싶은 '마을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 안의 작은 가게들도 활기를 띠고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 되며 결과적으로 건물주도 만족할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하나의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마치 여러 개의 건물이 모여 있는 것처럼 설계했어요. 골목도 만들고, 광장도 만들고, 테라스도 구성했죠. 그리고 그 안에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스틸북스'라는 서점도 함께 구성했어요.

이곳에는 매거진B의 오피스도 자리하고 있고, 주거용 레지던스 14채도 함께 조성되었어요. 우리가 하나의 매장을 브랜딩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마을 하나를 기획하고 브랜딩하는 일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작업이었어요. 솔직히,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였던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이기도 해요.






약속했던 2시간을 넘겨 30분을 더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모든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준비해 온 질문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오고 간 대화 속에서 모든 팀원은 각자 원했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과 인사를 나눈 후, 사운즈한남의 아라비카 카페에 들러 오늘의 대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거진 B를 오래전부터 즐겨 읽으며 김명수 대표님을 팔로우해 왔는데, 이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직접 뵙고, 나아가 제 질문에 직접 답을 해주신 게 아직도 실감 나지 않아요.
오늘 교류회에 앞서 대표님의 여러 인터뷰를 찾아보고 왔지만, 이번 대화에선 기존 인터뷰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더 실무적인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철학을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어 큰 배움이 되었어요.
질문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제 스스로 답을 예상해 보기도 했지만, 대표님께서는 예상치 못한 시각과 통찰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제 고민을 보다 넓은 프레임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몰랐던 매거진B의 제작 의도와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매거진B를 읽을 때 브랜드가 어떤 의도와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지를 더 깊이 고민하며 접하게 될 것 같아요. 이미 읽었던 호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디자인을 하는 우리가 결국 브랜드를 구축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금 실감했어요. 우리가 만드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브랜드를 이루는 '자기 결정'의 일부라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디자이너로서 방향성을 잃을 때마다 "우리 브랜드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배웠어요. 그 질문이 흔들릴 때, 디자인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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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화를 통해 우리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방식과 고민의 결이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자기 결정'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디자인과 브랜딩은 단순한 시각적 작업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정의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방향을 잃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오늘 나눈 대화가 앞으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소중한 배움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더 나다운, 더 우리다운 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끝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진심을 다해 저희의 질문에 함께 고민해 주시고, 성심껏 답변해 주신 김명수 대표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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