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꽃구경

벚꽃놀이 명소의 꽃구경보다 좋았던

by 희봄희동




4월 중순; 완연한 봄이다. 주말 동안 기온이 22도까지 올라갔다. 우리 동네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남편과 함께 꽃구경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평일과 주말 낮동안 일하는 남편과 벚꽃구경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 내는 게 어려운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나는 회사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 벚꽃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조금 들긴 했다.


남편이 퇴근하면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함께 강아지 산책을 하며 소화도 시키고 도란도란 수다도 떤다. 산책하면서 우리 아파트 단지와 옆 아파트 단지에 벚꽃이 아주 예쁘게 핀 걸 발견했다.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그 길을 꼭 걷고 싶었다.


우와! 너무 예쁘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남편은 센스 있게 사진을 찍어줄 테니 강아지와 함께 서 보라 했다. 우리 강아지는 보통 사진 찍을 때 간식 없이 가만히 있는 편은 아닌데...! 내가 벚꽃을 보고 행복해하는 걸 느꼈는지 아주 젠틀하게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협조(?)해줬다.


코로나 시국이고 임신도 해서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은 못 가겠지 하고 꽃구경 가는 것을 은근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가족사진을 찍고 꽃구경도 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하하 홀맨 같아

비가 올 듯 말 듯 바람이 차고 하늘은 흐려서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갔다. 우산을 안 써도 될 정도의 비가 조금 내리는듯했다. 내가 산책할 때 자주 입는 룩은 회색 조거 팬츠와 흰색 집업. 찬 바람에 으슬으슬 추워서 집업 지퍼를 끝까지 올려 모자를 쓴 나보고 남편이 홀맨 같다고 했다. 달밤에 꽃구경을 다녀와서 그런지 홀맨 같은 내 모습과 퉁실퉁실 곰 같은 남편 그리고 순둥순둥 흙냄새 맡으며 잘 따라와 주는 우리 강아지까지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유명한 벚꽃놀이 명소에서 보는 꽃구경도 좋지만 나는 오늘 같은 꽃구경도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