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흑백요리사 시즌2를 재미있게 시청했는데, 이번에는 빵이다. MBN에서 ‘천하제빵’이라는 경영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그런데,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제빵사들이 만들어 내는 먹음직 스러운 빵들을 보고 있자니, 빵을 만드는 레시피와 과정이 부동산 개발과 겹쳐 보인다. 반죽의 강약, 발효의 시간, 오븐의 온도 조절까지... 그 모든 과정은 어느 도시의 한 구획을 빚어내는 개발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빵사가 재료의 균형을 맞추듯, 개발자는 입지·정책·자금이라는 세 가지 재료의 비율을 조율한다. 그리고 결과를 가르는 것은 결국 감각과 철학이다.
좋은 빵은 기다림이 만든다. 재료보다 중요한 것은 숙성의 시간이다. 발효가 충분해야 반죽의 결이 살아난다.
도시 개발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좋은 입지와 자금 구조를 갖췄더라도, 지역의 맥락이 충분히 숙성되지 않으면 공간에는 향이 남지 않는다. 도시의 품질은 결국 입지의 발효력에서 나온다. 요즘 많은 도시 개발은 속도를 경쟁하듯 진행된다.
그러나 반죽이 덜 발효된 채 오븐에 들어가면 빵이 제대로 부풀지 않듯, 시장의 수요와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이 앞서면 건물은 세워져도 삶은 들어서지 않는다. 반대로 오랜 시간 사람의 발걸음과 기억이 쌓인 골목은 자연스러운 향을 품는다. 그것이 도시의 천연 효모다.
제빵사는 오븐의 온도를 읽는다. 조금만 높아도 빵이 타고, 낮으면 속까지 익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금리와 세제, 공급 정책은 도시라는 오븐의 온도 조절 장치다. 정부가 정책의 불을 올리거나 내릴 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온도계처럼 민감하게 움직인다. 좋은 제빵사가 불을 다루듯 온도를 조절하듯, 도시 정책 역시 시장의 온기를 세심하게 읽어야 한다. 과열된 곳은 식히고 차갑게 식어버린 곳에는 다시 온기를 불어넣는 것. 도시 정책이 해야 할 일도 결국 그런 온도 조절일 것이다.
같은 밀가루라도 제빵사의 손끝에 따라 식빵이 되기도 하고 크루아상이 되기도 한다. 도시의 공간도 그렇다.
같은 면적의 토지라도 기획과 설계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획일적인 재개발은 도시를 공장식 빵처럼 만든다.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풍미는 약하다. 반면 지역의 역사와 시간의 흔적을 존중하는 개발은 그곳만의 향을 남긴다. 도시의 경쟁력은 건물의 높이나 규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결이 만들어내는 풍미에서 나온다.
‘천하제빵’에 등장하는 제빵사들은 각자 다른 철학으로 빵을 만든다. 누군가는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고,
누군가는 단순한 재료로 깊은 맛을 만들어 낸다. 부동산 개발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률만을 좇는 개발도 있지만, 공간의 품질과 삶의 경험을 고민하는 개발도 있다.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자산을 쌓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살아갈 구조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제빵사가 ‘이 빵을 먹을 사람’을 상상하듯, 좋은 개발자는 ‘이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빵은 오븐에서 꺼낸 뒤에도 식는 동안 향을 완성한다. 도시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 낸다. 시장이라는 열기, 사람들의 발걸음, 정책이라는 바람이 적절히 섞여야 하나의 도시 레시피가 완성된다. 나는 제빵사를 바라보며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도시는 거대한 반죽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서로의 삶을 빚어가는 제빵사들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느리고 향기로운 숙성의 시간이야말로 더 나은 도시를 구워내는 가장 인간적인 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