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가 가진 세상의 전부

장난감 없이 아이를 키우는 법

by 홍작가

요즘 육아는 '아이템 시대'다. 첫째 딸을 낳은 지 이제 4년 막 넘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육아 아이템'(이하 육아템)이 생겼다. 더군다나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다 보니 육아템이 없어서 아이를 못 키우는 부모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모은 육아템이 넘쳐나서 다시 중고거래로 내놓거나 집안 한쪽 구석에 밀어 놓는다. 나보다 4살 어린 내 동생은 아기를 낳고 부모님 집에 거의 10개월가량 머물렀는데 그때 중고거래를 통해 모은 장난감이나 육아용품으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부모님 집을 육아용품 전문점을 방불케 만들었다. 지금은 부모님 집에 그때 산 모든 육아템을 그대로 놔두고 몸만 빠져나갔다. 얌생이. 아마도 내 핑계를 댔을 테지. "오빠도 작년에 둘째를 낳았으니 쓸 일이 있을 거야"라고. 그래서인지 엄마는 날 볼 때마다 이런저런 육아템을 소개하면서 가져가서 쓰라고 닦달하신다. 육아용품 사장님 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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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아내는 회사에 공식적으로 출근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우리는 함께 지내며 공동육아를 했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버티면서 둘이서 육아를 한 것이다. 남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세계여행을 떠나는데 우리는 오직 육아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집에 머물렀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지만 온전히 둘이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다. 아니 함께 지내고 싶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눈과 마음에 가득 담고 기억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세계는 곧 부모이고 아이들의 행복도 곧 부모와 함께 있을 때다. 우리는 이 사실을 첫 째를 기르며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늘 함께 아이들을 기르는 생각을 했고 그때가 왔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게 되겠지만 그 효과는 정말 컸다. 첫 째 아이의 얼굴에는 늘 웃음과 장난기가 가득하다. 누가 봐도 행복한 얼굴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같이 화창하고 순수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예민하고 약간은 신경질적인 태도가 있었지만 함께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까칠한 성격의 구름이 걷혔다.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느끼게 됐다.


둘째는 첫째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온전히 둘이서 키웠다. 장난감도 별로 없이 둘이서 몸으로 키웠다. 부모가 초점책이었고 모빌이었고 장난감이었다. 그래서 둘째 딸은 장난감이 거의 없다. 얼마 전에 옆집 아줌마가 우리 집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는데 '도대체 아기 키우는 집 맞나'라고 하며 놀라셨다. 둘째는 늘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다. 둘째는 옹알이를 4개월쯤 시작했는데 옹알이가 신기하게도 '엄마, 아빠'였다. 처음에는 그냥 웅얼거리는 걸 잘못 들었나 했는데, 시간이 지나 발음이 조금씩 또렸해지면서 확실하게 알게 됐다. '엄마, 아빠'였다. 이제 둘째 딸은 10개월이 됐다. 앉기도 전에 '잡고 일어서기'를 먼저 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것도 아닌 옆으로 누워있는 엄마 아빠의 '몸통'을 잡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씩 발도 옮겨가며 걷는 시늉도 해본다. 아이가 나를 의지해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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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어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제품일 뿐이다. 뭐 어쩌다 한 두 가지 정도 있으면 아이가 즐거워하기는 하지만 항상 그때뿐이다. 캐릭터 장난감은 일반 블록 같은 장난감보다 가지고 노는 기간이 훨씬 더 짧다. 몰래 감춰도 모를 정도다. 어릴 적부터 소유욕을 발동시켜서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게 만드는 얄팍한 장난감 회사가 밉다. 아이들은 호기심 천국이다. 뭐든 것이 전부다 장난감이고 신기하게만 보인다. 첫째 딸은 캐릭터 장난감보다 주방의 국자나 뒤집개, 스테인리스 믹싱볼을 더 많이 가지고 놀고 좋아했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엄마와 아빠였다. 엄마 아빠랑 노는 게 너무 좋아서 어린이집은 지루하다고 말할 정도니까. 부모가 울면 아이도 울고 부모가 웃으면 아이도 웃는다. 우리는 '부모는 아이가 가진 세상 전부'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 세상을 아이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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