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이 엄마가 된 후 시작된 '진짜 나' 찾기
아이를 낳은 기쁨도 잠시, 이틀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의사에게 직접 듣게 되었다.
아이에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가족력이 없었는데, 왜 나와 아이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슬펐다.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며, 가슴을 치고 또 치며 하늘을 원망했다.
서른 살이 된 이후로 평탄한 삶을 원했는데 왜 이렇게 굴곡진 인생을 살아야만 할까? 너무 답답했다.
모든 순간이 짜증이 났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강한 엄마여야 했기에 억지로 억지로 웃어야만 했다.
그리고 눈물이 날 때는 세수하면서 수도꼭지에 물을 틀어놓고 울음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조용히 눈물만 흘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나왔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의사는 내게 우울증 진단을 내리고 약을 권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겼다.
스스로 이겨내보고 싶었다. 그래서 약 처방을 거부하고 스스로 이겨내보겠다고 하고 병원을 나섰다.
그때부터 나를 돌아봤다. 화가 나는 지점들은 많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것에 대한 데이터는 없었다.
마치 서른 살, 첫 이직 당시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에 대해 몰랐던 그때와 똑같았다.
나는 나를 몰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보고 행복해하는지,
기쁨에 대한 경험이 무엇인지? 화가 날 땐 왜 화가 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에 대해 탐구하기로 결정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자기계발 강좌를 신청해서 들었다.
그런데 나에 대해 모르니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나?
이걸 하면 나를 찾을 수 있는 거 맞는 건가? 의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수강신청만 하고 완강은 하지 못한 강좌들만 못해도 족히 20개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돌고 돌다 보니 결국 제자리.
난 여전히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이제 나는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 장애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그저 '나'로서.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됐다.
쉽지 않았다. 그동안 마음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닫고, 듣지 않아서
어떤 감정이 올라와도 '짜증' 이라는 단어로만 설명이 되었기 때문에 길을 헤매기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 안에 숨겨진 힘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장애 아이의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가는 진정한 '나'의 모습.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나희쓰'라는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