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글쓰기를
인생이 도전이다. 매 순간 도전이다.
모든 것이 도전이 아닌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최고난이도의 도전은 글을 쓰는 거다.
글을 쓰는 건 엄청난 성취감과 행복감을 주는데 마음까지 다독여준다. 글쓰기는 당장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도 않다. 나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일이다. 쓴다고 바로 기쁨을 주지도 않는다. 글을 쓰면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면 그냥 쾌락을 주는 활동에 심취해서 단기적인 기쁨이라도 얻거나. 지금의 쾌락과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을 뿌리치고 미래를 위해 글을 쓰러 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도전일 수밖에 없다.
글쓰기 자체가 고난인데 아침에 글을 쓰려고 하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고난이다. 글을 쓰러 가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우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 저녁의 유혹을 이겨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오전에 글 쓸 시간을 낼 수 없다. 아침에 하는 루틴 (나는 이것을 기적의 아침이라고 부른다)을 초과시간없이 마쳐야 한다. 기적의 아침은 2시간 30분이 걸리는 코스로, 본격적인 글쓰기 전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 예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하면 가차 없다. 글쓰기 시간이 날아가버린다. 애들이 일어나니까. 애들이 일어나면 자기 계발 시간은 끝이 난다. 엄마로서의 역할 전환이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의 고요한 기운을 받아 내면에 몰입한 작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글을 써야 잘 써진다. 아이들이 있을 때도 글은 쓸 수 있지만 정신이 자꾸 아이들에게로 쏠린다. 아이를 엄청나게 사랑해서 레이더를 켜놓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애들이 말을 하니까 정신이 분산돼서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소리가 나면 집중하게 되어있다. 이건 선사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생존본능이다. 어떤 소리가 나면 내가 죽을 수도 있으니 귀를 쫑긋해야지. 위험상황이면 대피해야 하니까.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도망갈 필요가 없는 현대사회에 사는데도 역시 그렇다. 유전자라는 게 무섭다. 그러니 유전자가 발동하지 않도록 고요한 내 시간을 확보하고 글을 써야 한다.
한국나이로 마흔이다. 만으로는 38세. 38년 넘게 인생을 살아오면서 매일 글을 쓴 날보다 쓰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여기서 글은 그냥 끼적이는 글 말고 제대로 각 잡고 쓴 글을 말한다. 그렇다고 끼적이는 글도 많이 쓰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하기 위해 썼다고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글 쓸 일이 거의 없다. 아, 나는 간호사여서 손으로 간호기록을 적던 때가 있었다. 약 1년 정도? 21세기에. 서울대학교병원은 전자간호기록이 도입돼서 잘 사용하고 있었다. 파견을 나갔던 보라매병원은 시스템이 없어서 손으로 전자기록을 적었다. 센세이셔널. 그래도 곧 전자기록이 도입돼서 다행이었지만. 어쨌든 그때 말고 의식적으로 글을 쓴 적은 거의 없었다.
백세 시대니까 남은 60년은 매일 글 쓰며 보내는 것이 목표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쓰겠다. 글쓰기야말로 나를 치유해 주니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니까. 내면과 대화하며 진정하게 각 잡고 잘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