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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Nov 28. 2019

짧은 시간에 큰 감동을 원한다면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 문화예술편 (APAP6 관람기) 

요즘은 지자체마다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소 관심 있게 보지 않아 모르고 있었는데, 평일에 시간이 나서 인터넷을 뒤적여 보니 정말 좋은 전시회, 공연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무료이기 까지...) 멀지 않은 곳에 아주 훌륭한 전시회가 있더군요. 바로 안양예술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APAP(Anyang Public Art Project,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입니다.  




안양 유원지는 1970년대 꽤나 유명한 피서지였습니다. 서울에서 가깝고 경치도 수려해 피서철에는 근처에 간이 기차역을 운행했을 정도였다네요. 그런데 1977년 대홍수(사망 208명, 실종 49명, 부상 420명)로 유원지가 크게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합니다.    

(좌) 한때 번성했던 안양 유원지                                                          (우) 1977년 홍수로 폐허가 된 모습 


이후에도 유원지는 난개발로 아름다운 경관이 망가져,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멀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고자 2000년 초부터 유원지를 되살리는 프로젝트가 추진되었고, 새롭게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이름하여 "안양 예술공원"입니다.   


안양 예술공원과 APAP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APAP의 주 무대가 바로 안양예술공원이기 때문입니다. APAP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APAPP(Anyang Public Art Project,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안양의 지형, 역사,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미술, 조각, 건축, 영상, 퍼포먼스, 디자인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도시 곳곳에 전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작가가 안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기획/완성하고, 예술공원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배치한 것이 특징인데요. 즉, 작품은 주변 공간과 함께 완성되고 안양시는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가 된 것입니다. 참 멋진 기획이죠?


2005년 첫 번째 APAP인 "APAP1"이 열렸고, 이후 2~3년 단위로 계속되어 올해 "APAP6"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찾은 11월 15일에는, 간헐적으로 내리는 빗줄기와 쌀쌀한 날씨 때문에 안양예술공원이 한적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오롯이 APAP6을 즐길 수 있었지요. 


눈에 띄는 작품 몇 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안양 예술공원 초입에 들자, 쭉 늘어선 가로수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에 털실로 짠 옷을 입혀 놓았네요. "트리 아트"입니다. 어릴 적, 겨우 내 나무에 붙어 있는 벌레를 없애기 위해 볏짚을 둘렀던 게 생각났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기능과는 무관하답니다.) 같은 패턴/디자인의 털실이지만 나무는 각자 다른 모양을 하고 있으니 뭔가 통일성과 다양성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할까요? 

트리아트 (안호은, 한국) 


다음은 "핑퐁 고 라운드"라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1:1로 대결하는 탁구대와 달리 원형으로 되어 여러 사람과 함께 공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공이 가기도 하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의 공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편리하자고 만든 SNS, IT기술이 점점 더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있는데요. 이 탁구대에서 게임을 해 보면 여러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탁구대는 여러 조각을 합쳐 만들었습니다. 안쪽에 들어가기 위해 한쪽이 비워져 있는데, 그 조각은 작가가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장 조각에는 작품이 전시된 나라를 적어 놓았다고 하네요. 작품이 점점 더 많아지면 각 나라의 조각들로 "핑퐁 고 라운드 글로벌"을 만들 수 있겠네요.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상징적인 작품이랄까요?

핑퐁 고 라운드 (리웬, 싱가포르)


다음은 안양박물관 정원에 전시된 "1025:사람과 사람없이" 라는 작품입니다. 다양한 개들의 조각상인데요. 작품 제목처럼 1025 마리입니다. 작가가 만난 유기견들이라고 하구요. 검게 표현한 개들이 눈에 띄는데요. 현재 죽은 개들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 특히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페미니즘 적인 작품입니다. 작품을 둘러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났습니다. 

1025 : 사람과 사람없이 (윤석남, 한국)



다음은 "스모그 프리 타워"라는 작품인데요. 말 그대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정화탑입니다. 아래 우측에 반지가 있죠? 반지안의 큐빅 모양 탄소는 탑에서 정화한 오염물질을 압축 가공해 만든 것입니다. 작가는 반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다시 스모그 프리 타워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반지가 얼마나 팔릴지는 의문이지만, 환경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예술 그 자체로만 머물지 않고 사회문제에 적극 동참하는 것, 예술가들의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관심이 느껴집니다. 

스모그 프리 타워 (단 로세 하르 데, 네덜란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작품입니다. 가장 인상적이고 여운이 길었던 작품이라 마지막에 소개합니다. 붉은 막대를 이어 붙여 만든 큐빅 모양인데요. 군데군데 검은 줄무늬가 보입니다. 무슨 글자 같기도 하고 모양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작품 주위를 계속 돌다 보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게 됩니다.  


그 지점에서 바로 아래와 같이 "삶"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오지요. 커다란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삶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이 글을 보신 분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해석하시도록 제 생각은 적지 않겠습니다. 

안양 2019 (조르주 루스, 프랑스)




짧은 시간에 많은 감동과 영감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APAP6 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와야겠네요. 이상으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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