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남의 일은 아닙니다

by 라이프파인

2006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20년간 국내 '휘발유'와 '경유'의 월별 가격 추이 데이터를 분석하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년간 국내 유가가 역대 최고점 수준으로 치솟았던 결정적 시기는 두 번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원유 투기 자본 유입’, 그리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붕괴’ 때였습니다.

한국의 유류세 구조상 보통은 휘발유가 경유보다 리터당 150~200원가량 비쌉니다. 하지만 2022년 전쟁 여파로 유럽의 경유 공급망이 끊어지면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추월하는 기형적 현상이 발생했고, 이후로도 두 유종 간의 격차는 크게 좁혀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유가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극심한 유가 변동성 앞에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곳은 어디일까요?

첫째, 겉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운수/물류업’과 ‘항공/해운업’입니다.

화물, 택배, 고속버스 등 상용차는 거의 100% 경유를 사용합니다. 차량 운행 자체가 사업의 본질인 이들에게 경유값 폭등은 곧 ‘생계 위협’입니다. 운송료는 고정되어 있는데 유류비가 급증하니 “일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고, 이는 결국 대규모 화물연대 파업 등의 원인으로 이어집니다.

항공기와 대형 선박 역시 전체 영업비용의 20~30%가 유류비입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객 및 화물 운임을 올리면 수요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발생한 운송 비용의 상승은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되어 ‘물가 폭등’을 일으킵니다.

둘째,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숨은 피해자, 바로 ‘건설업’입니다.

건설업에서 겪는 위기는 앞서 언급한 운송업의 위기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그 파장이 다릅니다. 건설 현장에는 철근, 시멘트 등 무거운 자재가 끊임없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운수업계의 유류비 부담이 커지면 건설사가 지불해야 하는 ‘자재 운반용 물류비(운반 단가)’ 역시 동반 상승하게 됩니다.

여기에 현장 내부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굴착기, 지게차, 크레인 등 쉴 새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대형 중장비들 역시 막대한 양의 경유를 먹고 움직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류비 폭등에, 내부의 장비 가동비(기계 경비)까지 치솟으니 건설사의 공사 원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최근 건설업계는 이러한 ‘비용 상승’에 더해 소위 노란봉투법 등 노조 권한 강화로 인한 ‘노무 리스크’라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습니다. 원가는 천정부지로 솟는데 잦은 현장 셧다운과 파업 리스크까지 안아야 하니, 건설사들은 공사를 포기하거나 착공을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제때 이루어져야 할 ‘주택 공급’의 차질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집값 불안’이라는 거대한 사회 문제를 야기합니다.


결국 중동에서 터진 분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라는 거대한 외풍이 돌고 돌아, 평범한 대한민국 소비자의 물가를 올리고 내 집 마련의 꿈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물가 상승과 파업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소모적인 갈등은 멈춰야 합니다.

지금은 각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가 처한 구조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귀 기울여 듣는 ‘사회적 소통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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