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 치는 아기

임신 14주 차 몸의 변화 이야기

by 희봄희동
내 마음이 편한 게 정답이야

결국 다니던 산부인과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가깝고 신설에 식사가 맛있다고 소문난 산후조리원까지 크게 있어 이용하기 편할 거라 생각이 들어 병원을 옮기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매번 진료를 볼 때마다 했던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스트레스,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의 초음파를 남편과 함께 볼 수 없다는 아쉬움. 그리고 몇 가지 내 신경을 거스르는 이유들로 인해... 1차 기형아 검사를 진행하기 전 전원 하기로 결정했다.


결국은 산부인과를 다니는 임산부의 마음이 편해야 하는 것.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전원 후 속이 다 시원했다.


새롭게 다니기 시작한 산부인과에서 3월 말 1차 기형아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 1차 기형아 검사는 복부초음파로 태아 목 투명대와 심장소리 등을 확인하고 채혈을 통해 다운증후군 위험도 정도를 알 수 있다. 친정엄마가 임신중독증을 겪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나는 만 35세 미만의 임산부이고, 임신중독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 검사만 진행했다.


다운증후군 고위험으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 양수검사, 니프티 검사 등을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다운증후군 고위험으로 나오더라도 실제로는 다운증후군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도 다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질초음파만 보다가 처음 복부초음파를 봤는데 신세계였다. 아직 얼마 나오지 않은 내 배에서 오랜만에 본 6cm가량 되는 내 아기는 이제 올챙이나 공룡이나 곰돌이 인형의 모습이 아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과 발가락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아기가 박수도 치네요!

아직 태동을 느끼진 못하지만 복부초음파에서 본 아기는 발을 뻗고 손을 입으로 끌어당기며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아기가 박수도 치네요! 하면서 영상을 만들어주셨다. 손을 끌어모으는 영상이지만 어찌 보면 손뼉 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신기하고 감격스러웠다.


아기가 조금 더 자라면 곧 태동을 느낄 수 있겠지? 내 뱃속에서 아기가 움직이는 걸 느낄 때마다 깊고 잔잔한 감동을 느낄 것 같다. 움직임이 커서 의사 선생님이 검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마저도 귀여웠다.


직장인 임산부는 태교에 대한 부담감과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태교 할 시간과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따로 태교를 하진 않는다. 태교에 대한 부담감 또한 느끼지 않는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그게 재밌으니까. 내가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는 게 태교를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이기도 하고!


다음 달 중순에 진료를 받으러 가면 2차 기형아 검사와 함께 성별을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초산이라 원하는 성별 없이 건강히 태어나주기만을 바랄 뿐...이지만! 성별은 무척 궁금하다.


임신하기 전 친구가 보여줬던 아기의 초음파에서는 검은색과 흰색밖에 보이지 않았다. 친구가 아무리 설명해도 아기의 머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내 아기의 초음파를 보니 신기하게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1cm 2cm씩 크고 있는 태아는 이제 손가락을 오므렸다가 펴기도 하고 내 배를 신나게 발로 차기까지 한다.



너 30kg 넘잖아..

우리 집 복슬복슬 아기 강아지는 아직 내가 임신한 걸 모르는 거 같다. 보호자가 임신하면 강아지가 먼저 안다고 하는데... 울 집 개구쟁이는 아직 철들려면 멀었나 보다. 차에 타면 그렇게 내 무릎에 앉으려고 한다. 아이고 네가 아직도 10kg 아기인 줄 아나 보지... 너 30kg 넘잖아..


그래도 네가 건강하기만 하면 됐어! 동생 태어나면 더 재밌게 놀자!


두꺼운 겨울옷을 벗고 가벼운 봄 옷을 더 찾게 되면서 기분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봄은 딱 봄 향기가 있다. 깃털로 살살 간질이는, 꽃향기로 마음을 둥둥 띄우는, 따스한 햇살로 포근히 감싸는...


14주 차, 내 똥배인지 아기배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누웠을 때 배꼽 아래의 배가 살짝 나온 듯하다. 하지만 아직은 똥배의 비중이 더 큰 듯하다. 일반 바지는 복부를 압박하는듯한 느낌이 있어 임부복 바지를 알아보게 되었다. 배가 편안한 청바지를 입고 싶어 임부복 바지를 몇 벌 샀다. 봄맞이 쇼핑을 해서 신이 난다.


임신 14주 몸의 변화

아랫배 통증; 생리통보다는 조금 강한 통증이라 가끔씩 몸을 못 움직일 때가 있다. 짧지만 강력한 당김이라 아프다. 자궁을 지탱하고 있는 인대가 당겨져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잔뇨감;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도 잔뇨감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아랫배가 나온 게 살짝 느껴짐; 누웠을 때 배꼽 아래의 아랫배가 아주 살짝 나온 것 같다.

복부 압박; 허리를 구부리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 복부에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진다.

피부 뾰루지; 강아지랑 부비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임신 전에 비해 뾰루지가 많이 난다.

속은 여전히 안 좋음; 입덧 약 없이 생활하는 건 아직 힘들고.. 양치질할 때 아주 많이 참으면서 한다..

잠이 많아짐; 사실 잠은 원래도 많았지만..? 임신하니 조금 더 많아졌다.

냄새를 잘 맡음; 후각이 둔하다고 생각했는데 임신한 후 냄새에 민감해졌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도 역할 정도.. 신기하게도 입덧 약을 먹으면 후각이 조금 둔해진다.

약간의 빈혈; 모체의 혈액을 태아에게로 보내기 때문에 빈혈은 자연스러운 거라 한다. 이제 곧 철분제를 먹기 시작해야겠다.

나.. 예민한가...?; 평상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때때로 나를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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