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 차 임산부의 2차 기형아 검사, 자궁경부 길이, 성별 확인
1차 기형아 검사 진행 후 한 달 만에 산부인과에 가는 길. 16주 차에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해서 가기 전부터 많이 기대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임산부가 산부인과 정기검진 휴가를 사용하여 검진을 받으러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회사에서 점심을 먹은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부인과를 향했다.
전에 다니던 산부인과에서는 보호자 동반이 어려워 남편과 함께 초음파를 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새롭게 전원한 산부인과에서는 남편과 함께 초음파를 볼 수 있어서 설렜다. 산부인과에 가기 전에 떨린다고 내 손을 꼭 잡았던 남편, 워낙 감수성이 풍부해서 뱃속 아기의 초음파를 보며 혹시 눈물을 흘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꼼꼼하게 초음파를 봐주셨다. 이날 질초음파를 통해 임산부 자궁경부 길이를 확인했다. 임산부 자궁경부 길이는 조산의 위험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중기 이후로 갈수록 더욱 유심히 살펴야 한다. 자궁경부 길이가 2.5cm 이하일 경우 자궁경부 길이가 짧다고 하며 이경우 조산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자궁경부 길이가 짧으면 조산을 예방하기 위해 계속 누워있어야 한다.)
나는 임신 16주 차에 자궁경부 길이가 3.5cm 정도였으며 선생님께서 괜찮다 하셔서 안심했다. 자궁경부 길이를 살펴본 후엔 배 초음파로 아기의 양손과 발, 콩팥, 동공, 척추, 심장 등을 확인했다.
심장박동 정상, 양쪽 손 확인, 발 확인, 동공 확인, 양수 양 정상 등 정상/확인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안도했다. 초음파를 통해 본 우리 아기는 손을 꼭 쥔 채 양수 속에서 둥글둥글 놀고 있었다.
아기 옷 색깔이 궁금하시죠?
성별은요~? 하고 궁금증을 못 참고 선생님께 여쭤보려던 찰나, 의사 선생님은 "아기 옷 색깔이 궁금하시죠~?" 하셨다. 기다렸다는 듯 나는 누운 채로 큰 목소리로 "네~!!!"하고 외쳤다.
아이가 엉덩이 쪽을 숨기고 잘 보여주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딸일 확률 70%, 아들일 확률 30%라고 한다. 주변에서는 내가 임신하고 즐겨먹은 음식과 태몽으로 왠지 딸일 것 같다고 예측했다. 나도 12주 차 때 본 초음파에서 다리 사이에 뭔가(?)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딸이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내가 딸 엄마라니, 내가 딸을 가졌다니, 딸이라니...!
70%라고 하지만 나는 99.9%라고 들었던 듯하다. 딸이라고 하니 뭔가 공주님처럼 모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2차 기형아 검사 초음파 검사와 채혈까지 모두 끝내고 나오는 길 남편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지만 입꼬리는 씰룩거렸다.
산부인과 의사가 가장 대단한 거 같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덧 약을 받으러 약국을 향하는 길 남편은 말했다. "의사 중에 산부인과 의사가 가장 대단한 거 같아..." 초음파 기계를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아이의 손가락, 발가락을 모두 확인하고 성별까지 확인한 의사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남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편은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 존경심이 든다고 했다.
딸이라고 거의 확신한 남편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결혼식과 배우자 이야기 또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해 줄 것인가에 대해 재잘재잘 얘기했다. 아이가 자라는 데 결핍도 중요하다고 너무 다 충족시켜주지 말자고 서로 얘기했는데... 남편은 못 지킬 것 같다고 벌써 내게 얘기했다. "나.. 딸이 사달라고 하면 다 사줄 거 같아.. 어쩌지..."
수다쟁이인 내 남편을 닮은 아이는 어떨까, 남편과 아이 두 수다쟁이 사이에서 내가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벌써 걱정한다.
경이롭고 특별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