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끝은 파멸.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어이 예림이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아수라 발발타"
"곽철용 저 새X는 아주 유명한, 그 뭐 아주 그 뭐라 그럴까 아주 유명한 어... 씨 씹새X?!"
한국 영화 상 이렇게 많은 시그니처 대사가 있을까?
타짜(2006)는 조연, 주연 가릴 것 없이 명대사가 수두룩한 대표 국내 오락 영화이다.
타짜는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중 2014년까지 최대 관객 수인 568만명 이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선구자이자 조상격인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15년 내부자들, 17년 신과함께 로 기록이 경신되었다.)
난 초등학교 5학년 때, 명절 날 저녁 친척들이 둘러 앉아 5000원도 안되는 작은 돈으로 고스톱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 것이 화투패의 첫 기억이다. 빨강색을 유독 좋아했던 나는 시뻘건 화투패의 뒷면과 요상하게 생긴
화투패 앞면의 그림이 신기했고 어른들이 패를 가지고 바닥에 패대기 치는 그 소리는 어린 나에게
청각적인 쾌감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어른들만 화투패를 만지는 모습에 나는 그저 이것은 어른들의
놀이이자, 어린이들은 만지면 안되는 금단의 영역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2009년, 고등학생이였던 나는 학교에서 가을에 떠난 수학여행을 떠났고 숙소에서 같은 반 친구가 꺼낸
화투패로 '섯다'에 입문했다. 섯다의 족보는 입문자의 나에게는 헷갈리는 존재였지만 밤새 판이 계속되고
우연히 돈을 땄을 때 쯤 나도 모르게 섯다에 엄청 열중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알게 된 영화가 바로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 타짜이다.
나에게 "한국영화 중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뭐야?"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고민없이 타짜 라고 말한다.
타짜는 워낙 유명한 영화이기에 뭔가 잘 안 알려져있지만 스토리 좋고 의미있는 영화를 기대했던 질문자는 맥이 빠져버리곤 한다. 그러나 어쩌겠나, 사실인것을. 그래서 브런치 작가신청을 위한 첫 글 또한 타짜이지 않은가. 이 글을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을 하면서 나는 타짜의 줄거리, 해석보다는 있는 그대로 나의 느낌을 적고 싶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짜의 끝은 파멸이다. 당연한 이야기... 그러나 영화를 보면 내가 이 말을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영화 내에서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를 제외하고 고광렬(유해진 분), 평경장(백윤식 분), 정마담(김혜수 분),
아귀(김윤석 분), 짝귀(주진모 분), 곽철용(김응수 분), 이름 없는 호구들 등.
노름에 관련된 주요인물들은 모두 파멸을 맞이한다. 고니는 마지막에 딴 돈을 전부 잃긴 하지만 영화에서
주인공이라 그런지 끝이 불행하게 묘사되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삶 또한 그렇게 평탄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고광렬은 판때기에서 속임수를 쓰다 아귀에게 걸려 손이 잘리고, 평경장은 팔이 잘려 기차에 떨어져 죽고, 정마담은 전재산과 사랑을 잃고, 아귀는 고니와의 마지막 승부에서 손이 잘리고, 짝귀는 아귀에게 패해 귀와 손이
잘려 떠돌아다니다 요양소에 들어간다. 그리고 곽철용 또한 차 사고로 죽는다.
또한 노름은 곧 파멸이라는 의미가 인물들의 대사에 녹아져 있다. 영화 초반 고니가 타짜가 되기 전에 자신이
일하던 가구공장에서 우연히 처음 섯다를 하면서 파산할 때, '춘재' 라는 조연은 이렇게 말한다.
"고니야, 넌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영화 내에서 고니가 8땡, 춘재가 9땡이라 승부에서 이기면서 그냥 뱉은 말이겠지만, 나에게 이 대사는 가구공장에서의 첫번째 섯다판과 파산. 그리고 이러한 결과로 화투의 세계로 뛰어든 고니의 운명과 미래가 재수없다
라는 걸로 들렸다.
"고니야 넌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고니가 화투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 시발점인 가구공장에서의 한 판, 그는 이 때를 후회할까?
그리고 고니가 평경장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처음 집에 찾아갔을 때 평경장의 대사 또한 화투판에 들어선 순간 인생이 불행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넌 화투 배우지말라, 길에서 객자 할 팔자다 야"
"넌 화투 배우지 말라, 길에서 객자 할 팔자다 야"
사진의 영화 장면 촬영지(평경장 집의 대문)에서 찍은 사진이다 (군산 히로쓰가옥)
평경장은 고니와 막걸리를 마시며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제일 가는 타짜라는 자랑을 하자 고니는 그런 분이
왜 이런 집에 사냐고 말하고 평경장은 이렇게 말한다.
"어째, 내가 땅만 사면 거기만 땅 값이 떨어져 "
이 대사 또한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타짜이지만, 화려한 명성과는 반대로 자신의 인생과 운명은 순탄치
않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닐 까 싶다.
영화 타짜를 대사를 외울 정도로 많이 보았던 나지만, 유튜브에서 타짜 관련 리뷰 및 해석 영상을 보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이 장면은 이렇게 해석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걸 느낀다. 그만큼 장면마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명작이고 보는 관객들 마다의 의견과 생각은 굉장히 다양하다
라는 걸 느꼈다. 스토리, 연기, 배우들, 명장면, 명대사 등 영화 타짜는 "소문난 잔치에 볼거 무진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