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가슴도 포근해질수있다.
오늘 둘째 딸은 내 가슴을 베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푸근하지도 않은 딱딱한 가슴에. 나는 내 가슴이 만족스러웠던 적이 별로 없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조금씩 팔 굽혀 펴기를 계속 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로보캅 같은 볼록하고 선명한 가슴 근육을 가지길 늘 바랐는데 아직도 내 가슴은 과속방지턱 수준도 되지 못한다. 요즘에도 운동을 계속하고 있기는 한데, 신통치 않다.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기가 점점 더 생긴다. 가슴 근육이 선명하고 멋지게 나온다고 해서 뽐낼 것도 아니지만 왠지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자의 가슴 근육이 탐이 난다. 포기할 수 없다!
아내의 산후풍은 주로 관절에서 많이 나타났고 200개쯤 되는 관절 중 주로 손가락 관절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침마다 삐그덕거리는 손가락 마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내의 기분은 어땠을까. 더군다나 매번 아이를 안고 수유를 해야 하는 아내의 손가락 관절은 쉴 틈이 없다. 한의원의 의사도 '손가락을 안 써야 낫는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래서 내가 그 관절을 대신하기로 했다. 한 발자국 떨어진 아주 가까운 거리도 둘째 아이를 들어 아내에게 넘겨줄 정도로 아주 치밀하게 '아이를 드는 일'을 도맡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안고 재우는 것도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내 가슴이 둘째 딸아이의 베개가 된 셈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둘째 딸은 이제 내 가슴을 편해한다. 아니 편애한다. 졸리면 이제 엄마의 가슴이 아닌 내 가슴을 찾는다. 힙시트를 허리에 단단히 조여 매고 아이를 앉히면 자연스럽게 내 가슴에 자신의 볼을 갖다가 댄다. 그리고 내 심장소리에 잠이 든다. 이제 내 가슴은 더 이상 운동이 필요 없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따스하고 포근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딸에게만큼은. 그래서 요즘처럼 내 가슴이 자랑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둘째 딸만큼은 안다. 내 가슴이 얼마나 포근한지.