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래교 Jun 27. 2023

영어 덕분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다.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치과치료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 나도 알려줘"

"엄마" "엄마" "엄마"


아이가 말을 하기 전, 육아는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아이가 말을 제법 하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말을 무수히 들었지만 육체적으로 힘듦이 너무 컸던 유아시절에는 아이들이 얼른 크길 바랐었다. 지금은 6살과 8살이 되어 버린 아이들(영국 나이). 유아가 아닌 어린이가 되었다. 자연스레 나의 육아는 육체적 노동에서 정신적 노동으로 넘어왔다.


많은 육아정보들 중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의 관심은 모든 엄마들의 바람이 아닐까? 에디슨의 엉뚱한 행동과 질문, 행동들을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준 결과.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천재가 되었다는 전설 같은 육아법은 많은 양육자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 이런 갭으로 인해 많은 양육자들은 쓰나미 같은 죄책감들을 많이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특히 끊임없는 질문을 나를 지치게 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나의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되지 않아 여유로운 육아를 못 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매너를 지키지 않고 질문을 퍼붓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면 아아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보다 그 상황을 제지하거나 피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엄마도 사람인데.. 조금 쉬는 타임이 있으면 안 될까?"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끼어드는 건 매너가 아니야. 기다렸다가 물어봐야 해"

유아 때 비해 이제는 말도 잘하고 말도 잘 알아들으니 이 정도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마다 첫째 아이의 표정을 보면 매우 실망한 표정이거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이해가 안 돼요. 하는 표정을 짓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사회적 매너는 배워야 한다는 나만의 합리적인 생각을 했었다.






영국살이 한지 10개월.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을 했지만 나는 유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유아보다 더 못한 영어 실력 때문에 한 마디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원어민의 대화는 5%도 알아듣지 못하는 신생아가 되어 버렸다. 어른이지만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신생아가 되어버린 나. 어린이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 이제는 아이들이 나 대신 통역을 해준다. 이렇게 뒤바뀐 상황이 되어보니 아이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영국 치과를 방문할 일이 생겼었다. 남편은 한국에서 치료받았던 레진이 떨어졌고 나는 크라운이 떨어지고 아들은 치아가 약간 썩어서 3명이 함께 치과를 방문했었다. 그냥 보여주면 치료를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장 치료가 많은 나는 남편이 없었으면 치과치료도 못 받을 판이었다. 치료를 받으며, 내가 알아들은 단어는 4가지. open, close, up, down

심지어 치과 치료로 긴장한 나머지 이 단어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었다. 치료 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지금 상태는 어떠한지 등등 치료 전반적인 대화를 남편과 아들은 다 이해를 하는 상황이었다. 가볍게 생각했던 치과진료는 나 혼자 넘을 수 없는 산이 되어 버렸다. 남편과 아이들이 없으면 치과치료도 못 받는 상황이 되다니.. 어른이지만 어린아이가 된 이상한 기분을 또 경험했다. 치과선생님 대화를 들으며 무슨 말인지 궁금했고 내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는데 이 모습이 데자뷔처럼 나에게 질문하던 아이들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일상적인 대화를 궁금해하는 나보다 아이들은 순수한 질문과 궁금증이 더 많았을 것이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때로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물어보았을 텐데.. 나는 아이들이 많이 컸다는 이유로, 예의범절을 가르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이들 마음에 돌멩이를 던진 게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이 한글을 읽고 말을 잘하더라도 아직 이해의 폭이 좁은 아이들은 그 상황을 이해를 잘 못하거나 궁금한 점이 생길 수 있다. 내가 치과진료에서 느꼈던 것처럼 아이들도 무슨 말을 나누는지,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 상황에서 혼자 외톨이가 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는 나에게 대충 설명해 주거나 몰라도 된다는 말투는 어른인 나에게도 상처가 된다. 영어를 못해서 나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상처를 받는데...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이렇게 되고 보니 창의력이고 나발이고 우선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준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6살, 8살은 아직 늦지 않은 시기. 작심삼일이 될 수 있지만 아이들 말을 경청하고 잘 대답하는 엄마가 되어보려 한다. 몇 일하다가 다시 예전의 모습이 불쑥 튀어나오겠지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육아 내공이 단단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영어실력이라면 영국살이하는 동안 아이들 심정을 이해하는 순간들을 계속 맞이할 것 같다. 참으로 재미있다. 나에게는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는 부정적인 일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긍정적인 창구가 되었다. 지금처럼 매 순간 되돌아보기를 잊지 말자.








너희들 질문에 매번 최선을 다해 답변을 못할 수 있어
하지만 무시받거나 서운함 마음이 들지 않게 노력할게
엄마도 경험해 보니 너무 속상한 일어더라..
그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