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포트럭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 : 글 쓰기 편
2005년에 입사했으니 회사 생활 15년 째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사회를 경험한 곳이 바로 지금 다니는 회사다. 회사에서는 내가 전공한 분야와 무관한 업무를 요구했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서 이동을 지시했다. 건폐율, 용적률도 몰랐던 내가 부동산 매매 업무를 맡기도 했고, 자회사 실적 분석을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치열하게 공부해야 했다.
보고서 작성은 늘 어려운 숙제였다. 기한이 다가와도 빨리 써지지 않았고,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겨우겨우 완성하고 나서도 보고서를 보는 부장님의 얼굴빛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프레젠테이션은 초조와 긴장의 연속이었다. 동료와 선배, 관리자들이 모이고 발표 순서가 되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앞에 서면 사람들이 나를 노려 보는 것 같았다. 아픈 경험도 많았지만 그렇게 단련되고 숙달되어 갔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일보다 사람이었다. 동료와의 비교, 선배의 부당한 요구, 상사의 감정적 언행 등... 때로는 주말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아 종일 기분이 다운될 때도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머리도 생겼고, 회사생활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도 쌓여 갔다. 사람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도 조금씩 알아갔다.
어느 날, 신입사원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맘 때쯤 내 모습을 한 많은 지원자들을 보면서 당시 혼란스럽고 막막했던 기분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때 내게 조언을 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조금은 덜 힘들고 외롭지 않았을까?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가 경험한 것들과 나의 노하우를 적기 시작했다. 회사생활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나의 15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15년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 자체로 무료했던 나의 일상이 설레기 시작했다. 한편 한편 글이 쌓이면서 구독자도 늘어났다. 회사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초빙되곤 한다. 연차가 쌓인 직원들과 달리 신입사원들은 눈빛부터가 달랐다. 나 역시 그 좋은 기운을 받아 기분이 좋다.
계속 글을 모아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났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쓸거리가 고갈된 것이다. 초반에는 백 편이라도 쓸 수 있을 거 같더니 10회 차를 지나면서 글쓰기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그래서 글쓰기 분야를 확대했다.
단순히 내 경험과 지식에 한정하지 말고, 직장인이 알아야 할 시사, 경제, 정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갔다. 그러면서 나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것은 나의 루틴이 되었다. 책 읽기도 일상화했다. 그렇게 읽은 내용을 나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해 글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회사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코로나 사태에 관한 글을 쓸 예정이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작가로, 강사로 새롭게 도전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