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견뎌줘서 고마워

임신 12주, 마침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by 희봄희동


임신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인 극초기에는 평소에 잘 안 먹던 추어탕, 순대국밥 등이 먹고 싶었는데 5주 차쯤 입덧을 시작한 이후로는 먹고 싶은 게 없어졌다. 좋아하던 고기도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입맛이 뚝- 떨어졌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고깃집에 가기 전만 해도 속이 안 좋아서 제대로 먹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엄청 많이 잘 먹고 왔다. 남편이 노릇노릇 맛있게 잘 구워진 고기를 내 앞에 탑 쌓듯 쌓아줬다. 육사시미는 고소한 참기름에 톡 찍어 먹으니 맛있다. 임산부도 육회, 육사시미를 먹어도 될까 고민했다. 임신 중에 회, 육회, 육사시미 등 날음식은 신선한 음식이면 섭취해도 괜찮다. 단, 한여름에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임신 후 소화불량이 더 심해진 탓인지 다 먹은 고기를 소화하는 데까지 반나절은 걸린 거 같다. 오랜만에 좀 많이 먹기도 했고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새벽에 잠도 못 자고 고생했다. 와구와구 배부르게 먹던 시절이 그립다. 소화불량을 예방하기 위해선 앞으로 조금만 먹어야겠다.


곧 병원에 가는데 가기 전까지 남은 입덧 약이 얼마 없어 원활할 평일 근무를 위해 주말 동안은 입덧 약을 먹지 않았다. 입덧 약을 먹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입덧이 주말에 몰려왔다. 주말 동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고맙게도 친구가 과일을 보내줬다. 임신 중에는 딸기, 오렌지 등과 같은 상큼한 과일이 먹고 싶어 진다. 딸기는 임신 초기에 연속해서 몇 주 먹었더니 질려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에 오렌지를 2-3개 먹는다. 오렌지는 껍질 까기도 편하고 시원하고 상큼해서 입덧에 좋은 과일이다.




이제 드디어 안정기다. 임신 12주 안정기에 접어드니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이 끝난 건 매우 아쉬웠다. 한 달 정도 사용한 것 같다. 2시간 일찍 퇴근했던 게 정말 컸다. 오늘 8시간 풀 근무하려니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혼자 회사 옥상을 두어 번 왔다 갔다 했다. 소화도 안 되고, 사무실 공기도 안 좋고, 잠도 오고, 답답하고... 그래도 일 집중도 안 되고 시간도 안 간다. 오늘이 춘분이라고 하는데 날씨를 보니 아직 봄이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어서 날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며칠 전 회사 옥상에서 특별한 점심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날씨가 참 좋았다. 돈가스도 맛있었고 떡볶이도 맛있었다. 햇살이 따뜻했고 바람도 그리 많이 불지 않아 즐거운 식사를 했다.


또 언제 쉬나. 공휴일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